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일기
담배를 사러 밖에 나왔다.
시원하고 기분좋게 내 피부결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과 살짝 촉촉하면서도 서늘한 새벽 공기, 군푸른 하늘 아래 빼꼼히 보이는 노란 가로등 빛이 내 마음을 간지럽혔다.
편의점에 가서 딸기 우유 하나와 담배 세 갑을 샀다. 당분간 집에서 나오지 않을 예정이다. 한 보루를 살까도 생각해봤지만, 살아 움직이기 위해서라도 세 갑 정도로 통일해 편의점까지의 걷기 운동을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편의점까지 가는 5분도 채 안되는 거리가 내 유일한 운동이라니… 씁쓸함이 밀려온다.
딸기 우유에 빨대를 꽂고, 한 입 마신다. 진한 합성 딸기향이 맛을 버려버린 내 혀를 감싼다. 그뒤로 담배 하나를 꺼내물고 불을 붙였다. 밤을 새서 그런지 불이 잘 붙지 않는다. 한 번 두번 라이터를 켜니 드디어 불꽃이 조그맣게 피어올랐다. 입에 문 담배를 깊게 한 모금 빨아들인다. 그리고, 내뱉는다. 오른쪽 위편으로 날아가는 담배연기가 저 멀리 있는 교회의 십자가를 지나친다. 교회 앞에서 담배라니, 불경한 짓인가?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내 앞에 일용직 노동복을 입은 한 노인이 공구리가 가득 든 것 같은 가죽 가방을 들고 지나간다. 어쩌면 저기에 든 건 노인의 아내 머리일 수도 있다. 검붉은 가죽색은 흐르는 피를 감추기 위한 선택일 수도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날이 밝아왔다.
매미가 운다. 7년간 인고의 시간을 넘어 며칠동안 주어지는 자유를 짝을 찾기 위해서만 온전히 쓰는 매미. 그런 매미의 울음소리는 23년간 인고의 시간을 넘어도 며칠간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는 내게 거슬리게 느껴진다.
왼쪽 주머니에서 이어폰 두 짝을 꺼내 귀에 꽂는다. 노래를 고른다. 미스터 닥터맨. 첫 가사는 이렇다. “I’m mister doctor man. Question in head.” 물음표가 있댄다. 그의 머리속에는. 물음표. 그건 내가 가진 의문과도 닮아있다. 어째서 의문은 물음표라는, 낚싯바늘을 뒤집은 듯한 형태를 띈 것인가. 갈코리처럼 물음을 통해 답을 낚아채려는 시도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담배를 하나 더 꺼내문다. 이번에는 불을 붙이지 않고 질겅질겅 씹기만 한다. 담배를 피움으로써 잠시 해소된다. 담배를 피지 않을 때는 손이 떨린다. 담배를 피기 직전인 이 상태는 해소와 불안, 그 사이를 달리게 만들어준다. 입 안에 울리는 약한 박하향이 더욱 그것을 실감하게 만든다. 결국 참지 못하고 담배에 다시 불을 붙인다. 이번에는 잘 붙는다. 깊게 한 모금 두 모금 빨아들인다. 이 담배를 전부 피우면 집에 들어가야지. 그리고 잠에 들어야지. 그렇게 하루를 다시 시작해야지. 잠깐의 여유도 즐기지 못하고 나는 일기를 쓴다. 그리고 다시금 하루를 살아가야 한다는 삶이 내린 책임에 고개를 저어본다. 세상이 흔들린다. 사실 흔들리는 건 내 머리일 뿐인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