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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집가 이니 Dec 20. 2022

퇴사 후 행복한 오후

퇴사를 하고 평생동안 가장 원했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원하는 대로 자고 일어나고, 좋아하는 책을 쌓아두고 좋아하는 영화를 실컷 본다. 오늘은 어디를 갈까 기웃거려보기도 하고. 먹고 싶은 것을 잔뜩 찾아보기도 한다. 그렇게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저 행복해진다.


회사를 다닐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여유였다. 회사를 다닐 때는 간신히 일어나서 나만의 시간 같은 건 없이 그저 출근하기에 바빴다. 정신없이 일하고 퇴근해서는 '보상심리'에 새벽 3-4시까지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곤 했다. 사유는 멈췄고 독서가 멈췄으며 내 삶과 내 시간은 죽어갔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비합리적인 일들을 보며 분노했고 불평이 가득해졌다. 뾰족해지고 건강을 잃었으며 예민해졌다. 늘 일과 시간에 쫓겼다.


친구에게 '퇴라피'라는 말을 들었다. 퇴사와 테라피를 합친 말이라고 한다. 나는 퇴라피 중이다. 퇴사를 하고 나서 다시 사유가 시작되고, 독서를 시작하고, 내 삶과 내 시간이 살아나고 있다.


평생 이렇게만 살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그러고 보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건 몇 권의 책, 몇 편의 영화, 그리고 따뜻한 침대구나. 이 감각을, 이 시간을, 이 삶을 기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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