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나는 얼마나 무심했던 것일까. 그냥 잘 돌아가고 있으니 아무 문제없다고 편하게 생각했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 하면 된다고, 하지만 문제가 일어나는 순간엔 이미 너무 멀리 와 있다.
한 번씩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울리는 소리가 있다. 비 온 후의 베란다 난간 휀스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설거지 후 배수구로 떨어지는 물소리, 멀리 보일러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는 듯한 소리. 화장실 환풍기에서 뭔가 물려 갈리는 소리. 이런 소리는 조용한 날 손님처럼 찾아온다.
화장실에서 양치질하는데 뭔가 갈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빠르게 그리고 규칙적으로. 탁탁탁! 작게 들린다.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화장실을 둘러보고는 다시 양치질한다. 그사이 잠시 소리가 멈춘 듯하더니 다시 울리기 시작한다.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이 소리가 계속 나면 별로 좋은 일은 아니겠지. 그 생각까지 이르니 두리번두리번 찾아본다.
화장실에서 소리가 날 만한 곳이…. 칫솔 살균기, 수전, 변기 물탱크, 그리고 환풍기 정도니까. 하나하나 살펴본다. 소리는 결국 환풍기에서 나고 있다. 찾았다는 안도감과 어떻게 하지라는 불편함이 동시에 일어난다.
환풍기 덮개를 열고는 안을 살핀다. 주변에 먼지를 너무 오래 방치했던 모양이다. 검은 때가 가득 그 와중에 환풍기는 빙글빙글 정신없이 돌아간다. 분명히 짙은 분홍색이었는데 지금은 검은색. 살짝 두려웠다. 환풍기를 멈추고 들여다본다. 우와! 먼지가 1mm 정도의 두께 붙어 있다. ‘도대체 얼마나 신경을 안 쓴. 거야?’. 칫솔로 날개 하나하나 먼지를 털어낸다. 두꺼운 먼지들이 아래로, 아래로 떨어졌다. 점점 분홍색이 드러난다. 언제 청소를 했는지 생각해 본다. 기억나지 않는다.
시원해진 환풍기를 켜니 조용하게 돌아간다. 게다가 환기도 더 잘 되는 느낌이다. 고개를 들고, 칫솔질하는 잠깐의 고생을 왜 그렇게도 하지 않았을까. 한 번씩 해줘야겠다고 생각한다. 조용한 화장실이 다시 찾아왔다.
다음 청소는 언제 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