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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뒹구리 Feb 01. 2021

05. 나이든 나를 고용해 줄 곳은?

은퇴는 할 수 있을까?

집뒹구리 이야기


05. 나이든 나를 고용해 줄 곳은?

은퇴는 할 수 있을까?




  여느 날처럼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편 회사의 40대 과장님께서 남편에게 조언을 해 주셨다고 한다. “30대 중반만 되도 이직하기가 힘드니, 젊을 때 더 큰 회사에 들어가서 오래 다니라”는 조언이었다. 큰 회사에서 오래 다니면서 오랫동안 돈을 벌라는 의미였다. 30대 중반이면 2~3년 밖에 안 남았는데, 지금이라도 회사를 옮겨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아직 젊고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다. 현재 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지금 다니는 회사가 아니어도 다른 곳에 가서 일할 수 있다. 혹시 ‘면접에서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은 할 수 있지만, 이 많은 회사 중에 내가 들어갈 회사 하나쯤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젊은 나를 고용하려는 수요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생기는 자신감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나이가 많다면 어떨까? 사람이 나이가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나도 언젠가 60세가 될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60세가 되면 은퇴를 한다. 요즘은 60세에 은퇴를 한 후, 40년은 더 살아야 한다. 60세 이후에 일을 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은퇴 후 가게를 차리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남은 인생을 살아가기 위함일 것이다. 그렇다. 60세에 은퇴를 한 후에도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보통 대학교를 졸업하고 25세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60세까지 일을 한다. 100세를 산다고 가정했을 때,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35년 밖에 없다. 그 35년동안 벌고 모은 돈으로 남은 인생까지도 살아야 한다. 그냥 나 혼자 살기에도 모자랄 것 같은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몇 배의 돈이 더 필요하다.


  그럼 ‘60세에 일을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50세가 넘어가면 몸이 예전 같지가 않을 것이다. 작은 글씨가 보이지 않고 힘도 예전만큼 쓰지 못한다. 마음만큼은 청춘이고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내 몸은 자꾸만 둔해지고 느려진다. 그런 상태의 나를 고용할 회사가 있을까?


  심지어 기술의 발달로 인해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나는 나이가 들면서 힘이 없어지지만, 로봇은 건전지만 갈면 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나는 하루에 24시간을 모두 일할 수 없지만, 로봇은 24시간동안 일을 할 수가 있다. 나는 로봇을 이길 자신이 없다.


  아무도 나를 고용하지 않는데, 나는 돈이 필요하다.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당장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떠올렸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이 폐지 줍는 일이었다. 길에 있는 박스와 병을 주워 고물상에 팔 생각을 한 것이다. 길에 버려진 것들을 모아서 돈으로 만들수 있으니, 자본없이 시작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경쟁이 붙게 된다면, 나는 그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박람회 출장



  지금은 내가 힘이 있기 때문에, 늙어서 그렇게 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다. 지금 당장 사고를 당해서 일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당장 내가 병원에 누워있게 되면, 집 대출금을 갚지 못해 은행에 집을 내어주어야 하고, 당장의 생활비가 사라진다.


  그런 상상을 하자 너무도 막막했다.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나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채 미래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렇게 불안한 미래가 그려지자 제일 먼저 아이들이 걱정됐다.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은 모르겠지만, 아이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조금 못 살아도 되지만, 우리 아이들은 평범하게라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더 악착같이 책을 읽었다.



  아이가 크면서 매년 작아지는 옷과 양말을 보게 된다. 나는 대학생 때 입었던 티셔츠를 입어도 맞지만, 아이는 작년에 입던 옷이 맞지 않는다. 매년 자라는 아이를 보면 대견하고 사랑스러운데, 자라는 아이에게 맞는 옷을 사줄 형편이 안 되는 현실도 보게 된다. 빨래를 개다가 맞이한 현실 자각 타임.


  작년에 신고 다녔던 양말이 아이의 발이 커지면서 작아졌다. 아이의 양말을 사야 하는데, 그 달 생활비도 마이너스였다. 나는 아이의 양말조차 사주지 못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다시 한 번 무기력 해졌다. 가족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가족들과 떨어져서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면서 돈을 버는 데도 양말조차 사주지 못하는 형편이라니. 다른 집들은 다들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일까? 나만 이렇게 힘든 걸까? 다른 집들도 다 겪는 일인데,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아서 내가 모르는 걸까? 돈이란 무엇일까?



 도대체 무엇이기에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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