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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무드 Feb 28. 2020

나 스스로가 가장 어려운 너와 나에게 쓰는 편지

내 마음인데, 왜 내 마음대로 안될까 [마무드에세이, 4]


나에게 감정을 조절하는 게 마음대로 안된다고 말하는 너. 사실 나도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나는 사실 타인보다도 내가 가장 어려워. 내 성격 탓일까, 타인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쏟아부어도 그저 타인이니까 금방 회복할 수 있는 힘이 생겨. 이것도 물론 그저 타인이기만 한 사람들에게만 속한 얘기지만. 그저 타인이 아닌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나 나 스스로에게는 그렇지 못해. 내 감정이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 갔다, 높게 뛰어올랐다가도 갑자기 땅을 뚫고 지하로 내려가는 경험을 하다 보면 너무 심한 ‘감정소비’에 지치더라고. 그게 아니더라도 어떤 마음이 생기면 주체를 하지 못해 일어나는 일들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해. 아마도 너도 그런 이유로 나에게 감정 컨트롤을 잘하고 싶다고 말한 거 아닐까 생각되네.


 사실 나도 내 마음을 내 마음처럼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라 너에게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까 생각을 많이 해봤어. 생각해보니 그냥 나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 내가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말하면 그게 너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이렇게 너와 나, 우리들을 위해 편지를 써.



 우선, 감정과 나를 분리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감정과 나는 동일하게 느껴지지만 어떠한 감정을 느끼는 ‘나’이기 때문에 항상 나는 ‘나’ 일뿐이야. 감정은 그냥 내가 느끼는 내 마음이니까 사실은 ‘나’와 감정은 다른 거지. 말이 쉽지 그걸 어떻게 분리하냐며 나도 많이 어려워했는데 이것도 연습이 필요하더라고. 누군가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건드리면 바로 터져버릴 것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잠시 너 혼자 있을 공간을 찾아가 봐. 혹여나 혼자 있을 공간이 없다면 잠시 사람이 적고 조용한 곳이라도. 그러고 생각하는 거야. 구체적인 네 마음을 말이야. 화가 날 때를 생각해볼까? 화가 날 때 잠시 조용히 혼자 있으면 두근두근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손도 떨리고, 그럴 수 있을 거야. 그럴 때 ‘아, 내가 지금 화라는 감정을 갖고 있구나. 이 화가 ‘나’라는 자체가 아니라 나의 감정이구나. 그리고 언젠가는 지나갈 감정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되내어보면 어떨까. 어떤 감정이든 구름처럼 천천히, 그렇지만 분명하게 지나갈 것은 확실하니까. 그렇게 감정이 조금 차분해지고 나면 너를 화나게 한 일에 대해, 혹은 사람에 대해 한번쯤 대화를 해보는 게 어떨까. 물론 그럴 가치도 없는 사람은 그냥 무시해버려. 그런 사람까지 상대하기에는 넌 너무 소중해. 그러나 분명한 것은 네가 모든 걸 다 참고 감수하며 넘어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거야. 심하게 화를 내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네 감정을 그 사람에게 정확하게 표현하고 널 화나게 한 것에 대해 사과를 받거나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는 말을 듣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너 혼자 모든 걸 감당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는 너에게도, 네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이니까.


 두 번째로는, 네가 슬플 때를 얘기해보고 싶어. 슬프고 우울감에 빠져있을 때 너는 어떤지 잘 모르겠다. 나는 한없이 내가 만든 동굴 속으로 깊이 들어가서 도통 나오려고 하지를 않아. 숨어버리는 거지. 그럴 때 나 스스로 비겁하다는 생각도 하지만 그런 생각보다 내 슬픔이 나를 더 지배해서 나도 나를 어쩔 수 없더라. 특히 눈물이 잘 참아지지 않고 말이야. 근데 말이지, 나는 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 한다고 생각해.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박준’ 책이 있어. 보통 나는 책을 살 때 제목도 중요하지만 목차를 보고 꼼꼼히 살핀 후에 사는 편인데 이 책을 살 때는 그냥 집어 들었지 뭐야. 제목이 마치 나 같아서 그랬어. 나 스스로도 운다고 달라지는 게 없을 거라는 건 알아. 나 혼자 우는 게 어떤 일에 대해 무슨 힘이 있겠어. 근데 적어도, 내 마음에는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게 눈물이라고 생각해. 내가 느끼는 감정을 스스로에게 숨기는 일은 나를 병들게 하니까. 그러니까 눈물이 날 때는 눈물을 참지 마. 그렇지만 울고 싶은 만큼 울되, 너무 오래 슬퍼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나처럼 너무 오래 슬퍼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야. 나는 그러지 못하면서 너에게는 오래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니, 조금 이상하다 그렇지? 나도 요즘 엄청 노력 중이야. 슬퍼하는 시간을 짧게 가지려고. 그러니까 나보다 훨씬 더 강하고 똑똑한 너는 나보다도 잘할 수 있을 거야. 너무 오래 슬퍼말고 그렇지만 눈물을 참지도 말고. 할 수 있지?


 마지막으로는 감정 기복이나 감정이 스스로 컨트롤되지 않는다고 널 미워하지 말아 줘. 남들보다 많은 감정의 종류를 느끼고, 더 풍부하게 느끼는 건 잘못된 게 아니잖아. 다만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내 감정으로 인해 실수할 수 있을 확률이 높아지는 건 있겠지만 내가 앞에서 말한 대로 연습하고 훈련하다 보면 분명 네가 네 마음에 대해 미세한 감정까지 잘 잡아내고 풍부하게 느끼는 건 너의 장점이 될 거야. 왜냐면 그만큼 다른 사람들의 조그마한 반응에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이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네 마음이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고 널 미워하거나 자책하지 마. 너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해낼 거야. 그게 뭐든 말이야. 네가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거. 그게 맞는 거니까 고민하지 말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 너는 분명 네가 살아가고 싶은 대로 사는 게 정답이고, 어떤 의미로 남고 싶은지 생각하는 대로 남게 될 거니까.



 너에게 쓰는 편지지만 나에게 쓰는 편지이기도 해. 이게 우리들이 살아온 삶이고 앞으로도 살아갈 삶이 되겠지. 부족하고 도움이 되지 못하는 글일 수 있겠지만 적어도 네가 네 스스로를 애틋하게 여기고 소중히 생각했으면 좋겠어. 우리, 한 번 사는 인생 ‘잘’ 말고 ‘행복하게’ 살아보자.

 


2020.2.28 Dear Love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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