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문화 중 하나이자 절제의 잔재
유럽에선 어렵지 않게 비건(vegan)을 만날 수 있다. 어느 식당에 가도 비건메뉴가 명시되어 있는 게 사회의 선택적인 한 부류로 자리를 잡은 느낌이다.
하지만 육류뿐 아니라 유제품도 금기시하는 비건은 후천적인 선택인데 비건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1. 건강을 위해서
2.공장식 축산방법으로 사육하면서 무시되고 있는 동물복지에 대한 저항으로
3.소의 대량사육이 야기하는 온실가스등의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많은 이들을 비건의 길목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우리가 무분별하게 먹는 고기의 수요가 너무 커서, 공급을 맞추기 위해 필요 이상의 동물을 사육하고, 마진을 맞추기 위해 동물복지 따윈 뒷전이란 소리다.
비건이 이러한 문제로 인해 현대사회가 생성한 개념이라면 과거의 육류소비는 어땠을까?
크리스천이라는 종교가 사람들의 생활을 좌지우지했던 유럽. 금요일에는 생선만 허락되고, 일요일 예배를 본 후에나 제한없이 육류와 유제품 섭취가 허락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자른 고깃덩어리들을 오븐에 넣어 놓고 일요일 오후만 기다렸고, 교회 가기 전에 감자나 야채를 오븐에 넣었다고 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먹는 주 1회 고기 만찬이 ‘Sunday Roast 선데이 로스트’였다.
이렇듯 선데이 로스트는 규율에 따라 육류 소비의 절제가 생활에서 행해졌던 시절의 잔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대문명이라는 새로운 모자를 쓴 우리 사회.
지켜야 할 규율은 없고, 넘쳐나는 공급으로 자제도 필요 없어졌지만 그러는 사이 우리가 지금 직면한 문제점들이 반비례로 늘어났다.
유교전통의 한국에서도 부모가 젓가락을 들기 전까지 먹지 않고 기다리는 참을성이 있었고, 명절이나 잔치 때만 먹는 특별한 음식을 기다릴 줄 알았는데, 묵은 때라는 식으로 다 벗겨버리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와중, 영국에서 오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선데이 로스트’가 다시 보인다. 극단적인 선택인 비건을 행하지 않더라도 과거 ‘선데이 로스트’처럼 과유불급의 ‘적당히‘를 지키면서 자제한다면, 더 나아가 가공식품을 멀리하고 동물복지를 추구하는 가치소비를 시작한다면, 우리는 비건이란 영양불균형의 극단적엔 선택 없이도 우리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일주일을 기다리다 맛본 어제의 선데이 로스트는 꿀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