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글을 쓰면 정말 인생이 바뀔까? <19권>
2023년 2월 12일에 브런치에 글을 쓰고, 거의 1년 가까이는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책을 거의 읽지 않았고, 간간히 읽었음에도 완독을 하지 못해 글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1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책을 읽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현생을 열심히 살아내느라, 시간이 부족해서, 책 읽기가 싫어서 등등.
그런데 저는 다시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최근에 또다시 인생의 벽에 부딪혔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 맺고 있는 관계 등 '내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라는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1년 전에 했던 고민은 그대로 계속 고민하고 있었고, 그때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과는 여전히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었습니다. 변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하는 행동들에 더욱더 의문점이 생기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있는 순간에 끊임없는 잡념들과 생각들로, 굳이 다소 과격하게 표현하면 '미칠 것 같았습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생각들로 스스로를 감옥 속에 가둔 느낌이 들었고, 무엇 하나 해결되지 않은 이 현실이 답답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 때문에 가만히 있는 순간이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러다 책이 읽고 싶어 졌고, '결국 모든 답은 책 속에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멈추기 위해서는 책을 읽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이 이 책이었습니다. 제가 평소에도 존경하는 인플루언서 자청님, 그리고 평소 유튜브를 즐겨 보는 하와이대저택님께서 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최근 들어 가장 많이 언급되는 쇼펜하우어라는 철학자가 과연 말하는 철학이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산다는 것은 괴로운 것이다."
이 말은 쇼펜하우어가 한 이야기입니다. 쇼펜하우어는 마냥 긍정적이거나 낙천적인 철학관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그는 인생이란 기본적으로 고통스럽고 지루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다소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인생은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행복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행복하지 않은, 불행한 상태에 있는 저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끊임없이 인생의 목표인 행복을 위해서 달려가야 했습니다. 그러나 더 행복을 좇을수록 공허해지고 불행했습니다.
그러나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것처럼, 삶 자체가 고통이며 견뎌내는 과정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면 어쩌면 조금은 더 행복할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삶에 아무런 의미가 없기에 죽음만이 정답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살고 있는 삶에 애정이 있고 잘 살고 싶은 욕심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은 생존을 최우선 목표로 합니다. 제가 살아 있지 않으면 돈을 벌고, 원하는 목표를 이루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등 모든 일은 사실상 무의미해집니다.
그러나 삶은 유한합니다. 모든 사람은 결국 죽습니다. 살아 있는 기간은 매우 짧기 때문에, 후대에 유전자를 남기며 영원한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이 욕망은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간이 고통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럼에도 이 고통을 잘 견뎌내는 것으로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고 쇼펜하우어는 이야기합니다.
결국 삶을 살아가며 어떤 선택을 하든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고통을 극복하더라도 만족은 잠깐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 만족하는 순간을 넘어가면 지루함의 시기로 바뀝니다. 이 지루함은 또다시 고통을 유발합니다.
그렇다면 '고통'과 '지루함' 속에서 행복을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책에서는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즉 소확행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합니다. 행복은 언제나 짧게 지나갑니다. 원하던 학교에 입학하고, 원하던 회사에 입사하고, 원하던 이성과 만나기 시작한 순간의 행복은 정말 순간입니다. 인간의 삶 자체가 유한하기 때문에 결국은 짧게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을 최대한 많이 경험해야 합니다.
감당할 수 없는 큰 행복은 그 이후에 지루함을 주고, 결국 그보다 더 큰 행복을 좇게 되는 것이 계속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상적인 행복 자체는 존재할 수 없으며, 고통과 권태가 필연적이며 그 과정을 견디는 것이 인생의 의미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저는 이 과정을 잘 견뎌내고 있는 듯합니다.
앞으로도 제 스스로가 고통을 잘 견뎌내며 찰나의 행복들을 더 많이 느꼈으면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기억에 남는 문장 >
1.
행복은 고통을 줄이고, 피하고, 견디는 것에 있다. '성공, 부, 명예 등을 얼마나 얻었는가'보다 '세상의 고뇌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의 관점이다.
2.
쇼펜하우어는 인생사가 고통의 연속인 이유를 살아남고자 하는 인간 본성의 욕망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인간의 본성을 "삶에 대한 맹목적인 의지"로 보고, 영원히 살려는 맹목적인 욕망이 충족되지 않아서 인간이 고통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밝혔다.
3.
인간은 생존에 필요한 식욕뿐만 아니라 수면욕과 성욕 등 기본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낀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이런 욕망이 신체와 분리될 수 없다고 했다.
인간의 욕망이 신체적이라는 점은 죽을 때까지 생존을 위한 욕망을 충족해야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4.
행복과 불행은 객관적인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변덕스러운 감정에 달려 있다. 없으면 없다고 불평불만하고 많으면 많다고 지겨워하는 것이 인간의 심리다. 결핍은 고통이고 과잉은 무료함이다. 인간에게는 배고픔도 고통이지만 포만감 또한 불쾌다.
5.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을 누리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덜 불행하게 살 수 있는 용기가 있고, 고통을 그럭저럭 견뎌 내면서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행복한지 평가하는 기준은 성공, 부, 성취, 출세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겪는 고통의 정도다. 따라서 지금 고통이 없다면 지상에서 가장 큰 행복을 누리는 셈이다.
6.
행복이란 자신의 개성과 소질에 맞도록 노력함으로써 다다를 수 있는 만족감이다. 이를 위해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것 가운데 자신에게만 적합하고, 자기만이 할 수 있고, 자기에게만 즐거운 것을 알아야 된다. 자신의 성격에 맞는 일을 찾아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 행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7.
우리가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은 그만큼 살고 싶다는 뜻이다.
인생은 어떻게든 끝마쳐야 하는 과제와 같다. 그러므로 견뎌 내는 것은 그 자체로 멋지다.
8.
성욕은 '이 세상에서 내가 영원히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죽음에 대한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죽음이 없다면 남녀 간의 사랑도 없을지도 모른다. 성행위는 개인의 쾌락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으나 나의 삶이 자식을 통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 세상을 영원히 사는 방법은 자손을 남기는 것이기 때문에 성행위는 죽음을 철저히 부정하면서 더욱더 살려고 하는 간절한 의지의 표현이다. 내가 죽어서 사라져 먼지가 되더라도 나의 생명은 이곳에서 영원히 살아남기를 바라는 것이다.
생식이 유기체의 궁극적 목적이자 가장 강한 본능인 이유는 종족 보존을 통해서만 의지가 죽음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9.
인간의 마음이 늘 변하고 인생은 짧기 때문에 영원한 사랑은 없다. 다만 영원할 것 같은 착각 덕분에 덧없는 인생에 우리는 잠시 웃고 우는 추억의 시간을 함께한다.
10.
쇼펜하우어가 말했듯이, 사랑은 종족 보존을 위한 자연의 기만이다. 이런 속임수는 아주 이기적이고 타산적인 인간이 서로 결합하여 사랑하도록 우리의 마음에 심어 둔 자연의 계략이자 속임수이다.
결혼하고 불행하고 결혼하지 않아도 불행하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가 자연에 속는 일은 반복된다.
사랑과 연애, 결혼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잠시라도 행복했다면 충분하다.
11.
모든 연애는 인류의 생존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다. 이 세상에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지금 이 순간부터 멸종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이전 세대의 사랑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미래의 세대는 우리의 사랑에 의존하고 있다.
12.
인간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이유는 고독을 견딜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고독한 시간을 생산적으로 잘 활용하지 못하는 무능력, 내면의 공허, 권태감 때문이다. 이럴 때 남과 어울리는 것은 자신의 고독을 혼자 대면하기 두려워 비겁하게 피하는 것이다.
13.
쇼펜하우어는 행복이란 많은 경우 결핍에서 충족으로 넘어가는 '짧은 순간'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늘 결핍은 인간에게 고통이지만 충족에서 과잉으로 넘어가면 권태, 지루함의 감정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행복은 그 사이의 짧은 만족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14.
'행복은 소소한 것'에서 찾아야 작고 짧은 행복을 즐길 수 있다. 행복은 늘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이다. 시간이나 젊음, 모든 것은 잠깐 머무르다 떠나가기 때문에 작은 쾌락에 만족할 줄 알아야 된다.
감당할 수 없는 너무 큰 행복, 만족은 따분함을 가져와 새로운 것을 찾게 만든다.
15.
현재를 과거처럼, 현재를 미래처럼 의식한다면 지금 이 순간을 더 가치 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16.
가장 인간답게 사는 일은 자신만의 욕망을 아는 것이다.
남의 시선을 쓰지 않고 자신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삶을 살 때 자유를 느끼는 것이다.
17.
인간의 삶의 고유한 색깔이 꽃보다 더 다채로울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잠재적인 가능성이 무한하기 때문이다.
나를 행복으로 이끄는 방법은 나의 욕망이 이끄는 대로 가는 것이다. 개성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자신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태도다. 우선 남들이 전혀 알 수 없는 바, 나 자신만이 원하는 바,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타고난 재능과 성격을 이해해야 한다.
18.
인간의 많은 고뇌와 번민은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잘못된 태도에서 유래한다. 그 바탕에는 질투, 증오심, 허영심, 자존심 등이 있다. 즉 남과 비교하여 더 좋게 평가받고 싶으면서 다른 사람의 장점을 증오하게 된다.
19.
산다는 것은 괴로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