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무드 Apr 20. 2020

너에게 줄 수 있는 것

믿음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온전한 내 마음뿐이었다.


 나는 최선을 다해 내 마음을 너에게 보여준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최선은 너에게만큼은 최선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모든 일의 어그러짐의 시작은 같은 것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나는 무서웠다. 너에게 최선을 다하는 나의 모습이 너에게는 한없이 부족해 결국 어그러질까 봐. 그게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가장 두려운 일이었다.


 나에게 화가 났다. 내 최선이 너를 안정시켜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 나는 겨우 그런 사람에 그치는 것 같아서. 내 인생에 있어서 나는 뭐든 하고자 하면 하는 사람이었고 잘하는 사람이었는데 너를 사랑하고 너에게 온전함으로 가득 차있는 따뜻함을 전하는 것은 잘은커녕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이렇게나 모자란 사람이라는 걸 이제야 깨달은 것도, 이런 내가 널 사랑하는 것도 모두 다 미안하고 마음이 쓰라렸다. 동시에 나는 겁쟁이가 되어있었다. 다른 그 어떤 것에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감한 사람으로 살아왔는데, 너를 얻고 나니 너를 잃을까 봐 그게 너무나도 무서워서 혼자 앓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난 이렇게나 많이 부족하고 이렇게나 많이 못난 사람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사랑한다. 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전부 너를 향하고 있다.


 이렇게 모자란 나지만 내가 갖고 있는 것 중 가장 선명하고도 맑은 색은 너를 사랑하는 색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 마음에, 너를 사랑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욕심내지 않고 하나씩 천천히. 그렇게 말이다.


 넌 사랑받기에 너무나도 충분한 사람이라는 것, 너는 늘 그 어떤 것이든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 그것만이라도 네가 나를 통해 알게 된다면. 그렇다면 기꺼이. 믿음까지는 아니더라도, 그거까지는 아니더라도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맑고 묽은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