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테크닉-회의실에서 안싸우고 제압하는 법

커뮤니케이션

by 마찌

많은 사람들이 회의실에서 목소리를 높여 싸웁니다.

"이건 너무 비싼것 같은데요!",

”그건 좀 비합리적으로 들리는데요!",

"왜 그렇게나 많이 필요하지요?"

하지만 저는 회의실에서 결론을 내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그 자리에서 결론을 내려고 할수록,

서로의 근거를 검증해야 하고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말이 맞고 틀린지

'평가'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평가가 시작되면 감정이 상합니다.

대신 저는 상대방에게

'이길 수 없는 숙제(Action Item)'를 내주고 유유히 회의를 마칩니다.


제가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Fact-Finding & Deferral Strategy(쟁점 유보 및 팩트 검증) 전략을 소개합니다.


전략의 핵심: "그 자리에서 이기려 하지 마라"

이 방식이 통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감정 소모 제로:

'네 말이 틀렸다'고 공격하는 게 아니라,

'그 말의 근거를 같이 보자'고 접근하므로

상대가 방어적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시간 효율성:

서로의 '뇌피셜(추정)'이 부딪히는

무의미한 탁상공론을 즉시 차단합니다.


결정적 승기:

회의장에서는 한발 물러서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의 논리적 허점을 파고들

'Raw Data(원데이터)'를 요구함으로써,

나중에 반박 불가능한 팩트로 제압합니다.


Case 1. 해석의 늪: "내 말이 맞다니까요!"


(현장 상황) 회의실 화면에 엑셀 표가 띄워져 있습니다.

IT, QA 장비 항목 옆에

'타 프로젝트 활용 가능성: O'라는 글자가 선명합니다.

하지만 협력사 담당자는 억울하다는 표정입니다.


협력사: "아니, 마찌님. 'O'라고 해서 100% 다 쓴다는 게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반만 넘길 수 있어요.

비용은 50:50으로 나누는 게 맞습니다."


나: "서류상 'O'면 100% 활용 가능하다는 뜻 아닌가요?

우리 프로젝트 비용에 다 태우는 건 무리입니다."


협력사: (목소리가 조금 커지며)

“아마 현장을 모르셔서 그런것같아요.

그게 그렇게 딱 잘라지는 게 아닌데 말이죠"


(보통의 대처: 감정 싸움)

“기분나쁘게 듣지 마세요, 대리님 말씀중에 좀 이상한점은,,,",

"계약서대로하시죠"라며 얼굴을 붉힙니다.

결국 진전은 없고 서로 감정만 상하거나,

지쳐서 "그럼 7:3으로 하시는건 어떨까요"라고

찜찜하게 타협하려고 합니다.


(나의 대처: 제3자 소환술)

저는 듣자마자 펜을 내려놓고 차분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저는 100프로 넘기는 기준으로 했는데,

대리님 말씀도 일리가 있네요.

여기서 우리끼리 50이냐 100이냐 싸워봤자 답이 안 나오겠군요.

그럼, 실제로 이 장비를 가져다 쓸

'공장 운영팀'과 다음 주에 3자 대면 회의를 하시죠.

그분들이 실제로 쓰는 %기준으로 적용하지요.

그때까지 이 안건은 보류(Hold)하겠습니다."


(결과)

상대는 당황합니다.

한바탕 논쟁을 준비하고 숨을 들이켰는데,

제가 쓱 물러서니 김이 빠지죠.

저는 이미 운영팀에 확인해 둔 상태입니다.

하지만 굳이 그 자리에서 "내가 확인해봤는데~" 하며

이기려 들지 않습니다.

마치 "판사님의 판결에 맡기자"며 넘기는 겁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일부러 지연시킨다(Intentionally Delay)'는 것입니다.

때로는 내 손에 명확한 증거가 있더라도

그 자리에서 즉시 결론을 지으려 하면 안 됩니다.

궁지에 몰린 상대는 '지는 느낌'을 받게 되고,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억지스러운 논리를 끌어와

감정적으로 반박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특히 상대측 하급자가 회의에 참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방어 기제는 더더욱 강해집니다.

사람이 음식을 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듯,

상대방에게도

'자신의 패배(혹은 양보)를 감정적으로 소화할

시간과 프로세스'를 반드시 내어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합의하에 미루면(Defer),

나중에 나온 객관적 결과에 대해

상대가 이의를 제기하기도 어렵고,

감정적인 충돌 없이 아주 부드럽게

제가 원하는 결론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Case 2. 고무줄 견적: "일단 마진을 넣어서 적었습니다"


(현장 상황)

견적서 맨 아래 'Total Cost'가 예상보다 20%나 높습니다.

범인은 새로 추가된 장비 하나. 가격이 터무니없습니다.


나: "이 장비 하나가 왜 이렇게 비싼가요?

세부 내역(Breakdown) 좀 볼까요?"


협력사: "아, 그게 아직 사양이 확정이 안 돼서요...

일단 견적업체에서 최초견적가로 넣은

'추정치(Placeholder)'입니다.

나중에 확정되면 어느정도 빠질 겁니다.

일단은 이 금액으로 넘어가시지요."


(보통의 대처: 깎기 신공)

"에이, 그래도 이건 너무 높은것 같은데요.

일단 20% 정도는 줄여서 반영하시지요.",

"추정치라도 근거를 가져오셔야 될거 같은데요."라며

허공에 뜬 숫자를 잡으려 애씁니다.


(나의 대처: 시점 공격) 저는 숫자를 보지 않고 달력을 봅니다.

"추정치군요.

그럼 지금 이 가격 가지고 왈가왈부해봤자 의미 없겠네요.

저도 장비 사양 전문가는 아니니까요.

정확한 인보이스(송장)가 찍혀 나오는 게 언제입니까?

다음 달 15일요? 좋습니다.

그럼 그날, 확정된 인보이스 들고 다시 얘기하시죠.

그때까지 이 비용 승인은 유보합니다."


(결과)

첫번째 경우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나중에 깎아주겠다',

‘지금은 X% 정도는 줄여서 반영하자’등의

실갱이는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보이스 날짜'는 팩트입니다.

그날이 되면 거품 낀 가격은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저는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혹시 그래도 일단 얼마나 적게 반영되는지를 알아야겠다면,

‘보통 이런경우에 최초 견적보다는

대략 % 정도 적어지는지 혹시 아실까요?

바로 반영하자는건 당연히 아니구요,

대략 range라도 알고 있어야

내부적으로 선승인 받아내는데

귀띰이라도 줄수있으니까요.

한 40%정도는 되나요?’

라고 임의의 숫자를 던지면,


‘40%까지는 아니구요.

그래도 20~30%는 주는게 많죠’등으로

상대가 제 숫자를 correction하도록 유도하고,

확정된 숫자가 아니라 범위(range)로 물어보면

상대방의 방어 기제가 훨씬 낮아집니다.


Case 3. 논리 폭격: "엔지니어링적으로 어쩔 수 없습니다"


(현장 상황)

생산량은 줄었는데 작업자는 더 필요하답니다.

협력사 기술팀장이 화려한 전문 용어로 공격해옵니다.


협력사:

“마찌님, 예전대비 단순 물량(GWh/yr)만 보시면 안 됩니다.

이번 셀은 두께가 두 배라

스태킹(Stacking) 레이어가 두 배로 늘어나요.

그래서 장비의 생산 사이클이 길어지고,

결국 사람을 더 투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보통의 대처: 논리적 패배)

"아... 레이어가 늘어나면 그렇긴 한데...

그래도 너무 많은 거 아닌가요?"

전문적인 기술 논리에 압도당해

꿀 먹은 벙어리가 되면서

다른 논리를생각하려고애습니다..


(나의 대처: 나란히 비교하기)

현란한 논리에 현혹되지 마세요.

감정적으로 자존심을 내세워서

상대의 말꼬리를 잡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해가 안되는 지점에 대해

자료를 요청하고 회의후에 찬찬히 리뷰합니다.


“기술적인 어려움은 잘 알겠습니다.

일단 핵심은 장비 개수 인데요.

인원은 장비 갯수따라 배정되니까요.

제가 이해가 안되는 점은

‘총 물량과 셀 두께에 와 사이클의 관계’입니다.

방금 설명주신것을 숫자로 현재

[현재 셀 디자인과 10GWh물량] vs

[이전 셀 디자인과 20GWh물량] 일 때의

총 생산 셀 개수와 장비 갯수 산출식을

Step by step으로 'Side by Side'

표로 딱 하나만 만들어서 보내주시겠습니까?

나란히 놓고 보면 바로 이해가 될거 같아서요.


(결과)

"당신 말을 믿으니, 자료만 주세요"라는데

거절할 명분이 없습니다.

보통 이런경우 상세자료를 보면 헛점이 보입니다.

저도 위의 사례의 경우에

셀이 두꺼워져서

같은 양의 셀의 갯수를 생산해야한다면

stack장비가 더 필요한게 맞지만,

연간 생산량이 너무 적어져서

총 생산 셀이 적어지니

장비수가 적게 투입되도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Case 4. 관성의 법칙: "원래 40명이었습니다"


(현장 상황)

물량이 4분의 1로 확 줄었는데,

인력 계획은 지난 프로젝트와 똑같은 40명입니다.


나: "물량이 1/4인데 왜 인원은 그대로 40명이지요?"


협력사: "라인 하나 돌리려면,

물량이 많든 적든 기본적으로

40명은 붙박이(Fixed)로 있어야 합니다.

라인을 멈출 순없으니까요"


(보통의 대처: 무작정 삭감)

“잠깐만요. 물량이 ¼ 줄었으면 사람도 줄어야지요.

1/4까지는 아니더라도 절반인 20명정도로

운영가능하지 않나요?"등의

근거 없는 추정에 대한 논의를 한다거나,

‘그러면 상세 프로세스로 나누고

40명이 정확히 어디서 어떤 작업을 하는지,

각 인원의 작업지시서를 보내주세요.’ 라며

귀찮고 힘든 숙제를 내주며 압박해봐야,

상대는 "현장을 모르는 갑질"이라며 뒤에서 욕합니다.


(나의 대처: 간단한 숙제)

저는 화내지 않습니다.

대신 상대의 논리를 검증할 최대한 간단한 숙제를 내줍니다.

"라인 유지에 필수 인원이라... 알겠습니다.

그럼 전체 공정을 프로세스 다섯개정도로 쪼개고,

각 프로세스마다 인원이 대략 몇명정도 배치되고,

인원들 역할이 대략 어떻게 되는지

대략적으로 나마 표로 하나 그려서 공유가능하실까요?"


(결과)

어렵지 않은 숙제이니,

‘못하겠다.’등의 변명은 하기 힘듭니다.

자료를 받으면, 그 자료 리뷰하면서

한발을 더 나아가면 됩니다.

‘여기 5명은 서로 동일 작업같은데,

물량이 줄면 5명 전체가

다 필요하지는 않을 수도 있겠네요’등으로 말입니다.


Case 5. 공포 마케팅: "혹시 모르니까요"


(현장 상황)

샘플 비용 예산이 너무 높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불확실한 미래'를 팝니다.


협력사: "저희도 줄이고 싶지만,

개발하다 보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잖습니까?

나중에 예산 부족해서

프로젝트 진행에 문제 생길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좀 넉넉하게 잡았습니다."


(보통의 대처: 미래 걱정)

“예산 부족해서 프로젝트 멈추는

원인 제공을 할 수 있다"라는 말에 쫄아서

“아, 그래도 이건 너무 높지 않나요‘라는

소극적으로 대응하게 됩니다.


(나의 대처: 과거 소환)

미래는 누구도 모릅니다.

하지만 과거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죠. 미래는 아무도 알수 없으니,

꼭 필요한 예산임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역시 계획적인 차장님 이십니다.

우리에겐 데이터가 있지 않습니까?

지난번 프로젝트 때 샘플 비용 썼던 내역,

혹시 이슈별로 정리된 테이블이 있으실까요?.

그것만 주시면 될거같은데요.“


(결과)

자료를 받아보면

이미 해결된(lessons learned) 이슈들이 보입니다.

“이건 이미 개선된 문제니

다시 발생 할 일 없겠네요”라고 물으며

그 비용만 걷어내면 됩니다.


이번 글의 전체적인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반박하지 마라, 질문하라:

"비싸요"라고 말하지 말고,

"왜 이 가격인지 구성요소(Breakdown)를 보여주세요"라고 하라.


주관을 객관으로 검증하라:

"내 생각엔 아닌데"라고 하지 말고,

"과거 데이터(History)와 비교해봅시다"라고 하라.


지금 결론 내지 마라:

불확실한 상황에서 억지로 합의하지 말고,

검증할 데이터를 가져오는 것을

'액션 아이템'으로 잡고 쿨하게 헤어져라.


이기는 싸움은 회의실 테이블 위가 아니라,

회의에서는 이해의 차이만 확인하고,

다음 단계가 무엇일지만 action item으로 잡고 넘어갑니다.

호흡은 길어지지만, 불필요한 감정싸움,

감정싸움으로 인한 또 불필요한 근거등 악순환은 걷어지고,

논의는 생산적으로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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