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를 읽고
언제나 지금보다 한 보 앞서 나를 돌보는 지금, 평생을 함께할 나 자신과 잘 지내며 스스로가 보기에 멋진 할머니로 나이 들어가는 것이 삶의 방향이 된다. 누군가 이 글을 읽으며 자신의 일상 속 루틴을 떠올려보고, 작은 일상들을 더욱 소중히 여길 기회가 된다면 참 좋겠다.
어떤 순간에도 임시의 삶은 없다. 어제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내일은 어떤 예측 불가능한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가장 확실한 것은 나는 지금을 살고 있고, 여기에 있는 나를 잘 돌보며 사는 것만큼 확실한 만족을 주는 일은 없다는 점이다.
정말 좋아하는 일은 고민하지 않는다. 목표를 정해서 시작하는 것도 아니다. 하고 싶으니까 별다른 계산 없이 한다. 그런 일 하나를 찾았다면 손에 꽉 쥐고 잘되든지 말든지 계속하는 거다. 성공에 욕심부리는 순간 부담감에 짓눌려 재미가 사라질 테니까. 그러니까 그저 ‘또 쓸 수 있어서 좋다’라는 가벼운 느낌으로 오늘도 쓴다. 평생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만으로도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설레었던 어느 날을 기억하면서.
멍게 특유의 향이 갓 지은 잡곡밥과 깨끗하게 씻어 잘게 자른 채소와 잘 어우러진다. 별다른 양념 없이 쓱쓱 비벼낸 멍게 비빔밥에 고소한 참기름 한 방울. 갓 끓여낸 냉이 된장국을 곁들여 여유롭게 먹고 나니 하루치 피곤이 풀린다.
여행지에서 먹는 조식은 맛보다 여유를 먹는 시간 같다. 바쁠 것도 없고, 긴장될 일도 없는 비일상적인 공간에서 맞이하는 아침. 유럽의 작은 호텔에서 먹는 그저 그런 크루아상과 홍차마저도 특별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꼭 여행지에서만 느끼라는 법 있나. 멀리 가지 않고 나의 일상에도 설렘의 양념을 칠 수 있다. 누군가는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며 커피 향으로 아침의 설렘을 채운다면 내겐 홍차다.
기존과 다른 일로 전업하면서 연봉을 낮추고 들어갔건만 회사가 밥 먹듯이 철야를 시켰다. 한 사람에게 두 가지 역할을 시켰기 때문인데, 나의 빌어먹게 성실한 면은 이때에도 발현되어 대안이 생길 때까지 이를 악물고 일했다. 취업 사기처럼 느껴지던 회사에 다니는 동안 이직을 준비할 시간조차 없이 바쁘고 지쳤다. 내 삶에는 일밖에 없었고, 새벽에 회사에서 나도 모르게 잠들어 있다 깨면 나를 착취하던 상사가 두 눈을 부릅뜨고 일하는 모습을 목격하곤 했다. 우리는 모두 일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었다.
내게 유일하게 겁이 없는 영역이 있다면 새로운 제안이나 기회를 덥석 물고 일을 어떻게든 해내고야 말겠다는 추진력에 있을 것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시작이라도 할 수 있다면,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지 않아도 상관없다. 부딪혀보았는데 깨지고 실패한다면 배울 수 있고, 행동을 수정할 수 있다. 미지의 분야에 겁을 먹고 이러쿵저러쿵 상상만 하면서 결국 안 될 거라 결론 내리고 시도조차 안 해보는 일보다는 훨씬 낫다.
무언가 쓰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다 느낄 때 가장 행복하다. 그러다 보니 늘 소멸하는 일기보다 요즘의 관심사, 소위 말하는 ‘덕질’을 글로 남긴다. 건강한 식사법에 푹 빠져 있는 지금은 낫또는 저녁에 먹는 것이 좋다는 등 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여러 정보를 모으고 정리한다. 조선미술사 관련 전시회 등에서 새롭게 얻은 지식을 정리하고, 음악회에 다녀오면 감상문을 짧게 적고 다음번에 다시 읽어보며 그때의 즐거움을 곱씹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