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는 그냥 ‘망했다 혹은 조졌다‘라는 한마디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저 한마디엔 수많은 설명을 덧붙여야 한다.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해질 것 같다. 시험을 끝나고 나서도 자꾸 맴도는 이 괴로운 생각들을 뱉어내고 이 좌절감을 정리하고 다음으로 나아가고 싶다.
일정은 11월 8일은 듣기, 읽기, 작문 시험이었고, 11월 9일은 구술시험(면접 대화, 역할, 견해표현)이었다.
두렵지만 용기를 가지고 호기롭게 시작했으나 8일 듣기 시험을 시작으로 첫걸음부터 삐걱댔다.
일단 B1 합격 점수는 50점 이상이 넘으면 되는데, 각 분야별로 5점 미만의 과락이 존재한다면 50점이 넘어도 불합격이다.
대충 기준은 알고 있었으나 잠시 오해한 부분이 있었다.
듣기 15점(3 지문), 읽기 15점(3 지문), 작문 5점(1 지문), 구술 15점(3 지문) 이렇게 각 분야의 지문별로 합격 기준 점수가 정해진줄 알았다.
그래서 각 지문별로 5점 미만의 점수를 받으면 불합격이라는 오해 때문에 듣기 첫 문제부터 무조건 잘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 오해 하나로 듣기 첫 문제부터 말 그대로 모든 것을 포기할 뻔했다.
1번 듣기 문제를 풀 때, 대화형식이었는데, 대화 중반부터 하나도 안 들렸다. 2번째 듣기에서도 안 들려서 문제를 거의 찍었다.
공부할 때 느꼈지만, 지문 2~3번 문제는 보통 어떤 사실에 대한 소개, 설명하는 문제였다. 그래서 대부분 문제를 읽고 키워드를 들으면 추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1번 같이 대화형식은 추측이 불가능하고 대화가 짧아서 한번 들을 때 제대로 안 들으면 정답을 명료하게 선택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대화는 듣지 못했으니 이 지문에서 과락이 나오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첫 번째 듣기가 끝나자마자 ‘아 불합격이구나…‘ 단정 지어버렸다.
이러한 극단적인 오해로 듣기 2번 지문에서 포기할 뻔했으나 다행히 비싼 접수비(26만 원)가 그 마음을 바로 삼키게 했다.
‘그래.. 일단 불합격이라도 끝까지 도전해 보자.. 26만 원 내고 어떤 시험인지라도 알면 좋을 거야 ‘
나를 다독이고 박살 난 정신을 한데 쓸어 담아 다시 정신을 마음속으로 넣어 가다듬었다.
그렇게 듣기 문제를 풀고 어려웠던 독해와 어색하고 서툰 문장을 어떻게든 짜 맞춰 작문을 완료했다.
시험지를 제출했고,
그렇게 1일 차 시험을 무사히 마쳤다.
2일 차 시험날이 되었다.
일주일간 이 구술시험 때문에 잠을 못 잤다.
이유는 나의 프랑스어 발음과 말도 안 되는 구술 실력에 면접관이 ‘이 사람.. 어떻게 delf 칠 생각을 했지?’ 같은 생각을 할까 봐 두려웠다.
물론 면접관은 그런 생각을 하진 않을 테지만 그 정도로 나 스스로 시험을 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또한 무시당할 거라는 두려움이 한 몫했다.
구술시험은 3가지 방식으로 시험을 친다. 첫째는 면접과 같은 질문 형식에 대한 대답을 하는 유형이고,
두 번째는 어떤 상황에 대한 주제를 무작위 하게 선택해서 면접관과 역할을 분담해 즉흥적으로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세 번째는 어떤 주제에 대한 나의 견해를 3~4분 정도의 분량으로 설명해야 한다. 한국인 입장에서 프랑스어로 3~4분 동안 말한다는 것은 꽤 많은 문장으로
말을 해야 한다. 이 견해 표현은 면접관과 대화하기 전에 대기 장소에서 10분이라는 시간을 주어진다. 그리고 10분 안에 주제를 고르고
그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정리해야 한다.
10분 동안 준비를 하면서도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큰일 났다. 이걸 어떻게 프랑스어로 이야기하지?’
분명 한국말로 할 수 있지만, 프랑스어론 생각도 해보지 못했던 말이라 너무 두려웠다.
면접관과 인사를 한 후, 시험이 시작되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어버버 거렸다.
내가 준비했던 것보다 300% 발휘하지 못했다. 물론 변명과 핑계이기도 하지만,
내 머릿속에 그 많았던 문장, 동사, 단어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고, 간단하고 낮은 레벨 수준의 흔히 쓰는 문장만 사용했다.
대화 시간은 10시 10분에 시작해서 10시 30분에 끝났는데 20분 내내 밀도 있는 프랑스어를 한게 아니라 오디오가 빈 시간이 합쳐 5~10분은 되는 것 같다.
면접관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교실 밖으로 나와 마치 결과에 만족한 사람처럼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왔다.
그러곤 웃으면서 옆에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고 혼잣말로 망했다를 연발했다.
공부가 너무 부족했고 그래서 너무 아쉽다.
그래도 시험에서 배운 점은 구술 연습에 너무 소홀했고 보충해야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아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또는 잘하는 모든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내가 생각하는 delf B1 꿀팁
1. 시험감독관으로 프랑스인이 들어오시는데, 대부분 무조건 프랑스어로 하신다.
(화이트 쓰는 법, 수험표, 수험번호 , 볼펜, 반칙 행위, 화장실가는 것 관련된 용어와 문장을 미리 듣고 가는게 좋다.)
2. 구술 주제를 정할 때 독해가 빠르게 되어야 한다. 시험 중 멘탈이 나가면 평소에 잘 읽히던 글이 안읽힐 수 있다. 속독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어야 한다.
3. 필자의 경우 구술보다 작문 연습을 많이 한 편인데, 구술 연습을 많이 했다면 작문은 함께 가는거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작문이 되면 당연히 구술 또한 잘 할수 있을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오히려 반대인거 같다.
일단 작문은 쓰면서 고칠 시간과 생각하는 시간이 구술에 비해 충분한 편이다.
구술은 생각할 시간이 10분이다. 견해를 모두 적을 수 없고 몇개의 키워드만 가지고 즉석에서 말을 해야한다.
그 점에서 구술이 연습을 최우선으로 하는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__매너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