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스킬 - 핵심가치1. 의사존중
중년의 남성이 아들과 함께 노모를 요양원에 모시고 갑니다.
시설은 깨끗했고 직원들은 친절했습니다.
"어머니, 여기 시설도 좋고 평도 아주 좋아요.
처음엔 낯설겠지만 친구분들도 사귀시면
집보다 덜 외로우실 거예요.
자주 올게요.
마찌야, 할머니께 인사드려라."
손자 마찌가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아버지와 함께 요양원을 나섭니다.
그런데 갑자기 마찌가 멈칫하더니
다시 카운터로 뛰어갔다 옵니다.
"뭐 놓고 왔니?"
"아, 요양원 명함 하나 받아왔어요.
여기 평이 좋아서,
나중에 아버지 모실 때 연락드리려구요."
그 순간, 아버지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해집니다.
아들은 분명 '좋은 시설'을 기억해 둔 효심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마음은 무너집니다.
늙고 병들더라도 내 집에서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지,
저 하얀색 블럭 같은 곳에서
타의에 의해 삶을 마감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나를 위한 결정'에서
'내가' 배제되었을 때, 사람은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이 씁쓸한 진실은 직장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여러분이 생산팀장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실장님이 급하게 묻습니다.
"마찌 팀장, 이번 납기 화요일까지 맞출 수 있나?
이번에 잘 맞추면
차기 프로젝트 따오는 데 큰 어필이 될 것 같아서 그래."
이때, 의욕 넘치는 팀장은 이렇게 답합니다.
"물론입니다! 무조건 맞추겠습니다."
그리고 팀원들에게 가서 통보합니다.
"실장님 지시니까
화요일까지 무조건 끝내.
토 달지 마."
이것은 리더십이 아닙니다.
팀원들은
'우리의 상황은 고려도 안 하고
혼자 점수 따려고 결정했구나'라고 생각하며
마음의 문을 닫습니다.
진짜 고수는 '조건부 승낙'을 통해 팀원을 존중합니다.
"실장님, 제 생각에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만,
혹시 제가 놓친 현장 상황이 있는지
팀원들과 논의해보고
오후에 확답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리고 팀원들에게 묻습니다.
"실장님이 이번 납기를 화요일까지 요청하셨어.
내 생각엔 다른 프로젝트가 여유가 있어서
집중하면 가능할 것 같은데,
혹시 내가 모르는 변수나 너희들 생각은 어때?"
"팀장님, 사실 A사 샘플 요청이 오늘 들어와서요.
일정 조정이 좀 필요합니다."
팀원에게 묻는 행위는
권위를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당신들은 단순히 시키면 하는 부품이 아니라,
함께 판단하는 주체다"라는 존중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실장에게 "팀원들과 검토 결과 가능합니다"라고 보고할 때,
그 확신의 무게는 혼자 대답할 때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팀원에게 존중이 필요하듯,
상사에게도 존중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흔히 '두괄식 보고'에 집착합니다.
"부장님,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A안으로 가는게 맞습니다 왜냐하면,,."
이 완벽한 보고가 실패하는 이유는,
요양원 이야기 속 아들의 실수와 같습니다.
상사를 '결정과정에서 배제'시켰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결론을 내리는 순간,
상사는 '함께 고민하는 동료'에서
'결과를 검증해야 하는 판사(Judge)'로 밀려납니다.
더 큰 문제는
'존재 가치 증명에 대한 불안(Value-Add Anxiety)'입니다.
부하직원이 완벽한 답을 가져오면
상사는 "어, 그래."라고 말하기 두려워집니다.
마치 자신이 아무 생각 없는
'결재 기계'가 된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해,
혹은 소외감에서 오는 서운함 때문에 기어이 흠을 찾아냅니다.
아래의 예시를 보시지요
여러분이 시작부터 "렌트가 답입니다"라고 보고했을 때,
상사는 이렇게 나옵니다.
"이거 구매랑 렌트랑 장비 스펙 완전히 동일한 거 맞아? 보통 렌트는 구형 주던데?"
"지금 렌트비는 2년 계약 기준 아니야? 나중에 렌트비 올리면 대책 있어?"
"장비 개조가 필요할 수도 있는데, 렌트면 손 못 대잖아. 운영팀이랑 얘기된 거야?"
"샀다가 5년 뒤에 되파는(Resale) 옵션은 왜 고려 안 했어?"
이 질문들은 여러분을 골탕 먹이려는 게 아닙니다.
"나도 이 결정에 참여하고 싶다"는 무의식적 외침입니다.
고수(High Performer)는 상사에게
'정답'을 주지 않습니다. '선택지'를 줍니다.
데이터는 100% 준비하되,
결론의 1%를 비워두는 것입니다.
이것은 "최종 결정권자는 당신입니다"라는
존중의 표현이자,
"제가 놓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라는 겸손의 자세입니다.
고수의 대화법:
"부장님, 수치상으로는 구매가 월 비용은 저렴합니다.
하지만 시장 변동성이 걱정입니다.
렌트는 비용이 좀 더 들지만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데,
부장님 보시기에는 안전을 위해
이 정도 비용을 지불하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과감하게 구매로 가서
비용을 아끼는 게 나을까요?
부장님의 혜안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물으면 상사는 '판사'가 아닌 '협력자'가 됩니다.
"음... 지금 시장 상황 보면 묶이는 건 위험해.
비용 좀 더 들더라도 렌트로 가서
안전하게 가는 게 맞아. 렌트로 결정하자."
이제 이 결정은 상사의 것이 되었습니다.
[추가 팁: 검증에 대처하는 자세: Action Item]
만약 상사가 "스펙이 동일한 거 맞아?"라고
예리하게 지적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황하거나 변명할 필요 없습니다.
그 지적을 존중하고 프로세스에 태우면 됩니다.
"아, 미처 세부 스펙까지는 체크 못 했습니다.
역시 부장님이십니다.
일단 동일 스펙이라고 가정하고 논의를 진행하고,
제가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그리고 회의록의 Next Step에 이렇게 적습니다.
잠정 결론: 동일 스펙이라는 전제하에 렌트가 타당해 보임.
Action Item: 마찌가 두 옵션의 세부 스펙 일치 여부를 금일 중 확인하여 보고함.
확인 후 다시 보고합니다.
"부장님, 확인해 보니 지적하신 대로
최고 속도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저희 공정에서는
하위 기종 속도로도 충분하여,
아까 결정하신 렌트 방향성대로 진행해도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진행할까요?"
이 과정에서 상사는
자신의 지적이 유효했음에 뿌듯함을 느끼고(존중받음),
여러분은 꼼꼼한 일 처리를 인정받게 됩니다.
5. 결론: 핑계 없는 존중
"시키면 해야지",
"우리 업계가 원래 그래"라는 말은
존중 없음을 합리화하는 핑계일 뿐입니다.
팀원에게는 "내가 놓친 현장의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는 존중을,
상사에게는 "내가 놓친 거시적인 관점이 있을 수 있다"는 존중을 보여주십시오.
내가 내린 결정에 책임을 지는 사람은 고독하지만,
우리가 함께 내린 결정은 모두가 지켜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