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를 붙여요
잠을 자려고 자리에 누워 생각했어요. 오늘 하루는 어떠했는지를 말이에요.
사실 우울했어요.
이유야 너무 많아서 알 수가 없죠. 많다는 게 좋은 게 아니란 걸 잘 아시잖아요?
그래도 이유가 알고 싶어서 곰곰이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았어요.
아침에 눈을 뜨고, 아침을 먹고, 그 순간까진 아무렇지 않았던 거 같은데 말이에요.
아침에 나온 소고기 뭇국의 고춧가루가 너무 붉어서였을지,
달걀프라이의 노란색이 너무 선명해서였을지,
두부구이의 촉촉함이 너무 심해서였을지...
생각 때문에 머리만 아파졌어요. 결국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런데 이상한 건 생각하지 않기로 다짐하는 순간 괜찮아졌다는 거였어요.
종일 주변을 떠다니던 우울함이 사라졌어요.
웃기죠? 이게 무슨.... 놀리는 것도 아니고 말이에요.
아마 너무 생각이 많았나 봐요. 그래서였는지도 몰라요.
이제 자려고요. 내일은 내일 눈을 뜨면 생각해 보려고요.
이제 잘게요. 잘 자요.
2020. 12. 17. 우울했던 날, 그랬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