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 작가의 독서일기의 제목은 '빌린 책/산 책/ 버린 책'이다. 좀 쓸만한 책이 산 책이고 그냥 그런 책은 빌려 보고, 버린 책은 말 그대로 시간 낭비하는 책을 말하는 듯 하다. 나의 경우 주기적으로 관심분야의 책이나 아주 반응이 좋은 책을 검색해서 도서관에 있는지 알아보고 좀 비중있다 생각되는 책은 구매해서 읽는데 약 20%의 비율로 실패_내용이 허접하거나 너무 어렵거나 좀 엉뚱한_한다. 이 책은 그 경계선에 위치한다.
'인간 본성에 관하여'는 에드워드 윌슨의 과학분야의 베스트셀러다.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 유전자'와 함께 생물학을 사회과학의 중심에 올려논 베스트셀러다. 각각 1978, 1976년에 발행됬다. 엄청난 히트를 친 대작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이 책들을 읽어 치우는데_이 표현이 적절할듯_무척 애를 먹었다. 네 인식의 지경이 넓지 못함인지, 내용이 어려워서인지, 아니면 번역 용어의 낯설음인지 '이기적유전자'는 구매하고 5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통독을 못했다. 아마도 두 책 모두 제목이 대히트를 치는데 크게 작용했지 싶다. 책이 발행되던 시기에 자연과학과 인문과학 사이의 '통섭'의 바람이 불었는데 그 영향도 있을듯 하다.
이 책은 곤충과 척추동물의 사회적 행동을 연구한 저자가 집단 생물학과 진화론을 사회 조직에까지 확장한 일반 사회생물학이 인간사회의 연구에 핵심적임을 다루고 있다. 진화론을 배경으로하는 과학적 유물론은 이성과 목적론적 세계관을 중시하는 인문학적 인간관과 많이 대치된다. 진화론에 의하면 인간본성에 대한 탐구는 2가지의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
우선 첫번째로 부딪히는게 인간은 어떤 행위나 사안에 늘 의미와 상징을 부여하는게 본성인데_'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에 의하면 이 특징이 인간사회를 발전시켜 왔다고 본다_ 진화론은 철저히 인간을 포함한 모든 종은 자신의 유전적 역사가 부과한 명령을 수행할 뿐 그 외의 어떠한 목적도 갖고 있지않다고 본다는 점이다. 자유의지로 대표되는 인간의 정신활동도 이런 근원적인 한계에 갖혀있고 전적으로 생물학적인 기구를 이용하여 선택을 할수밖에 없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리학자 스티븐 와인버그는 물리적 현실이 인간의 정신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그런 관점에서 '지성'이라는 것은 뭔가를 이해하고 나아가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구성된 것이 아니라 인간 유전자의 생존을 강화하기 위해 구성된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삶이 생물학적 개체 발생과정에 따라, 즉 어느정도 고정되어 있는 생명 발생 단계를 따라 이해할 수 없는 어떤 방식으로 인도 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충동, 재치, 사랑, 긍지, 분노, 희망, 근심 등 자기 종의 모든 특징을 갖고 있는 자신이 결국 그 개체 발생 주기를 영속시키는데 기여할 뿐이라는 점을 확신하게 된다.
두번째 딜레마는 우리가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에 내재한 윤리적 전제들을 놓고 '선택'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뇌에는 우리의 윤리적 전제들_본능적인 측면에서 우리의 행동을 제어하는_에 심층적이고도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선천적인 검열자(censor)와 동기부여자(motivator)가 있다. 도덕은 이 근원들에서 나와 본능으로 진화했다. 과학은 머지않아 인간 가치의 기원과 의미를 조사하는 자리에 서게 될 것이다. 그 가치란 모든 윤리적 발언과 정치적 실천이 흘러나오는 근원을 말한다. 인간의 감정적 반응들_ 감정중추는 대뇌 피질의 '사고' 영역 바로 밑에 있는 신경세포와 호르몬 분비 세포의 복합체인 번연계 안에 있다._ 그리고 그것에 바탕을 둔 더 일반적인 윤리적 실천 행위들은 수천 세대 동안 자연 선택을 거치면서 상당한 수준까지 프로그래밍 되어 왔다. 과학의 과제는 마음의 진화사를 재구성하여 뇌에서 그것의 근원을 찾아내고 그 속박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다. 이 직업은 위에서 얘기한 검열자와 동기부여자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우리의 뇌를 단순한 컴퓨터와 구별해 주는 작업이 이것이다. 이는 우리의 운명을 생물학적 '특성'에 바탕을 둔 자동제어 시스템으로부터 생물학적 '지식'에 바탕을 둔 정교한 조종으로 이행해야 한다는의미이다. 아마 영화 '메트릭스'의 주제와 비슷하다.
저자는 위에서 논의된 작업으로 나아가는 길은 자연과학을 사회과학 및 인문학과 통합함과 동시에 인간 본성을 자연과학의 한 부분으로서 연구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설령 인류의 진보가 직관이나 의지력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해도 서로 경합하는 진보의 기준들 중에서 최적의 것을 선택하는 일은 생물학적 본성에 대한 경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책은 9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대 1장~4장까지는 진화의 이론부분으로 유전적 진화가 어떻게 학습되어 왔고 문화적인 측면에서 조정을 받았는지를 다양한 사례와 과학적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다. 5장에서 ~8장은 인간 본성의 주요 특징으로 공격성, 성, 이타주의, 종교 등을 개체와 집단의 상호작용이라는 측면에서 다루고 있는데 도킨스의 'Meme'이론과 비슷하다. 상당한 인내와 지적수고를 감내해야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