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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o life Jan 31. 2023

볼펜 찾아 삼만리?

일상에서...

 구려, 구려, 이건 아닌 거 같은데 문구점에서 볼펜 매대는 참 어렵다. 너무 많은 상품이 있어서다. 어떤 과학자들이 한 실험이 있는데 두 개의 테이블을 놓아두고 한쪽에는 11종류의 향수를 한쪽에는 25종류의 향수를 판매한다고 붙여놓았다. 보통은 상품이 많이 진열되어 있으니 25종류의 테이블 쪽이 더 많이 판매될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다고 한다. 더 적은 종류의 (적은 건 아니지만) 향수가 있는 테이블 쪽 매출이 더 높았다고 한다. 선택권을 줄여줘서라고 하는데. 지금 내 앞에 있는 볼펜 판매대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다시 두리번거리고 뒤적뒤적하기를 반복한다. 한국 브랜드의 볼펜도 있고, 수입 브랜드의 볼펜도 있다. 이쁜 똑딱이를 달고 있는 펜도 있고, 알록달록한 무늬를 띈 볼펜도 있다. 어떤 건 잉크가 부드럽게 새어 나와 뭉쳐짐이 없고, 어떤 건 너무 가늘어 선을 그리기 좋은 것도 있는데 모양이 맘에 안 든다. 써보라고 깔아놓은 종이에 끄적여 보고, 돌려놓고, 그 옆 칸의 것도. 그러다 보면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볼펜 하나 고르려고 하는 데 왜 이리 힘든 것인지.


 한참을 서성이다가 찾는 걸 관뒀다. 투자한 시간이 아깝기는 했지만 그걸 찾고 있느니 그냥 쓰던 걸 찾는 게 더 좋은 방법이지 싶었다. 가방에서 쓰고 있는 펜을 찾았다. 젯스트림. 일제라 좀 신경 쓰이는데 하지만 이것만 한 펜을 아직 못 찾았다. 비슷한 대체재가 있다고는 하는데, 맞지 않으니 결국 이걸 쓰고 있다. 다시 볼펜 매대를 한 바퀴 돌아본다. 결론은 아무것도 없이 문구점을 나오는 것으로 끝이 났다.


 나는 왜 이 펜을 좋아하는 걸까? 가만히 들여다봤다. 손에 잡히는 느낌, 노트에 끄적일 때 손으로 전해지는 미세한 저항성, 약간의 딱딱함, 그리고 부드러움. 이런 걸 느끼는 걸까? 아닐지도 모른다. 그냥 익숙하니까. 그리고 처음 만났을 때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일까?

 어떻게 보면 그렇게 찾아 쓰는 게 까탈스러울지도 모른다. 볼펜이 볼펜이지 뭐 다른 게 있다고 말하며 핀잔을 던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그렇다. 그 펜이 좋은 거다. 좋은데 다른 이유가 필요할까. 별나다고 해도, 까탈스럽다고 해도, 그냥 그런 거다.


 집으로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주문한다. 10개. 얼마나 오래 쓸지 감도 안 오지만 일단 10개다. 가방마다 하나씩 꽂아두고 사용하리라. 지금도 옆에 놓인 그 펜이 기분 좋게 한다. 한번 슬쩍 보고 뭘 끄적여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렇게 나의 볼펜 여정은 끝이 났다. 이제 곧 도착하겠지. 열심히 사용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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