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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얼 Jun 28. 2021

바리스타의 은밀한 홈카페 - 커피 마시고 갈래?

혼자 마시는 커피, 같이 마시는 커피

[바리스타의 은밀한 홈카페] 시리즈를 보고 계시는 여러분은 '나만의 커피'를 잘 즐기고 계실 것이라 믿습니다. 그런데 그 맛있고 좋은 커피를 혼자만 마시기에는 아쉽지 않나요? 저는 맛있는 걸 먹을 땐 혼자 먹는 것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이나 커피나 와인을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많은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떠들며 즐기다 보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기도 하지요.


고무줄처럼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하는 코로나 확진자 수 때문에 마음 놓고 밖에서 모임을 가지기 힘들뿐더러 눈치가 많이 보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홈파티를 즐기는 분이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때 멋들어지게 맛있는 커피 한 잔씩 대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한 가지 고민이 있습니다. 분명히 혼자 딱 한 잔을 내려 마실 땐 향과 맛이 완벽하던 커피였는데, 갑자기 세네 잔을 내려 마시려고 하니 맛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어? 뭔가 이상합니다...  분명히 하던 대로 했는데 갑자기 왜 이런 걸까요? 심지어 만얼이라는 작자가 커피와 물 양의 비율만 일정하게 맞춰주면 양이 늘어도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완전히 속아 넘어간 느낌입니다.



내가 마시는 커피는 이것보다 훨씬 맛있는데 맛 보여줄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한 잔씩 여러 번 내리기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뭔가 자존심도 상합니다. 대체 어떻게 해야 이 맛있는 커피를 다 같이 경험해볼 수 있을까요? 많은 고민이 됩니다. 


잠시 화를 가라 앉히시고, 그 원인부터 함께 찾아보고 해결 방법을 함께 찾아보는 것을 조심스럽게 제안합니다. 완벽한 해결방법을 드리기는 어렵겠지만 적절히 타협할 수는 있지 않겠습니까?


한 번에 여러 잔의 커피를 추출했을 때 맛이 없는 이유는 몇 가지로 추정해볼 수 있겠습니다. 첫 번째로 '늘어난 커피 양에 알맞지 않은 드리퍼의 크기'입니다. 아시다시피 드리퍼를 구매할 때 1~2인용 또는 3~4인용, 더 크게는 5~6인용의 드리퍼가 존재합니다. 심지어 '케멕스(Chemex)'라는 드리퍼는 최대 1.5L(리터) 용량까지 수용할 수 있으며, 약 10인 이상의 커피 양을 한 번에 추출할 수 있습니다. 


(c)만얼 | 케멕스(Chemex) 드리퍼


드리퍼의 크기와 커피 양의 상관관계는 당연히 중요합니다. 내 드리퍼는 1~2인 용인데, 4~5인이 마실만큼의 커피를 추출한다는 것은 큰 발을 가진 사람이 터무니없이 작은 신발에 억지로 발을 구겨 넣는 것과 같습니다. 이처럼 작은 드리퍼에 많은 커피 양을 억지로 담다 보면, 아무리 물을 골고루 부으려 노력한다 해도 커피 전체에 물이 골고루 닿기 힘듭니다. 심지어는 물이 넘칠 가능성도 정말 큽니다. 당연히 추출이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낯선 커피 추출 방법'입니다. 그냥 똑같이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요? 네 아닙니다. 큰 드리퍼를 사용해서 위의 첫 번째 이유를 피해 간다고 하더라도 그 추출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맛있게' 추출하기는 여간 쉽지가 않습니다. 드리퍼의 깊이와 넓이가 달라졌기 때문에 뜨거운 물이 커피층에 골고루 닿게 하기 위해서는 기존과 조금 다른 방법으로 물을 부어주어야 합니다. 이때는 차라리 스푼으로 저어주거나 드리퍼를 손으로 잡고 한 방향으로 돌려주는 것이 훨씬 더 안정적일 수도 있습니다. 자칫하면 전체적으로는 커피 성분이 부족하게 추출이 되면서도 부분 부분에서 과하게 추출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시고 쓰고 떫은, 총체적 난국인 거죠. 


 




위의 문제들을 완벽하게 해결하기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절충안을 찾아 꽤 맛있는 커피를 손님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팁이 있습니다. 두 가지 정도를 소개해드리려 하니, 가볍게 읽어주시고 한 번 시도해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1. 현실적으로 큰 드리퍼와 필터를 구매하기 부담될 수도 있습니다. 지인들이 매일 오는 것도 아니고 굳이 몇 번 쓰기 위해서 두 가지나 구매하고 보관해둘 필요는 없지요. 그럴 때는 기존에 있는 드리퍼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은 양의 커피를 사용하되, 최대한 진한 농도로 추출합니다. 그렇게 나온 진한 커피에 뜨거운 물을 적당히 희석해서 다 같이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 제공합니다. 당연히 내가 마시는 한 잔의 완벽한 커피와는 거리가 있겠지만 너무 부족하게 추출되거나 과하게 추출되는 것 없이 적당히 맛있는 커피가 될 수는 있습니다. 


2. 두 번째로 쉽게 해결하는 방법은 큰 용량의 드리퍼를 구매하는 것입니다. 위에서 소개했던 '케멕스(Chemex)' 드리퍼는 최대 10인 이상의 커피 양을 추출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단, 기존에 한두 잔의 커피를 추출하던 것과는 다른 방법이어야 할 것입니다. 비교적으로 터프하게 물을 부어주고 필요하면 스푼으로 젓거나 직접 손으로 잡고 돌려주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모든 커피 입자가 적절하게 추출이 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라도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대접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혼자서 한 두 번씩 연습해보기도 하면서 나중에 당당히 실력을 뽐내보면 어떨까요? 당당하게 이야기해봅시다. 


"커피 한 잔 하고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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