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춰놓은 알람 소리에 기지개를 켠다. 아침인데 아직은 어둑한 시기가 왔다. 날이 차가워졌다. 이불속이 이제 점점 더 벗어나기 힘들다. 다시 한번 알람이 울린다. 버티기를 포기하고 침실을 벗어나 거실로 간다. 밤사이 차가워진 공기가 바닥에 머무는지 바닥에 닿는 발바닥에 시리다. 올 겨울은 얼마나 차가우려나.
아침을 챙겨 먹고,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고, 옷을 챙겨 입는다. 밤에 꺼내놓은 노트북을 가방에 다시 넣고 현관을 나선다. 나오기 전 마주한 내 얼굴엔 아직 잠기운이 머물렀다. 찬기운이 달려와 얼굴에 남아있는 잠기운을 잡아당기지만 떨어지진 않는다. 아직 버스가 도착하기 전 하지만 급한 마음은 정류장까지 이어진다. 때맞춰 바뀐 신호등, 적당한 시간에 도착한 정류장. 숨을 돌리고 있으니 버스가 도착한다. 버스 기사님에게 인사를 건네고, 운 좋게도 빈자리에 앉았다. 버스는 서서히 움직인다.
신호등에 걸리고, 횡단보도를 가로지르는 분주한 사람들 모두들 자신의 뱡향으로 나아가기 바쁘다. 그들의 다른 현관을 찾아가는 것이겠지.... 사라졌던 조바심이 얼핏 보게 된 시계로 인해 살아났다. 다시 급해진 마음. 하자 벨 소리가 계속 들릴 때마다 조바심은 조금씩 조금씩 커진다. 멈추고, 섰다가 다시 멈추고 선다. 불안은 자꾸 하차 벨을 바라보게 한다. 이번엔 내가 하차 벨을 눌렀다. 살짝 데워졌던 얼굴에 다른 찬기운이 몰려왔다.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고 안도의 숨을 쉰다. 사무실 앞. 문을 연다. 그리고 가면을 쓴다. 버스를 타고 있을 때 마주한 횡단보도를 지나던 사람이 고객이 될 수도, 혹은 내가 그 사람의 고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나를 지우고 직원이라는 가면을 쓴다. 나는 A가 아니라 B가 된다. 오늘도 가면 B의 시간을 시작한다. 9시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