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전화 70통 지옥
내가 했던 업무는 일명 PS(Partner service).
회사는 OTA(Online Travel Agency)였고
한국인이라고 한국 파트너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오전에는 호주/뉴질랜드, 중간중간 한국 파트너, 오후엔 영국부터 시작해서 유럽까지 정말 전 세계에서 컴플레인 콜이 들어왔다.
회사 시스템(엑스트라넷) 가이드, 인벤토리 및 가격 업데이트, 프로모션 설정과 같은 업무뿐만 아니라 회사, 고객에 대한 컴플레인까지 다양한 전화가 들어왔다.
정말 다양한 단점과 단점이 있었는데
(확실하게 말한다. 오타가 아니다.)
외국 파트너의 경우, 내 영어를 듣자마자 인종차별 발언을 날리고 “너 내 말 알아듣지도 못하잖아 전화 바꿔!!!!”라고 화내는 일이 다반사였고
한국 파트너의 경우, “너 내가 고소할 거야”라는 말로 협박하는 통화를 정말 하루 걸러 하루 처리했다.
한국인이다 보니 파트너사가 아닌 플랫폼 이용 한국 고객들(소비자) 전화가 흘러들어올 때도 있었는데 이런 콜은 뭐 콜센터 직원분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 증언한 그런 상황으로 흘러갔다.
그렇다.
PS라고 하나, 전화로만 응대하니 다들 CS 콜센터라 생각하고 정말 막 대했다.
얼굴 보고는 찍소리도 못할 사람들이 전화기 넘어 할 말 못 할 말 구분 못하고 온갖 말을 배설했다.
개진상에게 걸려 입사 3개월 만인가 공황장애 진단받고 퇴사한 직원도 있었고 1년 안에 퇴사한 한국인만 열댓 명이었다.
회사에서 전 세계 직원들이 모이는 행사가 있었고 재수 없이 사번이 뒷번호라 다음 해로 참석이 밀린 나는 일하는 직원이 적은 탓에 하루에 70 콜까지 전화를 받기도 했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해야지,
벌어야지.
물론 이 과정에서 배우고 얻은 것도 있었다.
억울하게 지는 것이 싫어 자연스럽게 늘게 된 영어실력
엉덩이 붙이고 버티다 보니 늘어난 통장잔고와 경력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진리
잘못한 것도 없이 영어 못한다는 이유로 욕먹고 혼나는 게 정말 너무 싫었고
싸우고 싶고 해명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계속 말을 하게 됐고 영어가 늘었다.
(쉬지 않고 몰아세워준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감사 인사 올린다.)
하루하루 버티다 보니 돈이 쌓였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일하면 돈을 더 준대서 OT(Overtime 근무)까지 신청했고 그러니 돈은 더 모였다. 그렇게 돈 모으는 재미로 1년, 2년 버티니 세월이 흘렀고 어느새 경력직이 됐다.
하는 일을 업데이트하고 시간만 흘렀는데 LinkedIn을 통해 팔로우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경력직이 됐다.
마지막으로 결국 내 일은 내가 잘 알아야 큰소리칠 수 있는 걸 알게 됐다.
정말 아는 것이 힘이었다.
영어 못한다고 소리치던 사람들도, 전화로만 연락된다고 콜센터 취급하던 파트너들도 결국 내가 제일 잘 알고 내 도움 필요하니 무시를 못했다.
오히려 날 찾았다.
고소하겠다고 소리치던 파트너 한분은 한국에 오면 식사 대접하겠다고 꼭 연락 달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때 마음에 새겼다.
나에게 도움 받을 일이 있으면 사람들은 친절해진다.
회사는 열심히 하는 사람도 좋아하지만 잘하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그러니 놓치지 못하는 필요한 사람이 되자.
그리고 이 다짐은 모두가 안될 거라던 한국 발령의 발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