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방어

by 매너티연


직장을 다닐 때 일이다. 내겐 여자 사수가 한 명 있었다. 일을 하던 중, 사수는 내게 업무의 이해도를 높여주려 업무와 관련한 기초 지식에 대해 질문했다. 게릴라 식의 질문에 어설픈 정보를 가지고 있던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 찰나의 순간, 분위기가 냉각됨을 느꼈다. 사수의 표정은 간단한 개념조차 모르는 나를 보며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사람들이 내 실력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나에게 질문을 했던 상사도, 그 옆에 있던 다른 상사와 동료들까지 사무실에 있는 모든 이가 조용해지는 이 공간의 무거운 공기가 나를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저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다니.. 이 회사에 어떻게 들어왔지?'

'실력도 없으면서 왜 우리 회사에 있어? 쟤는 퇴사해야 해..'


어떤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머릿속에는 온갖 나를 평가하고 공격하는 말들로 가득 찼다.


이 일을 계기로 나는 무가치하지 않은 인간이라는 걸 끊임없이 증명해야 했다. 무식하고, 부족한 인간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즐거움도 휴식도 허용치 않았다. 회사에서 필요한 사람 아니 붙잡아둬야 할 사람으로 남겨지고 싶었다. 가끔 단비처럼 내려주는 상사의 칭찬도 부족했다. 증명해야 했던 매 순간마다 아주 깊은 곳에는 인정하기 싫은 목소리 하나가 메아리 울렸다.


'아냐 아냐 나는 그렇게 무능력한 사람이 아니야. 날 버리지 말아 줘, 무능력하다고 미워하지 말아 줘'

이런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인정하기 싫고 자존심 상해서 귀를 닫았다.

'그래 나 자르려면 잘라라, 그전에 내가 너희를 앞지를 거야'


방어하며 내면의 목소리가 들리면 귀를 틀어막았다. 그러나 필사적이었다. 무리에서 이탈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억압의 시작이었다.




내면의 목소리를 덮어버리면 자기 방어력이 한층 증가한다. 숨을 죽인 채 상처를 고스란히 떠안고는 타인이 실력을 의심하거나, 평가하려 들 때마다 자기 방어적 태도를 장착한다.


'네가 뭔데 평가해? 난 충분히 실력이 좋거든?'

'아닌데? 난 그런 사람 아닌데?'

'그건 네 얘기고, 나한텐 해당 안돼'


자기 방어적 태도를 지닌 사람에겐 진실된 조언은 고스란히 공격으로 전달된다. 이 인간의 충고, 조언은 나를 하찮게 보고 실력을 의심해서 한 말이라고 제멋대로 결론 지어버린다. 그래서 인간관계에서도 사람들의 태도와 말투가 거슬린다.


자기 방어력이 높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선 나 자신에게 한 치의 불순물도 허용치 않는 투명한 솔직함을 장착해야 한다. 진실된 내면의 목소리는 아주 유치한 아이가 내는 투정과 칭얼거림과 비슷하다. 마치 유년기의 아이들이 '이거 해줘, 저거 해줘' 같은 징징거림과 유사하다. 이 징징거림 즉, 자신의 감정을 정제하지 않고 그대로 들어내서 내 것으로 허용해야 한다.


그것이 자기 방어를 서서히 내려놓는 방법이다.




__매너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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