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그리거 경기를 기념 'UFC 브랜드 스토리'
맥그리거 경기를 기념해 준비한
https://www.youtube.com/watch?v=zMoAbzJLndw
규칙도, 심판의 역할도 제대로 없는 무규칙 격투기 경기가 있다면 믿으시겠나요? 그런데 실제로 1993년 그야말로 막싸움 무규칙 경기가 콜로라도 덴버에서 벌어졌습니다. “규칙은 없다!”라는 노골적인 문구를 내세우며 무규칙에 가까운 경기를 펼쳤던 이 대회가 바로 세계적인 종합격투기 대회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입니다.
UFC의 설립자 ‘아트 데이비’는 광고일을 하던 중 문득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어떤 무술이 가장 강할까? 한 번 토너먼트를 붙여보자.’ 이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초대 UFC 대회는 매우 야만적이었습니다. 상대를 들이받거나, 성기를 가격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고, 체급의 제한도 없었습니다.
소수의 매니아층을 형성하기는 했으나, 지나친 폭력성으로 인해 미국의 공화당 의원 ‘존 메케인’은 ‘인간 닭싸움’이라 부르며 퇴출 캠페인까지 벌였죠. 결국, 케이블 방송 송출은 물론 격투스포츠의 주 수입원인 PPV(페이퍼뷰) 판매도 금지됐으며, 뉴욕 주를 포함한 36개 주가 무규칙 격투기 대회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하면서, UFC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는데요.
이때, 현재 UFC의 CEO 데이나 화이트와 카지노 재벌인 그의 친구 퍼티타 형제가 2001년 200만 달러, 한화로 22억 원이라는 헐값에 UFC를 사들이며 본격적인 ‘UFC 2기’가 출범하게 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복싱, 태권도 등 각종 무술을 익혔고, 종합격투기 매니지먼트를 세웠을 정도로 MMA 산업에 관심이 많았었던 데이나 화이트는 본격적으로 UFC 재정비에 돌입합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UFC에 대한 인식 변화’였습니다. UFC 1기에서 보여준 모습은 스포츠라기보다는 싸움에 가까웠죠. 데이나 화이트는 이 같은 이미지 탈피를 위해 체급을 분류하고, 엄격한 규칙을 세웠으며, 약물 사용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규제했습니다. 그러면서 서서히 일반 시민들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UFC를 ‘싸움’이 아닌 ‘스포츠’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있는 폭력적인 이미지와 같은 투기 종목인 복싱에 비해 인지도가 낮아 2005년까지도 적자를 면하기 어려웠는데요, 퍼티타 형제는 UFC 매각을 심각하게 고려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2005년, 화이트 대표는 UFC의 역사를 바꿀 ‘신의 한 수’를 놓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리얼리티 TV 쇼와 격투기를 접목시켜 ‘TUF(The Ultimate Fighter)’라는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죠.
TUF는 전국 각지의 MMA 선수들을 모아 경쟁시킨 뒤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프로그램인데요, 우승자에게는 상금과 더불어 UFC 6경기 보장 계약이라는 큰 혜택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TUF는 그야말로 대박을 치게 됩니다. 케이블 TV로서는 이례적으로 3%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결승전이었던 포레스트 그리핀과 스테판 보너의 경기는 시청자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되었죠.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었는데요, 2011년 XTM에서 방영한 ‘주먹이 운다’는 국내 MMA단체인 로드FC와 CJ E&M이 기획해 TUF와 비슷한 구조로 진행했습니다.
TUF 이후 UFC의 인지도는 급상승했습니다. TUF 방영 이전 15만 장에 불과했던 PPV 판매량은 방영 후 UFC52에서 28만 장 판매를 기록했으며, 이듬해인 2006년에는 105만 장을 판매하며 프로 복싱의 아성을 위협했습니다. 그리고 2007년 순이익만 2000억 원을 넘어서며 흑자 전환에 성공하게 됩니다.
그렇게 안정화에 성공한UFC는 크게 3가지 전략으로 UFC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는데요, 첫 번째 전략은 ‘스토리텔링’입니다.화이트 대표는 TUF를 통해 스토리텔링과 컨텐츠의 중요성을 배웠는데요, UFC는 인기 선수 간 대진을 붙일 때마다 라이벌 구도를 통해 ‘스토리’를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또한, UFC는 유튜브 채널을 가장 잘 활용하는 브랜드이기도 한데요, 경기뿐만 아니라 ‘Embedded’라는 컨텐츠를 통해 파이터들이 시합을 준비하는 과정이나 일상 등을 보여주며 옥타곤 위에서의 무서운 모습만 보였던 파이터들의 인간적인 모습으로 색다른 재미를 자아냈습니다.
두 번째 전략은 ‘경쟁자 제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효도르’로 유명했던 당시 MMA 단체 1위 ‘프라이드’를 2007년 야쿠자 후원설로 흔들리자 단숨에 인수했는데요, 그 후 UFC는 압도적인 1위 단체로 발돋움하게 됩니다. 2011년 업계 2위였던 ‘스트라이크 포스’까지 인수하면서, 현재 MMA 단체 2위인 벨라토르와는 MMA 단체 종합지수에서 8배 차이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전략은 ‘중계권 계약’입니다.UFC는 2011년 FOX Sport와 7년간 8억 3000만 달러에 중계권 계약을 맺으며, MMA라는 종목이 더 이상 싸움이 아닌 ‘스포츠’임을 공식적으로 인증받는데요, 2019년부터는 ESPN과 중계권 계약을 맺으며 ‘주류’로 들어섰음을 알렸습니다. 화이트 대표는 UFC의 기업가치가 ESPN과 계약 이후 7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말했는데, 2001년 인수한 가격인 200만 달러에서 17년 만에 가치를 무려 3,500배 이상 상승시킨 셈이죠.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지금도 끊임없이 UFC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UFC는 MMA를 모르는 지역의 유망한 파이터들을 발굴해 테스트하고, 육성하고 있습니다. UFC를 모르는 사람도 자국의 선수가 나온다고 하면 관심을 갖게 되니까요. 우리나라도 비슷한 경우가 있는데요, 요즘 예능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동현 선수가 대표적입니다.일본 마이너 리그인 ‘딥’에서 활동하고 있던 김동현. 당시 8전 7승 6KO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는데요, ‘스턴건’이라는 별명도 이때 생겼습니다. UFC는 2008년 김동현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수준급 경기를 펼치며 웰터급 순위 7위까지 올라갔고, 우리나라 파이터들이 UFC에 진출할 수 있는 문을 열어주었죠.
UFC는 국내에서도 차츰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얼마 전 열린 UFC 부산은 1만여 명의 관객을 모집하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이 날, 프랭키 에드가를 KO시키며 승리를 거머쥔 정찬성 선수는 2018년 힙합크루 ‘AOMG’와 계약을 하기도 했는데요, 함께 경기를 치렀던 최두호, 정다운 선수 등 국내 파이터들이 세계 무대를 주름잡을 날을 기대해보면서 오늘의 마모 브랜드 스토리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