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늘 소일 #23

목적상실의 순간 만나는 느낌은... 생각하지 말자. 스톱!

by mamo life

어딘가 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나왔다가 그 가야 할 곳을 잃어버려서 멈출 때가 있다. 이런 일은 종종 있다. 약속이 갑자기 취소되거나. 일이 끝나고 어딘가로 향해야 하거나. 정말 갈 곳이 없어졌을 때 등등... 이때는 무언가를 해야지 하는 생각도 사라진다. 그럼 발걸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아마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르는 다시 말해, 목적이 없어져 만나게 되는 상실감이 만들어내는 상태. 사실 이 감정이 상실감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일단 마음이 불안해지고 머리는 텅 비게 된다(뭐 완전 텅은 아니지만). 그리고 밀려오는 자기부정의 생각들 '나는 도대체 여기 이 길 위에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이 상태를 벗어나려 머리를 계속해서 굴려본다. 어디로 갈지를 생각하고 그곳을 떠올리려고 말이다. 이때 발걸음은 생각과 무관하게 계속해서 앞으로 옮겨야 한다. 멈추면 더 불안에 빠진다. 이 상황에서 밀려오는 감정은 묘하다. 뭔가 터무니 없어지고, 지면에 발이 닿아 있음에도 현실에서는 떠있는 그래서 불안함을 느낄지도.

한참을 걷고서야 겨우겨우 갈 곳을 떠올랐다. 그제야 현실을 걷는다. 이상한 감정이다. 회사로 출근하는 것이 당연하다가 그 당연함이 사라졌을 때 겪는 그런 상실감이 이런 느낌이었나. 떠올려 본다. 갈 곳이 있다는 것. 그것이 주는 안도감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집이 아닌 일을 내가 뭔가 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장소이기도 하고, 나를 만들어가는 장소이기도 한. 그곳을 마음에 담아두어야 한다. 그래, 그래야 한다. 하다못해 도서관이라도.

어쩌면 이 감정은 삶의 목적의식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깊이 들어가지는 않으려고 한다. 헤어 나오기가 힘들어 질지도 모르니까. 겨우 갈 곳을 찾았는데 고민을 너무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 여기까지만. 도망이다.

그리고 오늘 생각난 김에 갈 곳을 정해 두는 것도 좋을 듯싶다. 출근하듯이 갈 수 있는 장소를 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늘 소일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