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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Dec 30. 2016

수협공판장

수협공판장이 자리 잡고 있는 골목에는 들어서자마자 바다 냄새가 바람에 실려왔다. 분주했던 새벽을 말하듯 문을 걸어 잠근 주변의 소매상들 앞에는 빈 스티로폼 박스와 나무상자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도심의 한가운데에 깊게 배어있는 바다 냄새는 오랜 시간 수없이 그곳을 드나들었을 차량들에서 흘러나온 바다의 부산물과, 바닷물을 잔뜩 머금고 실려온 바다의 생물들과, 정성스레 그것들이 담겨져 잔뜩 체취를 빨아들인 빈 박스들과, 주위를 배회하며 버려진 생선토막들을 게걸스럽게 먹는 고양이들에 베인 체취와, 무엇보다 눈부신 조명 아래서 고된 새벽을 보냈을, 그곳에 삶의 터전을 두고 살아가는 짠내 가득한 사람들의 땀냄새들이 모조리 뒤섞여 인이 박인 냄새일 것이다.

바람에도 길이 있다면, 길을 잃어버린 바다 냄새가 그리운 바람이 그곳으로 불어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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