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回想)

그리운 오늘처럼

by marina



내가 머무는 오늘의 시간은 내 삶의 역사에서 아쉬워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그리움의 시간일 것이다.

다만 지나간 날의 추억으로 기억될 뿐이겠지. 오늘처럼.


학창 시절, 두근거리는 심장의 박동소리를 느끼면서도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도시락을 까먹는 소소한 장난, 경미한 규칙 위반을 감행했던 도시락 사건이 생각나 혼자 실소(失笑)하며 지난 시간 속 이야기들을 재미있어하는 오늘처럼.


검붉은 버찌 나무의 달콤 새콤함에 매료되어, 학교 뒷동산에 올라 친구 들과 버찌 나무의 잔가지를 흔들어대며 떨어진 버찌 나무 열매를 주워 먹고 검붉게 물든 입가와 손을 서로 바라보며 싱그럽게 웃어대던 날을 기억하는 오늘처럼.

그리하여 수업시작을 알리는 종소리도 듣지 못하고, 늦 교실 입장으로 인해 복도 한편에 나란히 서서 고개 숙이고 반성하는 척하며 큭큭 잔웃음을 지어대던 지난날을 기억하는 오늘처럼.


극장에서 상영하는 아름다운 음악 영화나 청춘 영화에 마음 동요되어, 교복을 벗어던지고 밤늦은 시간에 맞춰 그 아름다움의 주인공이 되고자 친구들과 경미한 일탈을 감행하며 몇 번을 되풀이 보고 또 보던 그 푸른 날을 기억하는 오늘처럼.


성적표의 숫자를 표시 나지 않게 긁어대며 우등생의 가면을 쓰고 부모님께 보상 용돈을 타 내려고 온갖 묘책을 써대던 뻔뻔한 친구들의 사기 행각을 기억하며, 철없던 시절의 조마조마한 웃음을 기억하는 오늘처럼.


감성이 풍부하던 한창 소녀의 시절에, 남녀공학이 아닌 여학교만의 지루함을 벗어보고자 성당 학생회 문턱을 수없이 넘나들며 주말마다 바쁘게 옷 단장을 하고, 남학생 여학생 함께 모여 합창단 노래 연습도 하고, 군부대 위문공연도 다니고, 봉사의 시간도 가지며, 학생회놀이 즐기기에 전념하던 그 시절의 활발하면서도 수줍어하던 소녀를 생각하는 오늘처럼.


서로 맘이 맞는 남녀 학생 친구끼리 짝이 되어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또는 기념일에 서로 편지도, 선물도 주고받으며 좋아라 마음 설레하던 순수한 그 시절을 기억하는 오늘처럼.


비가 내리면 촉촉한 소녀의 감성이 그 마음을 헤집으며 세차게 노크하여, 교복을 입은 채로 비를 흠뻑 맞으며 촉촉한 감성의 세계로 몰입하기도, 함박눈이 대지에 수북하게 쌓여 새로운 세상이 열리면, 하얀 눈 위에 첫 발자국을 찍으며,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은 아니더라도, 하얀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신비로운 체험, 자연과의 어울림, 나의 흔적을 하얀 나라와 공유하는 우월한 마음, 그러한 감성들로 인해 눈사람이 되어가는 체온 저하의 위기도 망각한 채 하얀 세상을 헤매던 그 시절 소녀의 깊은 감성을 생각하며 아찔해하는 오늘처럼.


시간은 조금의 게으름도 허락지 아니하며 흐르고, 지나간 날을 그리워하는 오늘처럼, 지금의 시간도 먼 훗날 추억의 한 페이지로 장식되어 기억하고 돌아보며 그리움을 수도 없이 그려내겠지.

그런 날을 생각하면 스치는 시간이라도 헛되이 보내지 말아야겠다는 나의 의지가 나를 부추기며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을 느끼게 한다.

내 삶의 궤적들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은 좀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기억의 시간들이 되어야 하겠기에.

또한 지난 시간으로 인한 즐거움으로 인해 흘러버린 시간의 아쉬운 감정 확률을 반만이라도 줄일 수 있으면 나름 위로가 되기도 하겠거니 하기에.


그러한 기대들이 오늘 내가 생각해야 하는 과제일진 데, 그 역시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기에 과중한 무거움으로 지금 내게 다가오기는 하는 것 같다.


아무튼 현실은 차갑고, 생각은 많은데, 생각처럼 즐거움만 있지 않으니 그 또한 풀어내야 하는 까다로운 내 삶의 과제가 되기도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하기야 추억의 시간이라고 어디 다 즐거움만 있겠는가. 희로 애 락이 모두 점철된 시간들의 종합세트이겠지.


그저 오늘에 머물 수 있음에 기꺼운 마음으로 감사하고, 평탄한 하루이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온 마음을 다하여 좋아하는 것을 사랑하며, 함께 웃을 수 있으면 행복한 그리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부러 즐거움을 찾고자 한다고 즐거움이 따르는 것도 아닌 세상사이기에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되겠거니 하며 무거운 세상의 무게를 내려놓는다.


그 결과치가 훗날 그리운 추억이 되기도, 아쉬운 기억의 시간이 되기도 하려니 생각하며, 열린 마음으로 넓고 깊게 세상을 바라보며 살자는 생각을 더불어 한다.

오늘이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다. 다만 그리운 날이 될 뿐이지.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는 오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