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도 훨씬 많이 어려운 것 [마무드에세이, 5]
글을 쓰자고 노트북 앞에 앉으면 손가락이 굳은 듯 움직이지 않는다. 손가락이 굳어 움직이지 못하는 시간들은 ‘나만 이렇게 글이 잘 안 써지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글 쓰는 것에 재능이 없는 것 같아 좌절도 하게끔 만든다.
글을 쓰자고 생각하고 나만의 글 소재를 정하고 글을 쓴 지 2주가 됐다. 2주. 아주 짧은 시간이다. 그런데 이 짧은 시간에 문제가 생겼다.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머릿속에서는 ‘아, 이게 아닌데. 분명 쓰고 싶은 얘기가 가득한데 왜 써지지 않는 걸까’라는 생각만 맴돈다. 이게 생각보다 훨씬 괴로운 시간이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너무 멋모르고 글을 쓰자 생각한 건 아닐지, 분명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경험을 해봤으면서 왜 글을 쓰는 것에서는 어떤 망설임도 없이 쓰자고 결정하고 시작했는지, 나도 그때의 나를 이해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제 와서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는 시작을 했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을 봐야 하는 사람이니까.
이럴 때 나는 내 성격이 너무나도 미워진다. 힘들고 괴로우면 그만둘 줄도 알아야 하는 게 융통성 아닌가. 그 융통성이 없는 내가 밉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괴로운 시간들이 모여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진짜 ‘나’를 만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자기 위안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것 같다.
사실 글을 쓸 소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내 얘기와 세상 사람들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삶에 대해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였다는 걸 잠시 잊었던 건 아닐까. 내가 하고 싶은 얘기만 줄곧 써내리 자면 그 글은 좋은 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 책도 내보지 않았고 작가라는 타이틀로 내가 불리기에는 나는 너무 보잘것없는 그저 글을 좋아하고 내 얘기를 하고 싶은 사람일 뿐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무작정 쓴다고 좋은 글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안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어떻게’할 것인지 수백 번 고민하고 쓰고, 수정하고 다시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서야 지만 비로소 그나마 조금 봐줄 만한 글이 나온다는 걸 이미 한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글을 쓰면서도 느꼈으니까.
내가 아무리 하고 싶은 얘기를 써놓는다 하더라도 그 글이 읽히지 않으면 그저 나의 독백에 불과한 것 아닌가. 나는 아직 성숙되지 못한 문인인지, 모두와 함께 나누고 얘기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이게 맞는 건지도 잘 모르지만 말이다. 아마도 글을 쓰자고 결심하고 쓰기 시작하기 전, 이런 주제에 대한 방향성을 정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난 이미 시작을 해버렸고, ‘이제 와서?’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이제라도 조금 더 생각하고 ‘어떻게’ 쓸 것인가 깊게 생각해보려고 한다.
이렇듯, 글이 잘 써지지 않아 괴롭고 힘든 시간을 거쳐가는 중이지만, 나는 이번 바람에는 꺾이지 않을 생각이다. 적어도 나는 글을 쓰면서 잘 안 써지는 바람에 괴롭기도 하지만 그만큼 하나의 글을 다 쓰고, 나의 얘기하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보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방법으로 쓴 것 같아 만족스러운 마음을 느낄 때면 괴로움을 싹 씻겨내려 주는 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을 쓰면서 나는 행복하다. 괴로움 사이사이 숨어있는 행복을 찾는 이 과정이 나에게 너무 큰 따뜻함을 안겨주는 듯하다. 그래서 나는 글 쓰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힘들고 괴로운 시간 안에서 숨어있는 기쁨과 행복을 발견하면 그 힘으로 또다시 나아가고 살아나가는 게 우리니까. 그렇게 여태까지 길진 않지만 짧지도 않은 인생을 살아왔듯, 나는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기에.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과정 중 우리는 너무나도 빛나는 존재이기에 나는 이번에도 역시, 다시 일어나 걸어가 보려고 한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당신도 그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