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이야기를 하다가 살해사건으로...
무슨 일이든 완료되면 끝이 난다. 그 과정이야 어떻게 흘렀든 결론은 "끝났다"에 있다. 그래서 나의 결과도 식사 끝으로 완료된다. 그런데 문득 난 어떤 순서로 식사를 했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했다. 주문한 음료와 완료되었다는 알림을 받고, 카운터에서 햄버거, 정확하게 나의 햄버거를 받고는 여기저기 살폈다. 마음에 드는 혹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괜찮은 자리 또는 사람과 좀 떨어진 곳에 앉는다. 그리고 버거의 종이를 벗겨나간다. 동시에 주위를 살핀다. 무엇이 있는지. 혹은 어떤 사람들이 식사를 하는지 본다. 적당히 열린 종이 사이로 드러난 두툼한 버거. 처음부터 몇 개는 종이로 된 집을 벗어나 있다. 그런 감자를 방목할까 고민한다. 결국 반반. 콜라는 뚜껑을 열어둔다.
한 입, 한 개, 한 모금.
한 입, 한 개, 한 모금 도돌이 된다.
그러다 엇박자로 한 입, 한 개, 한 입, 한 모금, 한 모금, 한 개, 한 입.... 이런다. 좀 더 반복되고 나면 햄버거는 사라지고, 감자가 한 개가 남거나, 콜라가 몇 모금 더 마실 만큼 남는다. 오늘은 한 개, 두 모금쯤 된다.
마침내 모두 비우면 빈 종이와, 빈 컵이 되면서 쟁반 위는 정신없다. 감자의 소금은 살해 현장의 흔적처럼 흩어져 있고, 컵 겉면에 흐른 물이 의문의 서클처럼 자국을 남겼다. 소금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붉은 햄버거의 소스, 누군가에 의해 사용된 뭉개진 휴지가 있다.
영수증 살해사건의 파일은 위와 같이 기록되어 있었다. 한 입, 한 개, 한 모금 이 세 명이서 작당한 사건이라는 유추를 한다. 의심으로부터 사건을 추적한다. 살해의 과정을 나의 방식으로 되돌아보고 있었다.
그때 친구가 다가와 말한다.
"가자!"
나는 그렇게 미해결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오늘 밤. 나는 생각을 다시 꺼내볼 것이다. 식사를 했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고, 친구가 와서 그게 완료되었다는 걸 확인할 것이고. 그러다 내일이 되면 다른 식사로 어제의 과정은 사라질지 모른다.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그래서 결과만 보면 안 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