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학위나 자격증없이 꾸준한 업무력 향상으로 본 주관적 관점
그날은 내 인생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2011년 봄, 갓 대학을 졸업한 나는 첫 명함을 손에 쥐고 회사 로비에 서 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탔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지금, 나는 미국 본사에서 일하며 처음 받았던 연봉의 5배가 넘는 금액을 받고 있다. 새로운 학위나 화려한 자격증 없이, 순수하게 내 업무 능력만으로 이룬 성장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오늘은 내 여정을 되돌아보며, 각 단계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솔직하게 나누고 싶다.
"실수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 말은 신입 시절 내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이었다.
서울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평범한 지적 능력을 가진 나는 그저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다.
본사에서 요청한 자료를 준비하다 실수하기 일쑤였고, 팀 회의에서 내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식은땀을 흘렸던 날들이 많았다. 하지만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괜찮아,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 팀장님의 이 한마디가 내게는 큰 위로가 되었다.
그때는 몰랐다. 이것이 긴 여정의 첫 발걸음일 뿐이라는 것을.
3년차가 되었을 무렵, 나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퇴근 시간이 다가왔는데, 내 손에는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보고서가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내일 마저 하자"라고 생각했겠지만, 그날은 달랐다.
"오늘 마무리해야 해." 내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였다.
그날 밤 늦게까지 남아 보고서를 완성했고, 이메일을 전송하고 퇴근했다.
"어제 그거 마무리했네? 고생했네." 팀장님의 놀란 표정과 그 한마디가 나에게는 큰 보상이었다.
그때부터였다. 일이 더 이상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
자진 야근을 하며 불평하지 않았고, 주변에서도 "정말 열심히 한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일이 즐겁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더 이상 진절머리가 나지는 않았다.
그리고 조금씩 더 많은 책임을 맡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 마찌에게 맡겨볼까?" 7년차가 되었을 때, 회의실에서 들려온 이 말은 내게 큰 의미였다. 새로운 업무를 맡으면 6개월 안에 기존 담당자보다 더 깊이 있게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건 단순히 열심히 일해서가 아니었다.
하루는 대형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늦게까지 리스크분석을 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납기일이 아니라 품질이구나."
업무의 핵심과 성과 기준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시간 관리도 체계적으로 변했다. 매일 아침 할 일 목록을 작성하고, 시간대별로 우선순위를 정해 일했다. 그 결과 업무 효율이 크게 높아졌고, 동료들 사이에서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다른글에서도 썼지만 금연을 한것이 나름 통제력의 성장으로 보았다.
나중에 미국와서 더 놀라운 것은 한국인이던 미국인이던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대부분 한때는 담배를 피웠고 모두 금연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변화는 감정 조절 능력이었다. 한번은 중요한 회의에서 내 제안이 동료에 의해 강하게 반박받았다. 예전의 나라면 감정적으로 대응했겠지만, 그날의 나는 달랐다.
"네 의견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데이터를 보면..." 침착하게 근거를 제시하며 대화를 이어갔고, 결국 내 제안이 채택되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업무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10년차, 이 시기에는 자기 관리가 습관이 되었다.
매일 아침 5시 30분, 알람 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진다.
운동화를 신고 30분 동안 가벼운 운동을 한 후 샤워를 하고 출근 준비를 한다.
이 루틴이 내 하루를 완전히 바꾸었다.
업무 효율이 크게 높아졌고, 넘치는 자신감으로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업무 효율을 높이는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회의 중 문득, "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면 어떨까요?" 라는 제안을 했고, 그 결과 팀 전체의 업무 시간을 30% 단축시킬 수 있었다. 의도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개선점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내 경험이고, 그 이상은 주변의 선배들을 관찰한 것이다.
특히 내가 존경하는 J전무님은 항상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마찌, 성장에는 끝이 없어. 나도 매일 배우고 있어."
J전무님을 비롯한 고위 임원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 계발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였다.
그들은 매일 운동하고 책을 읽었다.
한번은 J 전무님의 차에 탔는데, 오디오북이 재생되고 있었다.
출퇴근 시간마저 낭비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어. 그걸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성공의 열쇠지."
그들은 성과는 투입한 시간에 정비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예를 들어, 운전 대신 택시를 타며 업무를 보는 등 과감한 아웃소싱으로 레버리지를 극대화했다.
이 여정을 되돌아보며 깨달은 것이 있다.
연봉이 오르는 과정은 단순히 업무 능력의 향상이 아닌, 전인적 성장의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일 잘하는 직원에서 자기 관리가 철저한 전문가로, 다시 높은 수준의 통찰력을 가진 리더로 진화하는 과정이었다.
이는 단순한 스킬의 향상이 아닌, 사고방식과 생활 습관, 그리고 가치관의 총체적 변화를 수반했다. 때로는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한 발자국씩 나아갔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내가 이토록 먼 길을 왔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었다.
여러분도 지금 어디에 있든, 매일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큰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연봉은 그저 이런 성장의 결과물일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