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씨가 차츰 풀리고 있는 것 같지만, 다들 건강 조심하시고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씀 전하며 시작합니다.
이번에 방문했던 카페는 서울 상수동에 위치한 [빈브라더스 커피하우스]입니다. 도덕과 규범에서 나와 지인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찾아간 곳입니다. 택시를 잡기에도 애매한 거리라, 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갔는데 촌놈이 오랜만에 서울 왔다고 만나러 와주신 분들께 무척이나 죄송한 마음이었습니다.
특이하게도 이곳은 네이버 플레이스를 통해서 예약을 하고 방문했습니다. 함께 동행했던 지인의 표현을 그대로 따르면 '커피 오마카세'를 경험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예약을 하고자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더운 날씨에 기다리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지만, 그런 것과 별개로 커피 오마카세라는 말을 듣자마자 '가시죠!'를 외치며 오후 2시 30분에 예약을 하고 찾아갔습니다.
잠시 외람된 이야기를 하자면 지방 촌놈에게 서울은 참 불편한 곳입니다. 주말이면 식당을 가던 카페를 가던 무조건 웨이팅은 필수인 것 같습니다. 물론 서울에 자주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늘 이름이 알려진 장소를 찾아가서 더 그런 이유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특별한 코스를 예약하고 방문했던 이 빈브라더스도 그냥 일반 손님으로 카페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대기를 걸어놓고 순번이 돌아올때까지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고 편하게 왔다 갔다 하는 게 최고인 촌놈에게는 아직은 서울이 참 어려운 도시입니다.
(c)빈브라더스 | 네이버 지도_업체 등록 사진
서울 마포구 토정로 9길 2 6층, 7층 / 상수역 3번 출구에서 358m
<영업시간> - 월 정기휴무 - 화 ~ 일 10:00 ~ 22:00
제 기억 속에 남아있는 빈브라더스의 마지막 이미지는 매우 힙한 느낌이었습니다. 몇 년 전에 방문했던 합정점이 딱 그런 분위기였기 때문입니다. 공장을 개조한듯한 넓은 매장은 높을 층고를 자랑했고, 시원하게 뚫려 있는 매장에는 힙한 음악이 흘러나왔습니다. 2층 좌석으로 올라가면 1층 전체가 탁 트이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일하고 있는 바리스타들도 바쁘게 움직였고 매우 활기찬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방문했던 빈브라더스 커피하우스는 이전 매장과 매우 상반된 건물과 내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강을 마주 보고 있는 멋진 고층건물 안에 매장이 있었으며 6층과 7층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7층이 일반 손님들이 방문해서 사용하는 매장이었으며, 6층에서 '커피 오마카세'를 비롯한 특별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c)만얼 | 빈브라더스 커피하우스 6층 매장 모습
그리고 일하고 있는 전체 바리스타들의 모습과 행동에서도 '커피 하우스(Coffee House)'라는 이름에 걸맞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에 유니폼을 맞춰 입은 바리스타 분들. 그리고 그분들의 손님에 대한 친절한 응대도 매우 매너 있게, 그리고 매끄럽게 이어졌습니다.
커피 하우스(Coffee House)
커피 하우스(Coffee House)는 커피의 역사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장소입니다. 유럽에 커피가 처음 소개되며 커피하우스가 처음 열리게 되었습니다. 커피하우스는 역사적으로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장소인데, 다음과 같습니다.
1. 사회적 만남의 장소: 초기 커피하우스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서 토론을 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장소로 기능했습니다. 특히 지식인이나 예술가, 상인 등이 커피하우스에서 여러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일종의 공론장 역할을 했지요.
2. 정치적 토론과 혁신의 중심: 영국의 초기 커피하우스는 종종 'Penny University(페니 유니버시티)'로 불렸다고도 합니다. 한 잔의 커피 값(Penny)으로 다양한 사람들과의 지적인 대화를 통해서 지식을 쌓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커피 하우스에서는 정치적인 토론도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이를 통해서 정치적 운동으로 발전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프랑스혁명 당시, 파리의 커피 하우스는 중요한 토론의 장이었답니다.
3. 경제적 기능: 커피하우스는 여러 상인들이 모여 계약을 체결하는 장소로도 기능했습니다. 예를 들어, 런던의 '에드워드 로이드'가 운영하던 커피하우스는 이후에 보험시장인 'Lloyd's of London(로이드 오브 런던)'으로 발전하기도 했습니다.
위와 같은 커피하우스는 보시는 것처럼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장소 이상의 기능을 했습니다. 따라서 커피하우스의 이런 문화적 역할은 고급스러운 서비스와 차분한 분위기를 필요로 했습니다. 커피를 제공하는 바리스타 역시, 단순한 직원을 넘어서서 공간의 품격을 유지하고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커피하우스의 문화적인 가치를 반영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이곳, 빈브라더스에서 느꼈던 바리스타분들의 분위기 역시 '커피하우스'라는 이름에 걸맞은 느낌이었습니다. 뒤에 나오는 내용이지만, 우리 일행을 담당했던 바리스타분 역시 차분하고 유쾌한 매너로 여러 커피에 대해서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를 잘 제공해 주었고, 카페를 떠날 때까지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해 주셨습니다.
예약한 시간까지 7층 매장에서 잠시 대기 후에, 6층으로 안내받아 내려갔습니다. 지정된 자리에 앉아 있으니, 담당하시는 바리스타분께서 찾아오셨고 어떤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지를 친절하게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리해서 간략히 설명드리자면, 내가 원하는 원두를 사용한 에스프레소나 필터커피, 또는 라테뿐만 아니라 시그니쳐 커피와 특별한 디저트 등을 골라서 맛볼 수 있었습니다. 금액이 상이하긴 하지만 선택한 코스에 따라서 에스프레소와 필터, 라테 세 잔을 모두 맛볼 수도 있고, 필터와 라테만 맛볼 수도 있는 꽤나 자유롭게 선택이 가능한 형태였습니다.
(c)만얼 | 여러 종류의 원두를 이용해서 제공된 커피들
우리 일행은 총 4명이었기 때문에, 2팀으로 나누어서 여러 가지를 맛보고자 했습니다. 각자가 원하는 원두를 선택하고 에스프레소, 아이스 브루잉(2종류), 아이스 라테, 따뜻한 브루잉을 주문하였습니다. 주문과 동시에 담당 바리스타분은 원두를 갈아서 원두의 향을 맡게 해 주셨고, 설명과 함께 커피 추출을 시작하셨습니다.
(c)만얼 | 바로 앞에서 커피를 추출하는 담당 바리스타분
바리스타분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제공되었던 커피들은 모두 훌륭했습니다. 특히 에스프레소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에티오피아 원두를 사용하여 추출한 에스프레소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훌륭한 단맛과 함께 들어오는 에티오피아 특유의 화사한 꽃향이 가득해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c)만얼 | 매우 맛있었던 에스프레소
(c)만얼 | 커피를 따라주시던 바리스타분. 손이 참 고우시네요.
직전에 방문했던 도덕과 규범에서처럼 친근한 스몰토크는 나눌 수 없었지만 유쾌한 바리스타분의 재치 있는 설명과 대화에서 기분 좋게 모든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브루잉 커피를 주문할 때에도 따뜻한 것과 차가운 것 어떤 것을 더 추천하냐 여쭤봤더니, '원래는 따뜻한 커피에서 더 섬세한 캐릭터를 느낄 수 있다고 추천하지만, 요즘 같은 더운 날씨엔 무조건 아이스 추천드린다'며 농담반 진담반의 말씀도, '혹시 커피 업계에 일 하시는 분 아닌가요?'라며 합리적인 의심(?)을 하시는 것도, 매우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지금은 커피 시장에서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바리스타분의 질문에 대해서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찔렸던 것은 왜일까요. 만약, 그분께서 이 글을 보게 되신다면 오해(?)가 풀리셨다면 좋겠습니다.
이번주도 여러분들께 한국에 있는 카페를 소개하게 되어 참 기쁩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국내 카페 시장도 예전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 이렇게 부담 없이 글을 쓰고 카페를 소개하게 되었는데요. 앞으로도 더 많은 곳들을 방문해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