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곳이 없는 감정에 대해

에세이

by 이재 다시 원

침대로 기어 올라갔다. 나는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지도 않은 채 널브러진 이불 사이에 아무렇게나 몸을 눕혔다. 그저 그렇게 되는대로 누웠다. 그날 밤,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다. 어쩌면 그 누구도 찾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예전엔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 항상 내 얼굴이 먼저 들어왔다. 근데 요즘엔 이상하게도 네 얼굴이 먼저 보인다. 너는 늘 사진을 찍으면 내 얼굴부터 살폈지. 이런 기분이었구나. 너는 늘 나를 이렇게 바라보고 있었구나. 그때는 몰랐던 그 시선, 감정, 말없이 주고 있던 마음들. 사랑이 끝나고 나서야 이해되는 마음도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사실 아무것도 버리지 못했다. 너에게 주려던 선물도 그대로 있다. 대화도, 사진도, 목소리도. 어디 하나 지우지 못한 채로 남아있다. 그러나 나는 그저 지운 척, 버린 척, 괜찮은 척 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너를 보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렇게 믿지 않는다면 나는 너를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왜 하필 이 새벽에 너의 얼굴만이 이렇게 또렷히 떠오를까. 달도 뜨고, 너도 뜨는구나.


얼마 전엔 그런 생각도 했다. 몸살로 아파서 병원에 실려가며 문득.

'내가 죽으면, 나를 한 번쯤 보러 와줄까?'

그게 마지막이라도 좋으니까, 떠나기 전 한 번은 네가 보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참을 수 없이 나 자신이 미워졌다. 너가 나를 떠난 게 아니라, 내가 아직 네게 도착한 채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지우지 못한 물건들이 문제가 아니라, 아직 너의 이름을 떠올릴 때 숨이 흐트러지는 나 자신이 제일 아프다.


너는 떠났지만 지워지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너와 함께 보냈던 시간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지우지 못한채. 그게 비겁해 보이더라도. 너에게 닿지 않더라도. 그렇게 살아간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