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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o life Apr 17. 2020

좋아합니다! 나의 고백에 골목길은 당황했을까?

어느 후기

평소에도 골목길 사진을 찍었다. 늘 낯설게 다가오는 골목길이 좋기도 했지만, 골목길이 늘어놓는 이야기가 더 좋았다. 그러다 우연히 “골목길 사진을 찍어보며 이야기 풀어 보실래요?”란 행자의 한마디에 덥석 물어버린 [골목길, 사진 찍다] 프로젝트.


처음엔 그냥 사진과 글을 쓰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다른 이들과 함께 골목길을 여행하는 프로젝트였다. 그 순간 나는 개불을 처음 마주하는 심정이었다. 행자가 ‘그냥 하시면 돼요. 어렵지 않아요. 잘하실 거예요.’ 이게 무슨 답이라고. 결국 나는 골목길 여행을 다시 떠났다.


작정하고 떠나서일까. 골목길 마다마다 숨어있던 장소가 다른 얼굴로 다가왔다. 서점이 우주처럼 보였고 [아스트로 북스], 작은 카페는 동화 속 오두막 입구처럼 보였고 [테토테], 멀뚱한 동상은 나에게 말을 걸어왔고 [카페 머지?], 지금의 세상보다 더 작은 세상이 눈에 보였다 [아쿠아온].


얼마나 놓치고 다녔던 것일까? 여러 번 다녀봤으니 새로운 게 더 있겠냔 생각은 기우였다. 늘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공간은 또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여기선 이 이야기를 해야지 생각했다. 저기선 이런 이야기를, 이 골목에선 그 이야기를 해야지. 즐거웠다.


당일. 나는 말을 자꾸 씹어먹고,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다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정신을 차렸다. 악!!!! 이게 뭐야!!!! 그렇게 허무하게 돌아가는 길에서 행자의 ’ 잘하셨다’란 응원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갈 뿐이다. 준비했던 말은 전부 한 건지,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흔적은 다 전해준 건지, 마음은 울상이었다.  늘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늘 잊는다.


하지만 참여자와의 대화 속에서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새로운 골목을 보게 되어 좋았다.’란 말에 조금 안심했고, 사진은 남과 비교하기보다 자신이 보는 시선을 담은 사진이 더 좋은 사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첫 [골목길, 사진을 찍다]는 끝이 났다. 


아쉬움도 있지만 느낀 점이 더 많은 금정구의 골목길로 떠나는 여행.  다시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




*로컬에서 노는 법; LOCAL PLAY 금정컬쳐 중에서

 - 내용은 조금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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