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게 없으면 용감하다

그 용감함이 무엇이든 이긴다

by 조매니저

다리가 너무 아팠다.


폐경이 오면 호르몬 (에스트로겐) 수치가 떨어진다.

골다공증은 물론이고 근육통, 관절통, 하지정맥 증상이 악화된다.


오래 서있는 게 더 힘들어진다.


제가 폐경 때문에 서 있는 게 힘들어요.


라고 말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고 내가 일하겠다고 와놓고 그런 핑계를 대고 싶지도 않았다.








그럼 뭐 하나

몸이 힘들면 의지도 약해진다.

의지가 약해지니 실적도 점점 줄기 시작했다.


실적이 줄어드니 회사에서 지점을 이동시켰다.


“마리나베이샌즈”쪽이었던 것 같다.

관광객도 많고 경쟁도 치열하고 몸도 힘든데 마음 붙일 곳도 없었다.


화장실 다녀온다고 하고 오분 정도 변기에 앉아 다리를 주물렀다.

창고정리를 하겠다고 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스트레칭을 했다.

자리 비우는 시간이 잦아지고 눈치가 보였다.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았다.

그래도 한국으로 돌아가긴 싫었다.

뭐라도 해내고 돌아가고 싶었다.


당시 취업을 연계해 준 업체에서 정부지원 사업이니 최소 6개월은 일을 해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기에 그 시기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다른 일을 구하기 위해 현지에서 취업 활동을 시작했다.



내가 시도했던 취업 방법은 아래와 같았다.


[한국촌]이라는 싱가포르 한인 사이트 채용 검색

현지 리쿠르팅 회사 방문

온라인 리쿠르터 검색

싱가포르 직장 동료 지인 회사 채용 문의

싱가포르 내 한국인 직원이 있는 회사에 메일 보내기


만나준다는 곳이 있으면 감사한 마음으로 달려갔다.

최대한 밝게,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열정을 보였다.

영어가 부족하니 예상질문을 30개 이상 뽑아서 유창해 보일 수 있게 달달 외웠고 싱가포르에서 판매원으로 일하면서 얼마나 잘 팔았는지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당연히 안 뽑혔다.

뽑을 이유가 없었다.

이렇다 할 경력은 없었고 아무리 외워도 예상치 못한 질문 앞에선 더듬거렸다. 당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면 비자도 없었다.

현지 회사에서 굳이 비자까지 발급해 가며 나를 뽑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도 계속 도전했다.

기운이 빠지지도 않았다.

그 현실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아직 난 어리니 패기가 있어야 한다고, 실패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 시절의 나에게 가장 감사한 점은

실패하고 도전해야 할 때임을 알았다는 것


패기와 열정이 넘치는 시기에 나는 그렇게 이겨내야 함을 알았고 지치지 않았다.


가진 게 없으면 용감하고

그 용감함이 무엇이든 이긴다.


무식하게 용감했던 그 때의 나에게 아직도 감사하다.



그리고 난 싱가포르 입성 6개월에 맞춰 글로벌 컴퍼니 입성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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