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0 제작자와 창작자 사이

저자와 편집자와 마케터, 한사람이 다 할 수 있을까?

by 땅콩

책출간하고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저자로서 나는 심리적으로 고된 한 달이었고 마케터이기도 했던 ‘나’도 녹록지 않은 시간이었다. 편집자로서 '나'는 어째서 편집기획안을 쓰는지 알았고 거기에 대한 확신을 잃지 않아야 출간과 홍보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겪은 시간들이었다. 책 쓰기와 편집, 마케팅 세 가지가 각각 역량을 발휘해야만 책출판에서 성과를 낼 수 있으므로 독립출판저자는 이 세 가지가 자신에게 있는지 체크해 보자.


1. 편집기획안_편집자
2. 정서적인 지지자
3. 능동적인 마케터(출판사)


1. 편집기획안은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동력이 되어준다.

좀 오래 걸리더라도 방향이 확실하면 포기하지 않게 되고 어딘가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막히더라도 돌파구가 분명히 생긴다. 편집기획안 안에 질문이 있고 답이 있기 때문에 출판사의 편집자는 편집기획안을 먼저 본다. 내 책의 쓸모에 관해 저자이자 편집자였던 나는 계속해서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불확실한 생각으로 스스로를 못살게 구는데 이것만큼 창조성을 망치는 지름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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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기획안이 누군가에게 채택되었다면 그 의도와 원고를 믿고 끝까지 도착해 보는 것. 그럼 어떤 결과든 받아들이기 쉬워진다. 최선만으로 안 되는 게 세상이고 어떤 성과는 타이밍과 시절이 필요하기도 하다. 또 첫 기획에 첫 책인데 이보다 나쁜 결과가 어디 있으랴? 이제 첫걸음 떼었으니 득이 됐던 경험만 가져가자.


2. 아이디어와 심리적인 에너지는 팀원에게서 충전된다.

새로운 기운은 외부에서 들어오기 때문에 의견은 나눠야 하고 고민을 털어놓는 동료가 있는 게 좋다. 하지만 이것도 과정에서만 가능한 소통이다. 이미 일어난 결과에 대해 의견을 털어놓게 되면 이 결과가 도출된 원인에 집착해 자신의 현재 감정을 개선시키는 걸 도와주진 않는다. 결과에 대한 의견 공유보다는 그 결과가 내게 미친 심리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 구체적인 위로를 구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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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책이 잘 팔리거나 반응이 좋거나 독자의 후기가 좋다면 그 결과에 대한 원인분석은 신나는 일이 될 거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모든 분석은 남 탓을 하거나 나를 자책하거나 두 가지밖에 없다. 그러니 적극적으로 내 심리를 보살펴주고 편을 들어주고 엉망진창이 된 멘탈을 받아줄 동료가 있어야 한다. '동료'는 가족이나 지인이 아닌 내 작업과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 혹은 함께 했던 사람, 출간과정을 지켜보고 그 생태계를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 내 고민의 결이 어떤 부분인지 이해하고 구체적인 위로를 해 줄 수 있다. 독립출판물의 핵심은 멘탈관리!


3. 능동적인 편집자(출판사)

그런 의미에서 책출판만큼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진심으로 힘을 보태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출판은 창작과 비즈니스의 결합이다. 창작자는 크리에이티브함에 집중하고 편집자는 책이 세상과 독자와 잘 소통할 수 있는 가교역할을 한다. 마케터는 이 책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 가닿을 수 있도록 길을 만든다. 혼자 이 모든 것을 하게 되면 객관적인 시선을 잃어버린다. 책은 글이 사는 집이기에 집의 수명을 조금이라도 늘리려면 독립출판물이라도 주변 편집자와 마케터에게 조언을 구해보는 용기를 내보자. 출판은 담당자들에게 높은 소득을 올려주진 못하지만 만들고 판매되는 과정에서 가치를 공유하는 유대감과 높은 성취감을 주는 작업이란 걸 이번에 알았다. 적정한 수고비를 책정해 일을 부탁하는 것도 좋지만 여의치 않다만 서로의 재능을 교환하면서 출판작업을 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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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의 출판은 자비출판+위탁유통 및 홍보라는 조금 특이한 케이스라서 내가 얼마만큼 출판사에게 기대를 하고 출판사는 내게 어느 정도의 믿음이 있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독립출판과 단행본의 중간 즈음 되는 방식이라 출판사는 수동적일수밖에 없고 저자는 더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했다. 그 덕분에 많은 부분을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처음 시도해 보는 아카이브북이고 지원금 혜택으로 실험적인 면이 많이 있었기에 이만큼 선전한 것도 내게는 뜻밖의 결과였다.


가장 힘든 건 저자로서의 입장이 다르고 제작자이자 판매자로서(출판사)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압박이었다. 얼마큼 애를 써야 최선을 다한 것일까? 임계치를 모르고 나를 소진하다가 번아웃이 오곤 했다. 요즘은 작가도 자기 책 홍보에 적극적이다. 출판시장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인세계약을 했다면 출판사에게 출간과 관련해 어떤 홍보와 마케팅을 준비 중인지 일정을 전달받거나 요청해서 작가가 해줄 수 있는 틈새 영역을 발견해 보는 것도 좋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저자가 홍보에 적극적인 것만큼 든든한 게 없기 때문이다.



출간 직후 한 달 동안은 여러 독립서점에 입고메일을 돌리고 택배로 책을 보냈다. 인디펍 독립출판플랫폼에서 상품을 등록했고 출판사에서 열어주는 출간기념회에도 참여해 공동으로 북토크를 하기도 했다. 대형 온라인 서점과 계약해 책상세페이지를 만들고 홍보자료도 디자인했다. 출간하고 한 달이 지나자 6개월 동안 쓰고 만들고 파느라 몸과 마음을 다 써버렸는지 번아웃이 왔다. 다음 작업에 들어갈 준비도 해야 했기에 마케팅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첫 책을 잘 보내주는 의식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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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고 책이 얼마나 팔리는지 왜 안 팔리는 뭘 더해야 하는지 같은 '제작자'회로를 마무리하고 '창작자' 회로를 열기 위해 충전이 필요했다. 부족한 점이 많이 있었지만 이별의식에서는 잘한 것들만 적어서 격려해 주었다. 그래야 내 약점들로 나를 괴롭히지 않을 수 있으니까. 이제 훨훨 날아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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