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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무드 Feb 19. 2020

정말 아름다운 삶은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야

한 번씩 무너져내리는 때 [마무드에세이, 2]

 

억울했다. 화가 났고, 그 화를 도저히 주체할 수 없었다. 내 마음에서 핵폭발이 일어나는 듯하였고 소리 내서 우는 걸 가장 못하는 내가 소리를 지르고 온 몸을 때리며 대성통곡을 했다. 그리고 갑자기 그 날 하루 종일 내리던 눈보다도 더 시리게 눈빛과 마음이 돌변했다. 갑자기 울음은 그쳤고 계속 차던 숨은 고르게 쉴 수 있었다. 그러고는 또 저질렀다. 그렇게 하지 말자고 적어도 나를 해치지는 말자고 다짐하고 다짐했던 나는 또 무너지고 말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큰일이 아니었다. 아니, 정말 사소하다 못해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없이 지나갈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의연하지 못하고, 겁을 먹고서 억울함과 화가 나는 그 감정의 소용돌이 안에서 나 혼자만의 세상으로 자꾸 빠져들고 말았던 것 같다. 아무도 내 감정과 내 몸에 손도 대지 못하도록. 나는 아주 적대적이었고 모든 사람에게 가시를 세우고 절대 굽히지 않았다. ‘장미보다는 그저 풀밭에 작은 들꽃처럼 살랑거리는 바람도 느끼고 비도 맞고 그냥 그렇게, 작지만 빛나는 삶을 살자’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살고 싶었는데 나는 장미도 아닌 그냥 가시가 되어있었다. 언제든 건드리면 찔러버릴 거라는 독기만 품은.


 나의 숨이 골라지고 눈빛이 또렷하게 그리고 차갑게 변한 그때가 바로 모든 화가 타인에게서 나로 향하는 순간이었다. 더 이상 아무런 사고를 할 수 없었다. 그냥 뭐에 홀린 듯 팔을 걷고 바로 내가 생각한 행동을 실행에 옮겼다. 피가 차갑게 느껴졌다. 살짝 아려오는 상처 난 부위도 뭔가 얼음을 대고 있는 것 같이 차갑게 아렸다. 한 방울, 두 방울 흐르는 핏방울을 그저 지켜보고 있었다. 조용히 숨죽이고 있었던 눈물이 다시금 울컥울컥, 그렇지만 고요하게 터졌다.


 그 고요한 눈물에 느리지만 꾸준히 쌓고 있던 블록이 마지막까지 다 무너진 것 같았다. 그 어떤 일에도, 어떤 세상에 놓였을지라도 나만큼은 따뜻한 온기를 담은 미소를 갖고 살자고, 아름답게 살자고 해놓고서 그 정반대의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 내가 너무 못났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너무 지친 상태로 잠이 든 탓이었을까. 그 어떤 꿈도 꾸지 않고 정말 잔잔한 호수같이 잠에서 깰 수 있었다. 이 세상에는 존재할 수 없다는 절대적인 검은색으로 칠해진 어제의 내가 눈이 실컷 내린 탓에 맑게 개인 아침 햇살에 눈을 뜨고 나니 그 하늘과 같은 색으로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냥, 어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는데 이제는 알 것 같았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못나지 않았구나, 라는 걸. 아니, 오히려 내가 바라던 대로 아름답게 살고 있다는 걸. 그리고 매 순간 어떤 작은 순간조차도 하나의 오차 없는 삶은, 무너져 내리고 다시 회복하고 그렇게 나에게 물도 주고 햇빛도 쐬어주는 시간이 없는 삶은 어쩌면 아름답다고 말하기에 어딘가 부족하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가끔 아주 힘없이 무너지기도 하고 엉망진창이 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고 회복해나가는  이기에, 그렇기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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