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연애는 품위로 완성된다

2025년작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감상 리뷰

프롤로그


설거지하며 보기 시작한 가벼운 드라마였다.

이준혁과 한지민의 케미가 좋아 보여서 클릭한 넷플릭스의 ‘나의 완벽한 비서’.

그런데 예상과 달리, 나는 이 드라마에서 꽤 큰 위로를 받았다.

어른스럽고 현실적인 로맨스,

그리고 육아와 삶의 무게에 대한 세심한 시선 덕분이었다.


✨ 1. 산뜻하지만, 어른스럽고 현실적인 로맨스

이 드라마는 갈등이 터져도 소리 지르거나 감정적으로 폭발하지 않는다.
오히려 유은호는 차분하고 품위 있게 문제를 해결하고,
강지윤은 대표로서의 위엄과 품격을 잃지 않는다.
그런 그들이 만들어내는 연애는, 결혼이나 출산으로 수렴되는 엔딩이 아니라
‘계속해서 함께하는 삶’으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그 결말이 좋았다. 정말 어른스럽다고 느꼈다.


✨ 2. 편견을 돌아보게 만든 로맨스 클리셰의 전복

나는 그동안 로맨스 드라마에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
무조건 남주가 여주에게 반해서 끝까지 사랑한다는 설정은 비현실적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달랐다.
서로 살아온 삶을 존중하고, 충분히 이해하려는 마음이 보여서
‘이런 사랑이라면 끝까지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유은호가 강지윤의 과거 불행에 간접적으로 얽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자책하거나 떠나는 대신, “그래서 더 곁에 있어야겠다”라고 말하는 장면.
이건 너무도 성숙하고 개연성 있는 선택이었다.
최근 본 〈지금 거신 전화는〉에서 백사언이 자책하며 홍희주를 떠나는 장면과 대비되어, 더 깊게 다가왔다.


✨ 3. 비서로 머무르지 않은 유은호, 그 성장의 흐름

드라마 제목만 보면 ‘비서’ 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유은호는 단지 보조 역할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유능한 인사관리 전문가였고, 강지윤의 제안으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다.

“내 새 회사의 첫 번째 후보자가 되어주세요.”


이 대사 하나로 모든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여주인공인 김미소가 비서라는 직업이 천직이라고 느끼고 남는 것과 달리, 유은호가 비서가 아닌 자기가 원래 갖고 있던 커리어로 돌아가는 전개가 너무 좋았다.


✨ 4. 육아를 품은 이야기, 현실에 닿은 감정들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 강단이가 딸을 외국에 보낸 설정은 차은호와의 관계를 너무 가볍게 만들었다고 느꼈다.
하지만 〈나의 완벽한 비서〉는 달랐다.

유은호는 싱글파더로서 육아에 지극했고,
연애에도 신중했고,
강지윤 역시 그러했다.

특히 서미애 이사가
“왜 네가 흠있는 남자랑 시작하려고 해. 굳이 이혼하고 애가 딸린 남자랑”이라 말할 때,
강지윤의 대답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그게 왜 그 사람 흠이야. 그 사람 인생이지.
그리고 그 사람이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거야.”


이 대사는 지금도 마음에 박혀 있다.


✨ 5. 아이를 키우는 사람의 마음이, 드라마 전반에 묻어나 있었다.

유은호가 별이를 지극히 사랑하는 이유,
장선우가 아들을 꼭 데려가고 싶어 했던 이유,
정수현이 서준이를 아꼈던 이유…
아이를 낳기 전에 봤다면 그 감정선에 깊이 공감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나도 아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그 마음들을 다 알 것 같았기 때문에,
이 드라마에 더 깊이 몰입하게 되었다.
예상치 못한 덕통사고,
눈물 나는 순간들이 정말 많았다.


✨ 6. 유은호처럼 요리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건 그냥 내 개인적인 바람.
다른 살림은 몰라도, 나도 유은호처럼 요리는 잘하고 싶어졌다.
그 장면 하나하나가 너무 자연스러우면서도 능숙해서,
‘저런 남자가 되고 싶다’가 아니라 ‘저렇게 요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 나 요리는 잘하고 싶어 :)


에필로그: 무게 있는 드라마 대신, 나에게 필요한 이야기

‘나의 완벽한 비서’는 의외의 선택이었다.
무게 있고 여운 깊은 ‘시티홀’과 ‘폭싹 속았수다’ 같은 작품을 마치고 어떤 식으로 감정을 마무리지어야 할까 고민하는 나에게,
이 드라마는 작고 밝은 틈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어느새, 마음속에 길게 남는 문장들을 남겨주었다.

좋은 드라마는 글을 쓰게 만든다.
그리고 ‘나의 완벽한 비서’는 정말 좋은 드라마였다.


“드라마를 사랑하는, 감상 에세이를 쓰는 블로거 ‘수집가 이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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