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랑이 아닌 걸까. 너는 나를 위한다며 너의 방식으로 감정을 쏟았다. 빠르고 친절했고 다정했다. 하지만 그 다정함은 일방적이었다. 나는 마치 이미 모두 짜인 무대 위에 갑작스레 끌려나온 배우처럼 우두커니 서게 되었다. 대본을 받지도 못하고 호흡을 맞출 시간도 없이, 그저 감독이 정해둔 리듬에 따라야만 하는. 그리고 결국, 나는 장면을 완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대에서 밀려났다.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말한다. 타자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낯섦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사랑은 내가 누구인지 묻는 일이 아니다. 나와 너의 낯선 세계를 지켜보고 기다리는 일이다. 하지만 그 기다림이 너무 길었던 걸까. 그러니까, 너는 네 방식으로 줬고, 나는 그걸 너의 방식으로 받지 않았고, 그래서 그렇게 끝났다.
그저 연극 밖에서 같은 눈높이로 이야기하는 것. 나는 그것만을 간절히 바랐던 것 같다. 왜냐하면 너는 늘 나를 위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늘 정해진 리액션을 해야하는 소품처럼 느껴졌기에. 감동하거나, 고마워하거나, 벅차거나, 너와 같은 방식으로 돌아가야지만 그제야 너의 호의는 완성되는 거였을까.
고슴도치끼리는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서로를 찌른다고 한다. 그래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맨들한 콧잔등만을 서로 맞댄채로 서로를 지켜봐야 한다고. 너는 내가 고슴도치라며 가시에 찔렸다 했다. 하지만 달려온 너에게 부딪힌 내 몸에도 같은 모양의 상처가 남아있었다.
지나간 일들을 담배 연기에 담는다. 너는 그렇게 흩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