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안부를 묻는 일곱가지 방법
2012-01-26 18:16:56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산다는 것은' 오랜 병을 앓는 것과 다름없다.. '산다는 것은' 五慾七情이기때문이다. 감각기관들이 느끼는 다섯가지 욕망과 일곱가지 정이야말로 모든 인간존재의 근원이자 빛깔이고 도덕률이라 할것이다. 인생관이란 것도 알고 보면 사람이 오욕칠정의 감정을 어떻게 조절해 가는냐는 기준에 불과하다.
결핍과 상처로부터 해방되어 행복하고 충만한 자유인으로 살아가며 喪服과 같은 검은 망토를 둘러쓰고 우리의 등 뒤에 따라붙어 우두꺼니 서 있는 당신의 오랜 병이자 오랜 꿈에 대한 혼잣말_어디서 무엇이 되어 있든지 우리의 손은 오늘 '죄'에 담겨있고 눈은 그 너머의 진정한 '補贖''을 갈구의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죄'와 '보속' 사이, 현실이라는 이름의 '손과 갈망이라는 이름의 '눈' 사이, 갈팡질팡하면서, 그러나 그 거리를 어떻게든 좁혀 좀 더 충만한 구원을 얻으려는 내 꿈의 부스러기_ 이라고 주석을 붙인 저자의 영성적,우주적인 존재로서 살아감에 대한 실존의 에세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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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위대함
도덕은 형식이 아니다. 우리가 진실로 믿을 수 있는 도덕은 우리의 영혼 속에 잇으며 선악의 최종적인 힘은 생명 그 자체로부터 나오는 것일 터이다. 인간주의의 본질은 인간중심주의가 아니라 生命主義라 해야 옳다.
-노동과 사랑의 가치
우리가 어린이나 젊은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가장 소중한 것은 '노동의 즐거움'과 '사랑의 환희' 일 것이다. 노동의 경험은 참된 휴식과 인간다운 사랑에 대한 학습효과를 저절로 불러온다,.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걸림돌은 이 두가지 덕목을 위한 프로그램이 너무 없다는 것이다. "노동없는 기쁨은 비천하다_." 존 러스킨..
-남녀가 같이 산다는 것.
결혼을 하든 안하든 사랑은 본질적으로 강고한 지속력을 갖고 있지 않다. 그것을 지속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소유하지 않는 것'.. 지속적인 결혼생활이란 사랑의 상실을 늙어갈 때까지 함께 계속 확인하는 일이다. 아름다운 것들이 부식해서 추해지는 것까지 함께 봐야 하고 마침내 소멸하는 것도 함께 확인해야한다. 사랑을 갖고 싶다면 차라리 사랑을 잃어 버려야 한다는 아이러니를 어찌 해결하면 좋은가??
-고산등정에 대하여
고산에서의 며칠은 일상에서의 몇 십년을 상쇄할 수 있다. 빙벽에 붙는 순간 습관과 권태로움 뿐인 안락으로부터 철저히 분리된다.. 그는 완벽한 단독자이고 모든 선택권을 쥔 절대적인 자유인이며 자신과 빙벽의 관계만으로 승부하는 실존적존재가 된다. 자연의 품안에서 감각과 야성과 이성적 판단이 한 통속으로 완벽하게 융합하는 전에 없는 경험속으로 빠진다. 놀라운 집중력과 능숙성을 발휘해 그를 가로막는 온갖 장애를 과감하게 해체해 나간다. 허위의식으로 무장할 필요가 없고 엉뚱한 유혹에 뺘져 길을 잃어서도 안되고 타인의 어떤 조력도 구할 수 없다, 그에게 욕망과 모럴이 있다면 철저히 자신의 목숨만이 기준이다,. 그러니 이성에 눌려있던 감각이 최고조에 이르는 것이며 합리성과 구조에 눌려 있던 야성이 빅뱅으로 터져 나오는 것이다.
-우주 안의 인간존재
인간은 우리가 '우주'라고 부르는 전체의 한 부분이며, 시간과 공간에 의해 제한된 존재이다. 그런데도 인간은 자신의 사유와 감정이 주변의 다른 것들로부터 분리되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생각하여 일종의 의식이 빚어 낸 착시현상에 사로잡혀 있다. 이런 미혹이 바로 우리 자신을 가두고, 우리를 개인적인 욕망과 가까운 몇 몇 사람에 대한 애정에 집착하게 만든다. 살아있는 우리의 임무는 모든 살아있는 목숨들과 자연 전체를 포용하기 위해 자비심의 테두리를 좀 더 넓힘으로써 우리 자신을 이러한 감옥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다._아인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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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역사적인 존재로서 인간은 언제나 상황의 지배를 받는다. 나보다 10여 년을 앞서 살아가는 문인으로 저자인 박범신, 그리고 한수산, 조세희, 이문열, 최인호,김원일, 김성동,이문구씨 등 여러명이 떠오른다. 누구보다 자유로운 이성을 바탕으로 창작에 임하는 작가들에게 70-80년대의 시대상황은 절대적 개인과 사회역사적인 존재로서의 작가역할을 놓고 심각한 자기분열을 겪었을것이다. 3년여 절필기간과 히말라야로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여러 정황 등, 작가는 개인적으로 한국작가라는 DNA적 운명을 뛰어넘고 싶다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