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마케팅: 성공한 사람들이 말하지 않는 직업의 진실

잘하는일 vs 좋아하는 일

by 마찌

직업 선택에서 열정만 따르는 것의 문제점

주말 오후, 아이들의 플레이데이트를 위해 친구네 가족들과 모였다. 주차장에 들어서자 눈에 들어온 것은 반짝이는 신형 독일제 SUV들과 최신형 미니밴들이었다. 그 사이에 우리 가족의 10년 된 중고 미니밴을 세우면서, 묘한 위축감이 밀려왔다. 아이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지만, 어른들의 대화 속에 자연스레 섞여 들어가는 직업 이야기, 여행 계획, 자녀 교육 투자 이야기를 들으며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것이 바로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조언이 놓치고 있는 현실의 단면이다.


좋아하는 일 vs 잘하는 일 이라는 주제로 아주 유명한 인터뷰가 있다. 아주 존경할 만한 분이라 화제가 되었다.


"좋아하지 않으면 지속할 수가 없어요.

중간에 그만둘수 밖에 없거든요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그럼 10년간 고양이를 키우고 연구를 하세요

그럼 10년후에 모두가 고양이를 좋아하면

당신은 대가가 되어있어요

큰 마켓의 수장이 돼있고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가질수있어요

10년후에

아무도 고양이를 안좋아 한다면

어때요?

그동안 즐거웠잖아요?

좋아하는걸 꾸준히 해보면

확률이 높아지는 거예요

거꾸로 얘기하면

좋아하지 않는일은

꾸준히 안할거니까 확률이 제로가 되는거죠

그러니까 좋아하는걸 하라는게 맞는거죠?


직업은 기본적으로 돈을 받고 노동이나 가치를 제공하는 경제적 교환 관계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조언은 언뜻 듣기에 영감을 주는 말처럼 들리지만, 현실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여러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경제적 현실 무시

직업 선택에서 시장성과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조언이다. 예를 들어 "고양이를 좋아하니 10년간 고양이를 연구하라"는 조언은 10년 후 그 지식이 시장에서 가치를 가질지 불확실한 상황에 개인의 미래를 맡기는 것이다.

프린스턴 대학의 카너먼과 디턴(Kahneman & Deaton, 2010)의 연구에 따르면, 연간 소득이 약 75,00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정서적 웰빙이 급격히 감소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연구는 경제적 안정성이 행복의 기본 조건임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1].

매슬로우(Maslow, 1943)의 욕구계층이론에서도 볼 수 있듯이, 생리적 욕구와 안전 욕구가 충족되어야만 소속감, 존중, 자아실현과 같은 상위 욕구를 추구할 수 있다[2]. 경제적 불안정은 이 기본적인 욕구 충족을 위협하여 더 높은 수준의 행복을 방해한다. "그동안 즐거웠잖아요"라는 위로는 경제적 실패가 가져오는 광범위한 심리적, 사회적 영향을 심각하게 과소평가하는 말이다.


사회적 비교와 자존감

현대 사회에서 직업은 단순한 소득원을 넘어 사회적 정체성과 존재감의 중요한 부분을 구성한다. 페스팅거(Festinger, 1954)의 사회비교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을 또래나 사회적 기준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자신의 위치를 평가한다[3]. 열정만 추구한 결과 경제적으로 뒤처지면 사회적 열등감, 자존감 하락, 상대적 박탈감을 경험하게 된다.

좋아하는 일을 했더라도 사회구성원으로 뒤처졌다는 열등감, 낮아지는 자존감, 패배의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앞서 언급한 주차장 사례처럼, 이러한 비교는 일상 곳곳에서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며 심리적 안녕에 영향을 미친다. 직업적 성취가 부족할 때 느끼는 사회적 소외감과 실패감은 "좋아하는 일을 했다"는 만족감만으로는 상쇄되기 어렵다.


지속성에 대한 오해

"좋아하지 않으면 지속할 수 없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별한 열정 없이도 수십 년간 같은 직업을 유지해왔다. 농부, 공장 노동자, 사무직 등 많은 사람들이 '좋아서'가 아니라 '필요해서' 일을 지속했고, 그것이 사회 기능의 근간이 되어왔다.

직업을 지속하게 하는 동기는 '좋아함'이라는 감정적 요소 외에도 다양하다. 경제적 필요성, 가족 부양과 같은 사회적 책임감, 한 분야에서 쌓인 경험과 전문성, 직업 안정성과 혜택(건강보험, 퇴직연금 등), 전문가로서의 책임감과 직업윤리 등은 모두 직업을 지속하게 하는 강력한 요인이다.


인과관계의 역전 가능성

최근 심리학 연구는 어떤 일을 잘하게 되면 성취감과 숙련도를 통해 점차 그 일을 좋아하게 될 수 있다는 역인과관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열정이 따라오는 기술(passion follows skill)' 현상은 좋아하는 일을 찾아 헤매는 것보다 잘하는 일을 발전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인 직업 전략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처음에는 좋아하지 않더라도 일을 잘하게 되면 성취감, 효용성을 통해 그 일을 좋아하게 될 수 있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미지 마케팅

"열정을 따르세요"라는 메시지는 종종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이미지 관리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는 인상 관리(Impression Management), 자기 제시(Self-presentation), 후광 효과(Halo Effect), 도덕적 면허(Moral Licensing) 등의 심리적 현상과 관련이 있다. 높은 직급에 있는 사람이 실제 업무 상황에서는 성과를 우선시하면서도 공개적으로는 '열정'을 강조하는 것은 일종의 이중성을 보여준다. 실제로 그들이 관리하는 직원이 열정만 있고 성과가 없다면, 아마도 그런 낭만적인 조언보다는 실질적인 성과 개선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문제적인 점은 이러한 조언이 주로 이미 경제적 안정을 확보한 성공한 사람들에 의해 전파된다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열정 추구의 실패 위험이 제한적이지만, 아직 경제적 기반이 약한 젊은 세대에게는 같은 조언이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것은 일종의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으로, 성공한 소수만 보고 실패한 다수는 무시하는 오류다. 사회적 책임감이 있는 조언이라면 열정 추구에 따른 위험성도 함께 언급해야 할 것이다.


결론

직업 선택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열정과 현실적 필요 사이의 균형이다. 적성과 시장성의 교차점을 찾는 것, 현재의 직업적 상황과 미래의 시장 변화를 고려하는 것, 그리고 적절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좋아하는 일만 하라"는 단순한 조언보다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그리고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한 접근법이다.


나 또한 성공한 멋진 선배처럼 '열정을 따르세요'라고 말하고 싶은 유혹이 있다. 그런 조언이 더 낭만적이고 영감을 주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후배를 아끼는 마음이라면, 설사 속물이라는 비판을 받을지라도 이런 다양한 측면에서 직업 선택을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 글을 적었다. 순수한 열정을 따르는 것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현실적 조언이 때로는 더 소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1] Kahneman, D., & Deaton, A. (2010). High income improves evaluation of life but not emotional well-being.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7(38), 16489-16493.

[2] Maslow, A. H. (1943). A theory of human motivation. Psychological Review, 50(4), 370-396.

[3] Festinger, L. (1954). A theory of social comparison processes. Human Relations, 7(2), 117-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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