아침에 일어나 규칙적인 생활을 하시는 편인가요?
아이들을 겨우 재우고 거실로 나왔다. 퇴근한 남편은 어둠속에서 드라마를 보며 야식 삼매경에 빠졌다. ‘오늘도 퇴근하느라 바빠 저녁을 못 먹었겠지.’ 속이 상하면서도 한편으론 서로 머리를 맞대고 식사할 수 있는 이 시간이 매일 기다려진다. 자고로 부부란 밥 정 아닐까. 그런데 남편이 좀 수상하다. 주광빛 스탠드를 때문일까. 샤워를 하고 붉어진 두 뺨의 남편은 복숭아색 런닝을 입고 있었다. (남편은 마치 런닝과 트렁크 팬티를 몸에 문신한 듯 입고서 거실을 활보한다. 그 복장은 우리의 관계처럼 느슨하고 세상 편해진 것이다.)
“자기야, 오늘 어쩐지 어피치(APEACH) 같다! 무척 핑크핑크 하네?”
속사정은 이랬다. 얼마 전 아이가 진분홍빛 장갑을 샀다. 알록달록한 어른 목장갑을 축소해 만든 어린이용 목장갑이었다. 아이는 장갑을 끼고 모래놀이도 하고 텃밭도 가꾸며 신나게 뛰어 놀았다. 집에 돌아와 머리부터 발끝까지 벗겨서 세탁기에 넣고 그대로 돌렸다. 일은 그렇게 되어버렸다. 색이 있는 옷들은 괜찮았다. 유난히 하얀 남편의 런닝만이 전부 핑크색으로 물들어 버렸다. 이염방지 시트라도 넣을 걸 하는 후회는 이미 늦었다. 베이비 핑크색으로 사랑스럽게 물든 남편의 런닝이 나는 싫지 않았다. (물론 당사자의 입장은 다르겠지만. 다행히도 남편은 직장에서 흰 와이셔츠를 입지 않는다. 변태취급은 면할 수 있겠군.) 이제 ‘핑크팬더’ 한 마리가 거실을 활보할 생각을 하니 귀여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쿨다운 핑크를 아시나요? 스위스에 한 교도소가 수감자의 화를 진정시키기 위해 30개의 감방을 분홍페인트로 칠했다. 심리 전문가들은 핑크 교도소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음을 평가했다. 그러자 분홍색으로 단장한 한 경찰서도 생겨났다. 사람들이 분홍색 구치소에 들어가면 조용해지고 빨리 잠이 든다고 한다. 바로 분홍색을 이용한 범죄자의 심리를 치료하는 방법인 것이다. 핑크색을 마주하면 뇌에서 노르에피네프린이 분비된다. 이는 공격적 행동을 유발하는 호르몬을 억제시키는 효과를 일으킨다. (그래서 일까? 핑크색 런닝을 입은 남편이 유순하게 느껴지는 이 기분은 진짜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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