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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뒹구리 Feb 11. 2021

12. 은퇴하면 뭐하노?!

남의 일 VS 나의 일

집뒹구리 이야기


12. 은퇴하면 뭐하노?!

남의 일 VS 나의 일




   책을 읽고 투자 관련 영상을 보면 ‘월급쟁이는 절.대.로. 부자가 될 수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회사에서는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한 정도 월급만 주기 때문이다. 나도 그것을 아주 잘 안다. 이건 정말 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월급이 들어온 순간 청약통장, 생활비 통장, 관리비 통장, 비상금 통장 등으로 돈을 나누어 보낸다. 예상되는 고정 지출을 제외하면 이번 달 생활비도 정말 최소한의 먹고 살 정도의 돈 밖에 안 남는다.


  회사는 왜 이렇게 근로자에게 야박할까? 그 이유는 회사가 다른 것에 집중을 하기 때문이다. 배당 이야기를 하면서 언급했듯이, 회사들은 주주들이 준 자본금을 통해서 회사를 운영한다. 그리고 주주들에게 회사의 이익(배당)을 나눠 주기 바쁘다. 배당을 적게 주면 자본금을 빼서 다른 회사에 투자를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주주의 눈치를 봐야한다. 그래서 근로자에게 신경 쓸 수 여유가 없다. 그리고 근로자들은 적당히 살아갈 정도만 주어도 일을 하고 알아서 회사에 충성하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이다.


  그런 근로자의 월급을 10만원 올리려면 1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 마저도 사장님이 올려준다고 해야 올라가는 것이지, 내가 올려 달라고 할 수도 없다. 그저 사장님의 눈치를 보면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도 월급이 동결이다. 작년에 비해 물가는 상승했는데, 내 월급만 동결이다. 마음에 안 들지만, 그렇다고 회사를 그만 둘 수도 없다. 그만두는 순간 최소한의 생계비마저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아이는 자랐다. 친구들이 학원에 가는 것을 보고 자기도 가고 싶다고 한다. 태권도 학원도 가고 싶고, 미술 학원도 가고 싶다고 한다. 지금도 빠듯한 생활인데, 학교를 가면 지출이 더 늘어날 것이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월급 10만원을 올리기 위해 사장님께 잘 보이기만 한다면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수입을 늘리자는 생각이었다.



  수입은 그대로인데 기본적으로 나가는 돈들이 너무 많다. 지출을 줄이고 아껴봤지만 돈은 항상 모자랐다. 이렇게 아끼는 것에 지쳐갈 때쯤 보게 된 책이 ‘파이낸셜 프리덤’이라는 책이었다.


  ‘파이낸셜 프리덤’의 저자 그랜트 사바티어는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오래 걸리니, 투자금을 늘리라’고 말한다. 내가 8년을 기다려서 만들 수 있는 500만원을, 지금 부수입을 만들어서 4년으로 줄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빨리 투자 원금을 늘려서 최대한 빨리 은퇴하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아끼지 말고 쓰고 싶은 것을 쓰라’고 말한다.


  보통 부자가 되려면 돈을 아끼고 저축하라고 하는데, 그랜트 사바티어는 ‘쓴 만큼 벌면 되니, 지금 당장 부수입을 만들어라’라고 한다. 결국 행복하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인데, 지금의 행복을 버려가면서 돈을 모으라고 하지 않는다. 나는 그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돈이 부족하면 돈을 벌면 된다'는 간단한 말이 내 생각을 또 바꾸어 놓았다. 나는 소득을 올린다는 것을 연봉을 올리는 것으로만 한정되게 생각했다. 그런데 부수입을 통해서 나의 총 소득을 올리라는 글을 보니, 또 다른 세상이 보였다. 그리고 빠른 은퇴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은퇴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아무것도 안 하면 시간을 낭비하는 느낌이 든다. 집에서 쉬는 날에도 무엇인가를 만들거나 정리하거나 계속해서 몸을 움직인다.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은 나에게 고문이다.


  그런 나에게 은퇴를 하고 집에서 쉬라고 하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답답한 일이다. 나는 '나이가 들어서도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의미를 찾기 위해서라도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편에게 ‘나는 계속 일을 할 테니, 남편에게 은퇴를 하라’고 했다.



  그런데 남편이 은퇴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바꾸어 주었다. ‘은퇴를 한다고 일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지금 회사에서 하는 일은 남의 일을 하고 있는 거야. 은퇴를 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돼."


  남편은 “일” 이라는 것의 분류를 다시 해 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나는 남편과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니며 살고 싶다. 여행을 다니며 블로그도 하고, 유튜브도 하면서 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살고 싶다. 그렇게 곰곰히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생각을 하자 회사를 다니면서 못하고 있는 것들이 떠올랐다. 아이들의 어릴 적 사진을 가지고 포토북을 만들고 싶고(시간이 정말 오래 걸린다), 칼림바도 배우고 싶고, 작은 집 만들기 DIY나 색칠공부도 하고 싶다. 생각해보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주 많았다.


  은퇴를 하면 내가 하고 싶던 일을 다 할 수가 있다고 생각을 하니,


  더 빠른 시간에 은퇴가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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