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내가 엄두도 못 낼 곳

그리고 합격

by 조매니저

지인이든 헤드헌터든 일자리가 있다고 하면 다 가봤다.


한 번은 한국인을 뽑는 회사가 있대서 가보니 현지 카센터였다. 차수리 맡기러 온 사람들에게 엔진오일 하나 더 팔아보는 일이었고 사무실도 차 수리하는 곳 옆의 간이 사무실이었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 동네라서 한국인을 뽑는다고 한 건지.. 굳이 한국인을 채용한 것이 아직도 의문이다.)

그런데 그마저도 떨어졌다.


별별 면접을 보고 다 떨어졌다.




몇 번째 헤드헌터였는지, 어떤 회사였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어느 날 한 곳에서 한국인들 대거 채용하는 MNC가 있는데 지원해 보겠냐고 했다

*MNC : Multinational Corporation(다국적 기업)


바로 지원했다.

면접을 위해 찾아간 곳은 정말 멋들어진 오피스였다.

마리나베이샌즈가 한눈에 보이는 고층 오피스에 회사의 밸류가 여기저기 인테리어 되어 있는, 감히 내가 엄두도 못 낼 것 같은 곳이었다.


한국 시장이 많이 커져 한국인 고객과 파트너들을 관리할 사람들이 필요해 한국인을 채용을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곳 면접을 본다는 자체만으로 너무 들뜨고 행복했다.


3:1 면접과 케이스 스터디 면접이 진행됐다.




What do you think is the most important aspect of customer service?
고객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I think it’s empathy
공감이요


지금이라면 Understanding the customer’s needs and expectations라고 대답했을 것 같으나 당시 내 대답은 Empathy였고 내가 경험한 한 에피소드를 풀었다.


며칠 전 스타벅스에 갔는데 제 주문이 잘못 나왔어요.이미 오래 기다렸고 사람이 많아 정신이 없어서 순간 짜증이 났죠.
그런 나를 본 직원은 저보다 더 안타까워하며 제 하루를 망쳐 미안하다고 했고 자기가 제 하루를 다시 최고의 날로 만들어주겠다며 아주 빠르게 그리고 친절하게 응대해 줬어요.
거짓말처럼 짜증은 사라졌고 별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니 기분이 풀렸어요.
“금방 해드릴게요. 서비스드릴게요.”와 같은 기계적인 답변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제 기분에 공감해 주는 그녀의 모습이 모든 걸 이해하게 만들었어요.
고객서비스는 그런 고객 마음에 대한 “공감”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내 대답을 듣던 면접과의 눈빛과 미소가 아직도 기억난다. 합격하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되돌아보면 경력 없는 신입사원의 진정성을 잘 보여주는 대답이었던 것 같다.

입사 후 알게 되었지만 쉴 새 없이 들어오는 컴플레인 전화, 대부분 화가 난 사람들을 응대하는 업무였고 나의 대답에서 그런 사람들을 대응할 마음가짐이 보였던 것 같다.



그때 깨달았다.

면접에서는 준비된 거창한 대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태도로 업무 할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물론 연차가 쌓인 경력직의 경우는 마음가짐이 아니라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정부지원 사업 필수 조건 기간인 6개월을 채우고 MNC에 입사하게 됐다.

앞으로 또 어떤 고난이 일어날지 모르고 월 3,200 SGD라는 셀러리를 받게 된 현실에 감격하면서.




회사 업무 공간에서 바라 본 뷰


노을이 이뻤던 회사 팬트리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