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춤추지만, 수익은 남의 지갑에 들어간다
사람들은 세상에 새로운 바람이 불면 그것을 ‘열풍’이라 부르고 싶어 한다. 바람 그 자체보다, 이름을 붙이는 행위에서 일종의 안도감을 얻기 때문이다. K-Pop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아시아권 안에서조차 주류로 인정받지 못했던 한국 가요가 이제는 세계 각지에서 들려온다. 런던의 지하철 출구, 뉴욕의 카페, 도쿄의 상점가 어디서든 한국어 가사와 비트가 울려 퍼진다.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이를 금세 체감할 수 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아이돌 이름을 자연스럽게 꺼내며 한국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는 장면은, 변화가 단순한 언론플레이가 아님을 실감하게 한다.
문제는 이 화려한 풍경이 과연 누구의 주머니를 채워주느냐다. 대형 기획사와 몇몇 슈퍼스타를 제외하면, 정작 한국이 얻는 경제적 이익은 놀라울 정도로 제한적이다. 무대 위의 조명은 한국을 비추지만, 티켓 수익과 스트리밍 광고비의 대부분은 넷플릭스와 유튜브 같은 글로벌 플랫폼으로 흘러간다. 한국은 노래와 춤, 즉 재료를 제공했을 뿐 정작 메인 요리사는 따로 있는 셈이다. 마치 농부가 땀 흘려 벼를 거둬들였는데, 밥을 지어 팔아 돈을 버는 이는 도시 상인인 꼴이다.
최근 등장한 K-Pop Demon Hunters는 이 구조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겉보기에 한국적 색채가 강하게 묻어나지만, 실제 기획·제작·배급은 글로벌 기업이 주도했다. 한국은 양념을 제공했을 뿐, 메인 셰프는 해외에 있었다. 이는 K-Pop이 더 이상 한국의 독점적 수출품이 아니라, 세계 문화산업에서 활용되는 소재, 즉 국제시장의 맛 내기 재료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이 같은 사례는 더 빈번해질 것이다. 한국적 이미지와 음악을 활용한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히트하더라도, 그 이익은 한국과 멀리 떨어진 기업의 재무제표에 찍힐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허상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직접적 경제 효과는 제한적일지라도, 간접적 효과는 놀랄 만큼 크다. 한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호감, 문화적 호기심, 브랜드 가치의 강화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자산이다. 젊은 세대가 한국 문화에 익숙해지는 순간, 그들은 소비자로서뿐 아니라 장차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자로 성장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의 연성 권력을 확대시키는 토대가 된다. 다시 말해, K-Pop은 당장의 현금흐름에는 크게 잡히지 않을지 모르지만, 무형자산 계정에는 꾸준히 가치를 쌓고 있는 셈이다.
결국 K-Pop 열풍은 실체이면서 동시에 허상이다. 수익 구조로 보자면 허상이고, 문화적 파급력으로 보자면 실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진짜냐 가짜냐’의 이분법이 아니다. 허상이라도 사람들이 믿고 즐기면 그 순간 현실이 된다. 풍향계가 먼저 움직이면 바람이 분다고 착각하듯, 어쩌면 바람을 만드는 것은 풍향계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 그 풍향계는 분명 한국을 향해 기울어 있다.