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에 함께 읽는 지도
영국에서 새로 시작한 학교에 꼬맹이를 픽업하러 갔다.
학년별로 줄 서서 나오는데, 큰 아이들이 나오더라.
’ 큰 애들이 나오네, 우리 꼬맹이는 아직 안 나왔나 보다…‘
하고 생각하는 찰나에, 우리 집 꼬맹이가 큰 아이들 사이에서 고개를 빼꼼 내민다.
참 상대적이다..
우리 집에선 아직도 꼬맹이.
학교에선 이제 의젓한 형아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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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참 짧다.
첫째가 어려서 미숙한 부모였던 기억이 아쉽고,
꼬맹이에게 보여줬던 조금의 더 여유로움도 이제 곧 끝나간다는 생각도 아쉽다.
이제야 좀 부모자격을 가졌다고 생각하는데,
내 아이들은 벌써 이만큼 자라 버린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인생이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길을 가는 것이다.‘
부모의 길도 마찬가지다.
배움과 깨달음의 속도는 순간순간 경험해 가는 길의 속도를 따라기긴 역부족이다.
그래서 우리는 나름의 단계마다 최선을 다했지만
후회라는 게 남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깨달은, 부모의 길로 가는 지도 읽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한 것 같다.
우리만의 속도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그 지도를
함께 바라보고,
함께 의논하며,
함께 찾아가는 것.
그러면 후회를 남기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