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사랑하는 나에게, <온에어>는 선물이 되었다

2008년작 드라마 <온에어> 감상 리뷰

프롤로그

드라마를 사랑한다.
한 회 한 회 쌓여가는 인물의 감정선, 시간의 결이 살아 있는 대사들, 배우의 눈빛과 감독의 시선, 그 모든 게 나에게는 치유이자 설렘이다.

그래서였을까.
드라마 제작 과정을 그린 드라마 〈온에어〉는 내게 ‘작품’이 아니라 ‘선물’처럼 다가왔다.


1. 드라마 안에서 드라마가 태어나다

〈온에어〉는 드라마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드라마로 보여주는 독특한 작품이다.
나는 막연히 드라마 제작자라 하면 작가, 배우, 감독, 촬영 감독 정도만 떠올렸다. 그런데 아니었다.

제작사 대표, 제작PD

배우의 매니저

스태프 한 명 한 명


이 모든 사람들의 열정과 고군분투가 모여야 비로소 ‘드라마 한 편’이 완성된다.
촬영장은 늘 돌발 상황의 연속이고, 그때마다 누군가는 웃고, 울고, 부딪치며 작품을 지켜낸다.

〈온에어〉는 그 과정을 21부작이라는 긴 호흡으로 섬세하게 담아낸다. 보는 내내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2. 얽히고 설킨 네 사람의 이야기

물론 인물 간의 관계도 빠질 수 없다.

기준과 영은

기준과 승아

영은과 경민

승아와 경민


이 네 명의 관계는 애매하게 얽혀 있다.
사랑일까, 우정일까, 동료애일까.
‘누가 누구와 이어질까?’ 하는 질문 속에서 아슬아슬한 감정선이 시청자의 마음을 흔든다.
그리고 그 관계들이 조금씩 깊어지는 과정에서 각자의 ‘직업적 존재감’도 또렷해진다.


3. 김은숙 드라마, 직업의 세계를 말하다

〈온에어〉는 김은숙 작가의 세계관이 선명한 작품이다.
김은숙 드라마의 매력은 ‘로맨스’에만 있는 게 아니다.
그 안에는 언제나 **‘일하는 사람들의 치열함’**이 있다.

작가 서영은은 수많은 히트작을 가진 베테랑이지만, 스스로 깊이가 없다고 느끼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배우 오승아는 대스타지만 ‘발연기 논란’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몸을 던져 진짜 연기를 시작한다.

감독 이경민은 입봉 감독으로서 매순간 부딪치고 설득하며 자신이 믿는 세계를 구현해낸다.


그들은 성공한 사람도, 이제 막 시작한 사람도 아니다.
모두가 ‘더 나은 나’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다.
그 치열함이 너무 멋있었다.


4. 매니저 장기준, 내가 몰랐던 진짜 ‘직업인’

그리고,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인물은 장기준이다.
소속사와 매니저라는 존재를 나는 늘 언론플레이나 사과문 뒤에 있는 사람쯤으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장기준은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었다.

오디션 기회 알아보기, 기사 수습, 연기 조언...
배우 오승아를 단순히 사랑하는 사람 그 이상으로, **‘함께 꿈을 이뤄가는 사람’**이었다.


오승아가 자신을 믿어주지 못한 그에게 실망하며 사과하라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장기준이 오승아에게 한 말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널 믿지 못해서가 아니야. 난 그렇게 해야만 했었다. 배우가 일으킨 논란을 수습하는 거. 그게 매니저의 일이야. 그게 내 일이라고. 내가 그거 안 하면 뭘 할까? 그냥 오승아 옆에서 오승아의 남자나 할까?”


장기준은 어른 같고, 냉정하지만 따뜻하고, 다정하지만 직업적 자존심이 확고한 사람이다.
그런 모습이 오승아가 그를 사랑하게 만든 이유였을 것이다.


5. 박용하, 그 이름 하나로도

마지막으로, 이건 그냥 사심 가득한 이야기.
박용하 배우가 연기한 이경민 감독, 너무 설렜다.
씨익 웃는 미소 하나로 마음이 무너졌고, “이런 사람이 정말 감독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지금은 고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더 아프게 다가온다.


젊은 시절의 송윤아, 김하늘, 이범수까지…
옛 드라마가 주는 묘미는 이런 데 있는 것 같다.
그 시절의 빛나는 순간들을 다시 만나는 것.


에필로그: ‘드라마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는 늘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도깨비는 삶과 죽음

태양의 후예는 생명과 사명

시티홀은 정치

그리고 〈온에어〉는 드라마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이란 무엇인가”
철학에서 가장 오래된 질문이다.
그리고 김은숙은 그 질문을 드라마라는 장르로 탐구한다.
그 점이, 내가 그의 드라마를 사랑하는 이유다.

〈온에어〉는 21시간을 통째로 가져갔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그 시간 덕분에 나는 더 많은 걸 얻었다.

좋은 드라마 한 편은, 나에게 최고의 힐링이다.
앞으로도 김은숙 드라마를 계속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좋다.


“드라마를 사랑하는, 감상 에세이를 쓰는 블로거 ‘수집가 이니’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