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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무드 Feb 19. 2020

서툴러도 괜찮다 말할 수 있는 용기

마무드 그 첫 발걸음 [마무드에세이, 1]



 '글을 써야겠다'라고 마음먹게 된 계기는
아주 심플하면서도 복잡했다.
도대체 무슨 말일까. 가끔은 반대되는 것들이 공존할 수 있는 거지 하고 생각해본다.
마치 인생은 너무 짧지만 긴 것처럼.

 


 사주를 봤다. 가장 친한 친구와 둘이서. 계획에 없었던 일이었지만 그 날은 차와 지갑, 핸드폰만 챙겨 나와 드라이브하며 즉흥적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날이었기에 그 무엇을 갑자기 해도 이상하지 않은 날이었다. 사주를 보는 동안 많은 얘기를 들었지만 내 머릿속에 남는 건 '글 쓰는 거 해라'였다. 마침 나는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었고 원래 전공에 맞춰 취직을 하려 했으나 글쎄.. 이상하게도 글을 쓰는, 아니 적어도 글과 관련된 일들을 하고 싶어 졌다.

 

 내 인생에 있어 '글'이라는 것은 그저 읽고 나의 세상을 넓혀가는 것에 멈춰있었다. 책 읽는 걸 좋아했고 책을 읽는 동안 나 혼자 여행을 다니는 것 같은, 나만의 공간을 얻고 그 안에서 자유로운 나를 느끼는 것, 그리고 책을 사는 공간의 공기와 사람들의 분위기까지 좋아했다. 다만 나 스스로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가 하나의 공간을 만들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아니, 감히 해볼 수조차 없었다. 어떤 글이든지 작가만의 필체로 가득 차 있는 그 문장들에는 '아, 어떻게 저렇게 그려낼 수 있나'라고 생각 들었으니까. 나에게는 그런 능력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떤 글을 읽으면 눈이 가득히 내린 날 아이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에 부족했던 코를 매만져주는 어른을 본 것 같았고, 거친 결을 가진 나무에 따스한 햇빛이 소복이 비추는 것 같았다. 그런 일들을 어떤 느낌이다라고 콕 집어 말할 순 없지만 머리로는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일도 그저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왠지 모르게 내 몸을 감싸는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존재였던 글로 만든 또 다른 세상을 내가 창조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여전히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해보고 싶어 졌다. 시도라도 해보고 싶어 졌다. 안 해도 후회, 해도 후회가 들 것 같을 때도 '그냥 하고 후회하자'하고는 하는데 이건 선택의 여지도 없이 그냥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하면 후회, 하면 얻는 것 밖에는 없을 거라 확신했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서툴고 모자라더라도 나는 잃을 게 없고 그 서투른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나에게, 그리고 내가 한 일에 애틋함과 애정을 느낄 것이니까. 그래서 어떻든 괜찮다 말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글을 쓰자는 하나의 간단한 생각 끝에 나는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내가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나의 태도가 나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되길 바란다. 그 어떤 순간에도 나에게, 나의 삶에게 애정과 애틋함을 가지길 원한다. 초등학생 1학년의 삐뚤빼뚤한 글씨, 틀린 맞춤법 같은 내 서투른 인생에도 괜찮다고 말하고 주저앉지 않길 원한다. 좌절에 빠질 때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 어떻게 돼도 괜찮으니 한번 더, 마지막으로 한번 더를 외치며 계속해서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내가 되길 원한다. 그리고 그런 나의 삶의 태도가 당신의 삶의 태도가 되길 기도해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툴러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당신과 내가 그 어떤 별보다도 빛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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