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늘 소일 #24

반납일까지 책을 다 읽어야 하는 건 아니다.

by mamo life

어제저녁 카톡이 하나 날아왔다. 그것도 도서관에서 날아왔다. 오늘까지 대출한 책을 반납하세요라는 내용이다. 도서관에서 이런 서비스를 하고 있다. 잊지 말고 반납하라고, 심지어 어디서든 반납이 가능하기까지 하니 대출의 편의성까지. 물론 몇몇 곳은 불가능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오늘 나는 무인 반납기에서 책을 반납했다.

그전에 나는 생각했다. 내일 반납이니까. 이 책을 반납하기 전에 다 읽어야지 하는 각오를 불태웠다. 그래서 책을 꺼내 남은 부분을 서둘러 읽기 시작했는데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걸 꼭 다 읽고 반납해야 하는 것인가? 그냥 다시 대출을 하면 안 되나?'

나는 마치 반납하기 전에 다 읽지 않으면 다시 읽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마도 그래서 부랴부랴 마지막까지 읽으려고 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어이없는 웃음이 났다.

그래 맞다. 나는 이 생각을 떠올리기 전까지 빌려온 책은 반드시 마지막 장까지 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치 그렇게 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처럼. 어쩌면 빌려왔다는 내 행위에 대한 책임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 다 읽을 수도, 혹은 읽지 못할 수도 있다. 그게 누군가에 해를 입히는 것도, 잘못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읽지 못해서 일뿐이니까. 그리고 읽지 못한 부분을 마저 읽고 싶다면 다시 빌리면 된다. 빌려 가서는 고이 모셔두거나 한구석에 던져놓지는 않을 테니까. 짧게 든, 길게 든 한 번은 들여다보게 되어 있다. 그러려고 빌려왔으니까 말이다.

단지, 그것을 꼭 다 읽어야 한다고 정의 내리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다. 이전에는 다 읽지 못하고 반납할 때는 이상하게 미안한 마음이었다. 이제는 그런 마음을 담지 않기로 한다. 편하게 읽고, 못 읽더라도 반납하고 다시 빌리면 된다. 집에 있는 책도 잘 읽지 않으면서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왜 그렇게도 애를 쓴 건지...

읽을 수도 있는 것이고, 읽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니 그것에 집중하기보다는 내가 이 책에서 무엇을 읽었는지를 기록하고 왜 이 책을 선택했는지와 막상 읽었을 때 내가 생각한 그것이 있었는지 혹은 내가 챙길 내용이 있는지를 챙겨보려고 한다. 그러지 못했을 때는 미안한 마음을 좀 가져야 하겠지.

책을 빌려 반납일을 챙겨 반납하는 것도 잘해야 하지만 내가 책을 선택하는 데 왜 그 책이었는지를 알아내는 것과, 그 속에서 무엇을 얻었는지를 챙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왜 나는 그걸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이지. 그것도 아주 다 못 읽었다는 불안감 속에서 말이다.

나 이상한 건가....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 도서관의 책은 서가 꽂혀 있기보다는 대출이 많이 일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니 일단 많이 빌려 가는 게 좋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늘 소일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