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와 함께 이룬 작가의 꿈
작가라는 직업을 생각하기 전, 글을 쓰는 활동은 일기뿐이었다. 일기 쓰기 전에도, 쓰면서도 글짓기를 본업으로 하는 작가 같은 건 생각지도 않았다. 문학적 소양과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서 작가는커녕 일기라는 루틴을 오래 유지할 수 있으면 만족했다.
내겐 늘 자기 의심이 자리하고 있었다. ‘내가 잘하는 게 있나?’라는 의심을 시작으로 꼬리 물며 비관적인 미래를 상상하며 생각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 생각에 맞게 현실이 일치해 가는 일이 많아져 점점 소름이 끼쳤다. 일이 연달아 터지며 온갖 곳에서 치이고 가치감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무기력한 삶을 겨우 이어나갔다. 보잘것없는 몸뚱이에 몇십만원어치 코트 얹어놓은 게 큰 의미가 있냐며 삶을 염세적으로 대했다. 내 인생은 늘 언제 죽어도 상관없는 그저 그런 삶이었다.
결국, 삶도 직업도 인간관계도 최악을 맞았다. 반복되는 고난은 결국 ‘나’라는 사람의 진정성, 의문, 모순, 자기방어, 열등감, 분노, 증오, 슬픔, 무기력감 등 온갖 감정 재해를 맞닥뜨리게 했다. 비로소 ‘나는 어떤 인간인가?’라는 물음을 필두로 머릿속 수 십만개의 질문들이 동시에 들썩였다. 이후에 일상을 열어 주었던 일기는 삶에 대한 철학적 물음이 밀도 높은 생각의 장이 되었다. 나의 잊힌 욕망을 되찾고 자신을 용서하며 혐오감이 줄어들었다. 이것은 자기 사랑의 시작이 되었다.
일기는 오랜 시간 머릿속에 하염없이 떠다녔던 수많은 깃털을 지상에 닿게 해주었다. 그전까진 깃털이 여기저기 무의미하게 떠다녔지만 실재하지 않았다. 그것들은 내 머릿속을 어지럽혔고, 끊임없이 자신마저 의심케 했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비로소 어린 시절부터 정처 없이 떠돌았던 깃털들을 아래로 고정해 깃털과 같던 내 삶도 제 길을 찾게 해주었다.
일기를 통해 깃털들의 실체를 확인해 보니 나에게 큰 재산이 되었다. 퇴근 후 지하철이나 회사 건물 계단에서 눈물을 흘리며 들었던 생각들, 강렬한 분노를 느꼈지만 설명할 수 없어 불쾌했던 감정들을 모아 원인을 분석하고 끊임없이 고찰한 결과, 책 한 권이 나왔다.
내 손으로 쓴 책 한 권은 투박하고 전문성이 없었다. 하지만 무의미하게 존재하기만 하고 쓸모없던 깃털이 마치 어떤 생명력이 부여된 가치 있는 무언가로 변했다. 그러나 책 한 권을 만들었다 해도 부족했다. 머릿속엔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깃털들에 삶이 좌지우지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삶을 재정립하고 그 과정을 통해 얻는 고찰을 책으로 만들 도구가 필요했다. 그 도구가 브런치 스토리였다.
수많은 작가의 고뇌, 조언 그리고 철학이 가득한 곳. 이곳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문장력을 단련하며 사람들에게 고뇌와 경험을 나누면서 건설적인 미래를 다짐하며 첫발을 내디뎠다. 글을 쓰고부터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 구체적인 작가의 삶을 계획하게 되었고, 향후 10년의 계획도 설계했다. 정처 없이 떠돌던 계획 없는 삶과 확연히 달라진 내 삶을 보며 기회는 언제나 쟁취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글에서 나의 진심과 삶, 생각을 녹여내니 서서히 가치가 보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브런치를 통해 멀게만 느껴졌던 작가라는 꿈을 품었다.
글을 쓸 아이디어가 없어 손 놓고 잠시 잊었다 싶으면 브런치에서 글을 쓰라고 제안하는 알림을 준다. 공인된 작가가 아님에도 작가라는 직업의 허들을 낮춰주고는 ‘오늘 하루 글 써보는 것 어때?’라며 독려받을 때마다 시작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쓰다 보면 보이는 조회수와 읽지도 않은 무심한 ‘좋아요’ 표시에도 행복감을 느낀다.
브런치의 시작은 내 머릿속에 정처 없이 떠돌던 깃털들을 한데 모아 작가라는 직업에 날개가 되게 만들었다.
__매너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