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남 Oct 10. 2020

못된 사람의 생존전략

그 또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일 뿐. 

나는 수다떠는 것을 좋아한다. 

친한 사람들과 마주앉아 시시콜콜 이야기를 나누는 그 순간, 그 공기, 그 편안함이 참 좋다. 


그런데 상담 공부를 시작하고, 상담자로 일하기 시작한 초반, 나는 어딘가 모르게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묘하게 불편한 부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내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지쳤다보다 생각했다. 요리사도 집에 가면 요리를 안한다고 하지 않나. 나도 '듣는 것'에 지쳤나 싶었다. 


그런데 한 친구의 이야기가 남편에 대한 서운함에서 시작하여 상사에 대한 불만, 동료에 대한 소위 뒷담화로 이어지는 순간, 나는 내가 무엇이 불편한지 깨닫게 되었다. 


나는 그 친구를 참 좋아했지만, 그리고 그 친구가 왜 그렇게 서운하고 불만스럽고 화가 나는지 너무나도 잘 이해됐지만, 내 마음 한편으로는 또 그녀의 남편과 상사, 동료에 대한 이해가 싹트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녀의 관점에서는 정말 못되고 철없고 나쁜 사람들이지만, 사실 그들에겐 죄가 없다. 내 친구를 불편하게 한 것은 나를 속상하게 하지만, 사실 내 안에 드는 또 다른 생각은 그들도 나름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같이 한바탕 욕해주고 친구 편을 들어주었다면 쉬웠을 텐데 내 마음 속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친구에게 '그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거야' '그들도 나름 사정이 있겠지' 하고 얘기할 수도 없지 않나!  


상담을 하면서 점점 내 안에서 선명해지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못되게 구는 것도, 바보처럼 착하기만 한 것도, 그게 무엇이든 결국은 자신 안에 어쩔 줄 모름을 해결하기 위한 방식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은 못되게 행동하는 내담자들이 더 짠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생존전략이 '착함'인 사람 주변에는 그래도 그를 위하고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생존 전략이 '못됨'인 주변에는 아무도 없으니까. 똑같이 안에서는 부대끼는 무언가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데 누군 철저히 외롭고 누군가는 철저히 보호받는다. 


사실 나쁜 사람이라는 건 애초에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다들 살아남기 위해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애쓰고 있는 것일뿐. 



매거진의 이전글 분노와 슬픔 사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