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취업사기?
어쩐지 너무 잘 풀린다 했지.
내가 지원한 정부지원 사업 골자는
싱가포르 영업/마케팅 직무 해외 취업
정부 지원 사업을 운영해 주는 "업체"가 있었고
일단 해외에 나가는 거니 이런 명목 저런 명목으로 돈을 내라고 했다.
그리고 그 비용은 나라에서 환급해 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한국에서 2주였던가 짧은 행사 교육을 마치고 싱가포르로 이동했다.
대부분이 여자였고 20명 가까운 인원이 갔던 것 같은데 이 부분은 기억의 왜곡이 있을 수 있다.
사전에 룸메이트를 정했고 "업체"에서 간단한 정보(위치, 집세 등)를 바탕으로 집을 선택하도록 했다.
그리고 싱가포르에 도착 한 뒤 우리는 팀별로 각 집에 배송됐다.
나의 싱가포르 첫 집.
중국계 싱가포르인 가족이 사는 HDB로 나와 나의 룸메이트는 작은 방 하나에 싱글 침대 두 개를 붙여둔 방에서 살게 됐다.
방이 너무 작아 캐리어를 둘 공간도 부족했다.
인당 425SGD로 이 방의 한달 렌트비가 850SGD였다.
(당시 1SGD는 한국돈 810원 - 830원 정도)
사실 난 한국에서도 바퀴벌레가 나오는 대학가 오래된 빌라에서 살다 온 상태라 괜찮았다.
문제는 다른 팀이었다.
룸렌트가 아니라 하우스 렌트를 할 수 있는 집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한 팀이 있었다.
그 소식에 여성 6-7명 정도가 같이 살기로 결정했고 싱가포르로 이동한 날 밤 해당 집에 도착했는데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방치된 집으로 보였고 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였다.
밤에 도착해 현지 업체든 한국 업체든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그렇게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고 하루가 흘렀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싱가포르는 인도, 방글라데시와 같은 나라에서 노동자들이 많이 들어오는 나라였고 그런 분들이 사셨던 기숙사였지 않을까 싶다.
집 문제가 단지 현지와 한국 사이의 의사소통문제로 발생 간 해프닝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후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더 암담했다.
영업/마케팅 업무는 무슨.
우리가 하는 일은 쇼핑센터 물건판매였다.
운이 좋으면 백화점에서 운이 안 좋으면 쇼핑센터에서 우린 물건을 팔게 됐다.
xx브랜드 sales associate라는 이름으로 보기 좋게 포장되었으나
우리의 현실은 각 브랜드 지점에 배정되어 하루 8-9시간씩 서서 물건 판매하는 일이었고 당시 급여는 한국돈으로 100만 원 후반 대였던가 200만 원 초반대였던가 아무튼 그 수준이었다.
우리가 지불한 금액에서 일정 부분 정부에서 환급해 준 금액이 있기는 했으나 이것도 중간업체에서 일부 떼어먹었던 상황이었다.
그 중간업체를 신고하니, 고발하니, 한국에 돌아가겠다 하며 고성이 오갔다.
어쩐지 잘 풀린다 했다.
그런데 난 다른 옵션도 없었다.
어쩌겠는가.
스스로에게 다음 질문을 해봤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나?
- 없다.
당장 한국에 돌아갈 수 있나?
-없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뭔가?
-일단 돈 벌기. 싱가포르에서 살아남기.
그래. 살아보자. 살아남아보자.
내가 선택했으니 뭐라도 해봐야지.
그렇게 다짐하며 싱가포르에서의 첫 주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