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드, 여자, 사람 [나의 이야기를 쓰기에 앞서]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살짝 긴장돼 있는 몸을 가다듬기 위해 숨도 고르고, 가볍게 몸도 풀어봅니다. 아직 모르는 세계에 들어가기 전, 두려움과 긴장감이 드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니까요.
처음 글을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고 나니 이상하게 손에 땀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머릿속이 아이보리색 벽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어떤 이야기로 나의 말을 꺼내놓아야 할까 생각해봤습니다. 몇 시간 째 키보드에 손을 얹고 가만히만 있다가 우선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구체적인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을 먼저 해보기로 했습니다. 마음을 알아차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방법은 잠시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눈을 감아보는 것입니다. 그러고는 가만히 주위의 소리를 듣습니다.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그냥 듣는 거죠. 내 옆에서, 혹은 멀리서부터 흐르는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나의 고민과 마음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게 되는 듯합니다. 그렇게 제삼자의 입장에서 나의 마음을 바라볼 수 있는 준비가 되면, 지긋이 들여다봅니다. 나의 감정이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 조금씩 저에게 힌트를 주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무작정 화가 나는 상황에서는 ‘무엇 때문에’라는 등의 더 구체적인 힌트들이 나에게 들어오는 거죠. 그렇게 하나씩 알아가다 보면 감정이라는 게 참 생각보다 복잡해서 단 하나의 단어로 표현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런 방법으로 지금 저의 감정을 들여다봅니다. 첫 감정은 ‘당황스럽다’에서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다음으로 ‘긴장된다’, ‘잘 해내고 싶다’까지 힌트를 얻고 나니 조심스레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아, 나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 처음 시작하는 이 일에 마냥 감사할 수 없고 부담을 느끼고 있구나. 그래서 손가락이 굳고 머릿속의 명도가 높아만 지는구나.’ 하고요.
잘하고 싶다, 잘 해내고 싶다는 나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기대감은 나를 얼어붙게 만들기도, 조금의 긴장감을 주어서 그 일을 더 정확하게, 만족스럽게 완성해낼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어느 쪽으로 더 치우쳐져 일을 어떻게 마무리하는가는 온전히 나에게 달린 일이라는 것에 무작정 나의 공간이 확보된 것에 대해 좋아할 수도, 불안해할 수도 없게 됩니다.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나의 영역을 가진다는 거에 기쁘기도 하지만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을 만큼 온전히 나 혼자 해 나가야 하는 일이기에 더욱더 부담이 되고 자칫하다가는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겠죠.
가끔은 ‘왜 그저 좋기만 할 수 있는 사람의 감정이나 일은 존재하기 힘든 걸까’하고 생각해봅니다. 왠지 모르게 야속하고 원망스러울 때가 있죠. 하다못해 누군가를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것조차 마냥 행복하고 따뜻할 수만은 없는 일인 것처럼요. 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되면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일이 돼버리는 것처럼요. 그렇지만 그래서 우리 인생이 살아볼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런 과정 안에서 우린 성장하면서 내 뜻을 알아가고, 그 뜻대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기 때문에요. 참, 어렵죠.
그토록 어려운 일을, 어려운 삶을 하루하루 해내가고 있는 당신과 나에게 저는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검은색으로 둘러싸인듯한 세상에서 작은 빛을 찾아 끊임없이 걸어가는 당신은 참 아름답다고, 당신에게서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반짝거림이 있다고. 그리고 힘이 들면, 잠시 쉬어가도 좋으니 놓아버리지만 말고 쉬엄쉬엄, 그렇게. 당신답게. 늘 빛날 것이라고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