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20코스 벚꽃거리
우리 숙소에서 학동흑진주몽돌해변에 도착하였을 때의 날씨는 검은 먹구름이 하늘 전체를 물들이고 있었을 때이며, 비가 곧 엄청 쏟아질 것만 같은 험악한 날씨였다.
그래도 숙소에 머물지 않고 거제의 관광을 멈추지 않았으니 비가 온 들 우리 일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몽돌 해변으로 들어서니 동글동글한 몽돌들이 겹겹이 쌓여 몽돌을 밟을 때마다 잘그락잘그락 그들만의 아우성으로 우리를 일시 멈추게 하였으며, 잿빛 구름이 바다의 풍광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그려놓은 듯 진중한 멋을 층층이 그려내고 있어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 수평선을 바라보며, 바닷바람의 거친 숨결을 맞으며, 세찬 물결의 격정적인 파도소리를 들으며, 포말 지는 파도의 허무함에 시선이 머무르며, 바다 사진도 찍고, 자잘한 이야기도 나누고, 주변도 감상하며, 얼마간의 시간을 침묵으로 일관하니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감정이 휩쓸고 지나는 듯했다.
한동안 몽돌해변에 서서 바다를 감상하며, 살아온 삶을 되짚어 생각하다 그 흐름을 깨고, 우리는 인근의 카페로 발걸음을 돌린다.
바람도 세차고, 따뜻한 커피 생각도 나며, 카페에서 바라보이는 바다의 감상을 놓치지 않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였다.
고요한 선율이 흐르는 해변 카페에서, 따뜻한 라테의 부드러운 향을 즐기며, 함께 주문한 요즘 유행의 버터떡의 바삭함과 쫄깃함을 느끼며, 창 안에서 광활한 바다를 내려다보니 도로의 야자수나무와 더불어 또 다른 느낌의 아늑함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해변의 쌀쌀한 날씨임에도 젊은 얼죽아들은 아메리카노와 버터떡을 먹으며 달달한 이야기를 나누고, 나는 그 흐름을 깨 볼까 하여 우스운 이야기를 던진다.
'여름에 몽돌 해변에 올 때는 반드시 슬리퍼를 준비해야 한대. 여름날 뜨거운 볕에 몽돌이 달궈져서 맨발로는 몽돌을 딛지 못한대요. 통통 뛸 수도 없잖아~'^^;;
카페에서 얼마의 시간을 바다의 추억 담기에 몰두하고, 우리는 다시 출발, 해안도로를 신나게 달려간다. 바람은 점점 잦아지는 듯하다.
우리 집 자그마한 정원에서 키워 본 조그만 동백나무만 생각하였다가 오랜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굵직하고 연령의 무게가 느껴지는 키 큰 동백나무를 보니 동백나무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가 생성되어 그 모습이 더 멋있게 느껴졌다.
도로 한쪽으로는 쪽빛 푸른 바다와, 굽이 굽이 이어지는 리아스식 해안 길이 있고, 그 옆으로 우거진 동백숲을 지나면 도장포 마을에 다다르는데, 도장포 마을 인근에는 신선대와 바람의 언덕이 자리하고 있다.
신선대는 신선이 놀던 자리라 하며, 바위에 올라서면 멀리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고, 몽돌이 깔려있는 작은 함목해수욕장이 보이며, 바람의 언덕에서 바라다본 바다는, 고즈넉하고 평화로웠으나, 바람의 세찬 기세에 오래 머물 수가 없었고, 곧 비가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엄중함을 느낀 우리는 더 좋은 시간의 관광을 포기하고, 숙소로 차를 돌려 저녁거리를 준비, 숙소에 입소한다.
여행의 시간은 왜 그렇게 빨리 흘러가는지 저녁식사를 마친 시간이 어느새 8시를 넘어가고 있다.
이전 가을 여행에서는 영화 감상도 빠질 수 없는 즐거운 시간이었으나 거제에서의 시간은 먼 거리의 여행이기도 하였고, 시간도 넉넉지가 않아 영화 감상의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고. 재밌는 놀이 시간으로 대체해 즐기기로 하여 판을 넓게 벌리다.
늙으나 젊으나 즐거운 게임은 웃음을 끊임없이 유발해 게임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고, 애나 어른이나 장난은 즐거웠으며, 돈 따먹기 십이지 놀이는 비등비등하게 결산이 되어 아무도 잃지 않는 공평한 게임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시간은 어느새 10시를 넘기고, 우리는 또다시 후다닥 우리 층으로 이동을 하여 젊은이들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로 한다.
그래도 우리의 보금자리가 더 아늑하고 편안하지 않겠는가 싶은 생각도 들어 아쉬운 마음을 내려놓기로 하며 흐름의 법칙을 되돌리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조명 빛이 고요한 시간을 비추고, 우리는 하루의 여독을 풀기 위해 잠을 재촉, 내일의 순탄한 하루를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자연의 화음이 점 점 강도를 더해 소리의 아름다움을 창조해 내고, 우리는 어느새 잠 속으로 퐁당 빠져들다.
3일 차 아침이다. 일출은 포기하였으니 오늘의 여정은 올라가는 일만 남으니 좀 여유로운 편이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고 산뜻하며, 새벽공기는 맑고 신선하다. 숙소 근처의 둘레길을 걸어 해변가를 가야 했지만, 비 온 끝이라 미끄럽기도 할 것 같아 나만 포기를 하고 아침을 간단히, 짐을 싸고 숙소를 나갈 준비를 한다.
남파랑길이란 남쪽의 쪽빛바다와 함께 걷는 길이라는 뜻으로,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전남 해남 땅끝마을까지 남해안을 따라 연결된 총 90개 코스, 1470km의 걷기 여행길이라 한다
우리는 18.7km의 남파랑길 거제노선인, 능포항, 장승포항, 등 주요 항구와, 잘 조성된 공원 길인 양지암 등대길이 포함된 코스인 20코스 해안도로를 타는 방향으로 길을 잡고, 해안도로를 신나게 달려 남파랑길 20코스 시작점에 도착!
우리가 올라가는 방향의 좌측도로에는 줄지어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고, 소풍 나온 유치원생들인지 꼬꼬마들은 '삐악삐악 병아리'하며 교사의 이동경로를 따라 줄지어 벚꽃 길을 걷고 있다.
그 귀여운 꼬마들을 보니, 우리 아들 YMCA 유치부 시절 부르던 노래가 뒤이어 생각이 났다.
'삐약 삐악 병아리, 움메움메 송아지, 따당따당 사냥꾼, 뒤뚱뒤뚱 물오리,,, '
우리는 중간에 차를 세워 주차 행렬에 끼어들고, 줄줄이 늘어서 있는 벚나무들에서 휘리릭 날리는 꽃비를 손으로 받으며, 남해 바다의 풍광을 동경의 눈빛으로 내려다본다.
현미경으로 바라보면 대마도도 보인다 하여, 가는 눈을 뜨고 위치를 찾으려 현미경을 뚫어져라 보고 있으니 눈만 아프고, 그동안에도 바람에 날리는 벚꽃 잎은 하염없이 떨어져 휘날리며 봄의 흐름에 동조, 봄 거리에 꽃 수를 촘촘히 그려 놓고 있다. 연 분홍빛과 하얀 꽃잎의 빛을 적절히 섞어가며.
우리 어여쁘고 귀여운 새 막내둥이는 꽃비를 모아 모아 하트를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언제 또다시 거제의 장승포 해안길을 찾아올지는 모르지만 그 바다의 아름다운 풍광은 결코 잊히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로서 우리의 짧은 여행은 고속도로를 줄기차게 달리므로, 휴게소에서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또다시 달림으로, 일상의 퇴근시간과 겹쳐 차량 행렬로 차가 밀림으로, 속도를 낮추며 우리의 보금자리로 돌아왔지만, 일본 여행을 남해일주로 바꾼 선택이 참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생각하며 우리의 멋진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남해 바다의 사진 수십 장으로 추억은 고스란히 마음속에 저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