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폭풍, 스피노자

자유를 향한 철학적 여정

by 박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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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에 이어 스피노자를 읽었다. 참 맑고 경건하게 삶을 사랑한 철학자라 생각된다. 특히나 요즘 산을 자주 다니며 천지간 자연 만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는 생각이 참 신선하다고 느껴진다. 스피노자는 신은 하늘 어딘가에 세상과 동떨어져 군림하는 초자연적이고 초월적인 인격체가 아니라, 인간을 비롯한 모든 자연 만물을 생성시키는 '자연' 자체라 보았다. 따라서 자연은 더 이상 인간의 지배를 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며, 오히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만물이 자연의 법칙에 의해 지배된다. 어떻게 우리가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사물의 참된 원인_신_을 알아낼 수 있을까? 스피노자는 신을 '능산적 자연'으로, 자연 만물을 포함한 모든 양태를 '소산적 자연'으로 부르는데 '능산적 자연'은 모든 자연 만물을 산출하는 원인으로서의 신적 본성, 즉 속성을 말하고 '소산적 자연'은 신, 즉 능산적 자연에 의해 산출된 결과로서의 자연 만물, 즉 양태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신은 자연 만물 바깥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만물에 내재하는 원인, 즉 초월적 원인이 아니라 내재적 원인이다. 이로써 신은 자연 만물을 산출하는 원인이면서 동시에 그 결과인 자연 만물로 이루어져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스피노자에게는 신이 곧 자연이었다.


세상은 신이 임의로 즉, 자유의지로 창조해 낸 것이 아니다. 신이 존재하고 활동하는 방식은 지유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신적 본성에 따른 것이다. 신은 무한한 능력으로 다양한 속성에 따라 자신을 변용시킨다. 그러한 변용의 결과들이 자연 만물이다. 스피노자가 보기에는 스콜라 철학자들이나 데카르트는 신을 규정할 때 그 본성 보다는 신에 대해 자신들이 상상하는 것을 앞세웠다. '전지전능', '영원함', '완전함', '최고선' 등의 용어가 그것이다. 그들은 신이 최고로 완전한 존재이므로 필연적으로존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스피노자는 신의 존재에 대한 이런 방식의 증명은 신의 본성이 아닌 특성에 기반하고 있을뿐이며 인간적인 정서를 신에게 부여하여 묘사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신은 ' 자신 안에 있으면서 자신에 의해 이해되는 것', 즉 '자기원인'으로서 무한히 다양한 속성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자연 안에 존재하는 것은 신이 양태화(modifivation)되어 존재함을 뜻하고 이는 자신을 무한히 다양한 양태로 표현하는 신의 능력이 펼쳐진 것을 의미한다. 양태들의 고유한 능력은 다른 양태들과의 관계속에서만 표현될 수 있다. 양태들은 자신의 고유한 능력의 정도에 상응하는 외연적 관계를 갖지 않고서는 졀코 실존하지 못한다.


도덕(moral)과 윤리학(ethics)은 좋은 것과 나쁜 것, 올바른 것과 그른 것에 대한 가치규범을 가리킨다. 이 둘의 차이점은 도덕이 개인의 내면세계를 향해 양심과 죄책감에 호소하는 일종의 초월적 계율을 지칭한다면, 윤리학은 인간이 다른 개체들과 맺는 관계속에서 고려해야 할 내재적 규칙을 지칭한다는 점이다. 스피노자가 우리에게 제안한 것은 도덕, 그리고 선악조차도 넘어선 양태들의 윤리학이다. 도덕이 선악을 잣대로 무조건적인 명령에 의해 강제되는 당위의 법률이라면, 윤리학은 특정한 조건 아래서 좋음과나쁨을 파악하는 관계들의 규칙들이다.


인간의 정신과 신체가 공통으로 따르는 법칙은 '힘' 또는 '능력'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이미 특정한 힘을 표현하고 있다. 그들에게서 표현되는 '힘'이 다름아닌 '욕망'이다. 따라서 인간의 정신과 싵체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사유와 연장의 속성으로) 동일한 힘 또는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도, 걷는 것도 모두가 '힘'의 표현이자 '욕망'의 표현이다. 모든 양태는 제각기 신의 능력을 표현한다. 양태들은 신의 일부로서 신의능력을 나누어 가지며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모든 사물에는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고자 하는 능력이 속하는데 스피노자는 이를 가리켜 '코나투스'라 부른다. 신의 능력은 'potentia'와 'potestas'로 구분하는데 포텐시아는 사물이 지니는 내적이고 잠재적인 힘으로 모든 사물이 존재하거나 활동하기 위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사물의 본질이다. 포테스타스는 사물들이 지니는 특정한 변용 능력을 뜻한다. 이는 현실 속에서 구체화되고 대상화 될 수 잇는 힘으로써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실행 가능한 객관적인 힘이라 할 수 있다. 다른 대상을 지배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법적.정치적 힘이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정념의 예속으로부터 벗어나 우리를 자유로운 존재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자신의 능력, 욕망을 긍정하는 것이 필요하다.자신의 능력이 크거나 작다는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능력이 확장되고 있는가, 축소되고 있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기쁨을 추구하고 슬픔을 멀리하라' 자유로운 인간은 무엇이 자신에게 유익한 것인지 잘 알고 있는사람이다. 이들은 기쁜 마주침을 조직하고자 노력하며자신에게 기쁨을 주는 다양한 관계를 맺고자 노력하며 자신의 신체를 다양한 방식으로 자극받는데 적합하도록 만들어 간다. 자유로운 인간은 더 이상 외적인 운에 의존하지 않는다.기쁨을 지속적으로 증대시킬 방안에 주목하라. 좋은 음식과 맑은 공기, 적절한 운동과 이런 저런 예술활동을 즐기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과 유대를 맺고 우정을 강화시키는것만큼 유익한 것은 없다. 지복은 덕에 대한 보상이 아닌, 덕 그자체이다. 자유로운 사람들은 지복을 누리기 위해 쾌락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지복을 누리기 때문에 쾌락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이다. 지복이란 사후나 먼 미래에 누리게 되는것이 아니라 이미 현재의 삶 속에서 누리는 유덕한 삶이다. 우리 신체와 정신으로 하여금 수동적 정념이 차지하는 부분을 최대로 줄이고 신에 대한 사랑에서 나오는 능동적인 기쁨으로 우리 정신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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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긴 내용을 밑줄 그은 부분만 정리해 보았다. .


책의 구성은 아래와 같다.


1장 : 스피노자, 고요한 폭풍이여!

스피노자가 꿈꾸던 세상/ 스피노자의 생애와 사상과 영향/ 반시대적 사상가의 고독


2장 : 신은 어떻게 자연이 되는가?

신은 곧 자연/ 신과 피조물은 동일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내재적 원인으로서의 신


3장 : 신체 없는 정신과 정신 있는 신체

신체와 정신은 평행하다/ 부적합한 관념에서 적합한 관념 혹은 공통 개념으로/ 좋은 마주침과 나쁜 마주침에 대하여


4장 : 나는 욕망한다, 고로 나는존재한다

능력에 대하여/ 욕망은 인간의 본질이다/ 기쁨의 정서가 갖는 중요성에 대해


5장 : 미신 없는 종교와 공포 없는 국가

신앙과 이성은 서로에게 자유를 허락한다/ 행복해지는 것을 두려워 말자/ 좋은 정치체는 자유에 대한 사랑을 제안한다


6장 : 자유로운 인간들의 덕과 지복

자유로운 인간들이 만드는사회/ 지복과 영원성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